[기획] 대학원생의 생활 심층취재


조교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본교에 다니는 대학원생 중 상당수는 조교 근무로 학비를 충당한다.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서 발간한 <대학원생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학과 조교, 연구 조교, 프로젝트 조교, 연구보조 활동 등을 통해 등록금 및 생활비를 마련하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51%에 달한다(2014년 기준). 본지는 조교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원 원우 4명을 만나 조교생활을 하며 겪는 고충을 들어보았다.



학사지원부 조교 A씨, 조교 정체성과 대학원생 정체성 사이 혼란 느껴


조교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은 선배의 추천 덕분이었다. 집안형편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학기마다 500만원 가까이 내야 하는 등록금의 부담과 가급적이면 스스로 학비를 조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조교 자리는 매력적이었다. 또 하나의 매력이라면 단과대학 단위에서 운영되는 학사지원부 조교의 특성상 적어도 단과대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리란 기대였다. 교직원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지만, 학부 4년 동안 다니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조교를 통해 채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1년이 넘는 조교 생활을 통해 두 가지 바람을 어느 정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 속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아니지만 조교제도가 아니었더라면 엄청나게 부담이 되는 등록금을 쉽게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어느 정도 직접 경험해보면서 학교 시스템을 알게 되고 교직원들의 고충을 알게 된 것도 하나의 경험이고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얻게 된 것이 있다면 같이 일하는 조교들이나 교직원들 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랄까.


고충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나왔던 것 같다. 대부분의 학사지원부 및 교육조교(그리고 교직원과 수많은 서비스직 종사자들)가 겪는 고충이겠지
만 사람을 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주로 불특정다수의 학생, 학부모, 다른 조교나 교직원들, 그 외 여러 분들의 전화가 많이 왔는데 대부분 좋은 분들이었지만 일부는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윽박지르듯 말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터무니없는 사안으로 괴롭히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외부의 ‘고객’들을 응대하는 것에서 오는 고충만이 아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 중에서는 정말 착하고 나중에도 계속 연락하고픈 분들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기 마련이다. 나중에 지나고 나면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조교생활 과정에서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고 몇몇 직원의 어느 정도 ‘갑질’ 혹은 ‘무책임함’ 역시 감당해야 할 몫이 되었다.


오히려 몇 시간 추가근무를 하거나 그런 것은 큰 고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 함께 연장근무를 하는 것이고 그 연장근무의 이유를 이해했기 때문에,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인 낭비는 덜했다. 오히려 나 그리고 다른 조교들 몇 명이 받았던 스트레스는 외부의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 조교들이나 함께 일하는 일부 교직원에게서 나왔던 것 같다. 돈 벌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면 감수해야 할 몫이겠지만, 조교 근무를 마치고 나온 지금 생각해보건대 그것이 가장 큰 고충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교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학기 중 조교근무는 5시 반을 전후해 끝났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많아 곧바로 연구에 돌입하는 일보다는 그냥 쉬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학업을 우선시해야 하는 대학원생의 입장은 다른 학부생 조교나 아르바이트생들과는 조금 달랐다. 다양한 목적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장학금 그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조교들은 항상 학업이 지체되는 부담과 함께 해야 했다. 차라리 연구공간이 주어지는 조교들은 그러한 부담을 약간 덜 수도 있었지만, 학사지원부 같이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쪽에서는 그러한 기회를 찾기 힘들었다. 조교라는 정체성과 대학원생이라는 정체성이 잘 조화를 이루면 좋았겠지만, 시시때때로 충돌하거나 대학원생으로서의 생활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10번의 좋은 추억과 1번의 아쉬운 기억이 있으면 아쉬운 기억이 더 잔상으로 많이 남는 것 같다. 사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장학금이 가장 우선순위라 볼 수 있겠지만, 좋은 사람들과 여러 추억과 같이 무형의 자산들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생과 조교의 생활이 분리되어 힘들었던 것 만큼, 사회생활을 직접 경험하기 힘든 대학원생이 간접적으로나마 사회생활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쉬움이나 섭섭함보다는 감사함이나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된 것 같다.




기자재 관리조교 B씨, 조교 근무 관련 지침 부족해


기자재 관리조교는 일반적인 사무관련 일을 하는 조교와 다르다는 점에서 조교생활을 일반화하는 데에는 예외적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교생활의 목적은 학비를 마련하는 것이었는데 만족스럽게 초기에 바라던 생활을 했다. 기자재 관리조교 생활의 기억을 되새겨본다면 동전의 양면과 같이 두 가지 상반된 면이 있다. 기자재관리가 주된 업무이기 때문에 업무관리 관련하여 교직원의 개입이 적은 편이다. 기자재관리 조교 중에 한 명이 핵심적인 관리역할을 하고 있어서 교직원과 업무 관련하여 직접 이야기할 빈도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조교들 사이에 기자재를 다루는 지식에 대한 교육이 없고 특정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조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상이하게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개인 역량의 차이가 많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기자재가 오동작을 한다든가 이용자들에게 사용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경우다. 이때 대처할 수 있는 범위가 조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일상 속에서 기계 조작이나 전자 제품 사용에 익숙한 조교는 비교적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조교들의 경우에는 다른 기자재를 사용할 것을 권유하거나 능숙한 조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기자재뿐만 아니라 기자재를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관리에 대한 일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자재의 사용법 및 오동작 등 사용에 관련된 대응은 마련되어 있기도 하지만 예컨대 기자재실 청소는 누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없어서 조교들 사이에 마찰이 있기도 했다. 또한 건물청소하시는 분들이 기자재실을 청소하지 않고 기자재실 사용자가 쓰레기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두었을 때에는 청소하기가 쉽지 않았다. 청소를 하는 조교와 청소를 하지 않는 조교가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업무 영역이 아닌 개인의 봉사 영역에서 해석되는 경우가 있어 다소 불편함을 겪었다.




연구조교 C씨, 연구조교 여부 학생들에게 빨리 공지해야


개인적으로는 연구조교를 정하는 시기를 빨리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교수 입장에서는 연구조교를 정하는 일이 별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한 학기 생계가 달린 큰 문제다. 조교를 구하기 위해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다른 조교 자리를 구한 후에 연구조교를 하라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경우 구했던 조교 자리를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중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교수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심지어는 학사지원부에 연구조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마지막 날에 지도교수에게 연락이 와서 일터에서 뛰쳐나와 도장을 받으러 다니며 고생을 하는 경우도 봤다. 교수가 학생의 입장을 약간만 배려한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연구조교를 하면서 힘든 점은 근무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상시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라는 시간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조교는 다른 조교들과 달리 지도교수와 학생이라는 도제 관계로 묶이는 관계다. 그러다 보니 지도교수에게 일을 배울 수 있고 친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그만큼 과도한 열정 페이가 요구되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짊어지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조교와 학회 간사가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학회 간사들이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보수로 과도한 업무를 도맡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학회 간부가 소고기를 사주면서 어차피 나중에 자네가 근무하게 될 학회니 열심히 일해보라는 식이다. 이런 경우에 윗사람의 말을 흘려듣기란 쉽지 않다. 또한 연구조교나 학회 간사나 체계가 없이 해당 지도교수나 학회 성향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교들의 경우는 노조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라는 점도 한계다. 노동을 하고 있는 이상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제도적으로 단체 활동을 막는 구조다.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조교로 부림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식을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자발적으로 노예근성을 체화하는 것 같아 가끔 두렵다.




교육조교 D씨, 교직원 갑질에 좌지우지되는 조교생활


등록금을 내기 위해 조교를 시작했다. 지난 학기에는 행정조교로 근무하다가 이번 학기 들어서 교육조교를 시작했다. 교육조교는 등록금을 환불해주는 시스템이다. 나는 인문대생인데 함께 근무하는 조교는 이공대생이다. 인문대생의 경우 등록금이 480만원 정도이고, 이공대생의 경우는 등록금이 600만원 정도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 실제로 환불 받는 돈은 많게는 2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특별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교육조교를 하며 일주일에 20시간 일을 한다. 지난 학기에도 행정조교로 주당 20시간 근무를 했다. 행정조교를 일할 때에는 시급이 6000원이었다. 교육조교와 행정조교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받는 액수는 차이가 크다. 행정조교로 근무를 하면 주당 20시간을 근무해도 한 달에 56만원밖에 못 받는다. 한 학기로 환산하면 330만 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하지만 교육조교의 경우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받는 액수에는 차이가 있다. 행정조교와 교육조교를 가르는 정확한 기준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조교들의 경우 교직원 상대하는 것이 힘들다. 간혹 갑질하는 강사나 교수들도 있는데 그럴 때면 힘들다. 일례로 학교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있는 경우에 지정된 근무가 아닌데도 강제로 전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근무 외 수당을 주기는 했지만 상명하달 식으로 엄포를 놓는 방식이 다소 불쾌했다. 진행과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하자 교직원이 전체 조교들을 상대로 소집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행사 진행과 관련하여 교내에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면서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 교육조교로 일하기 전에 행정조교로 근무했던 곳에서는 교직원 갑질이 극에 달한 경우를 보기도 했다. 조교 중 한 명이 지각을 해서 교직원이 경고를 주었던 적이 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다음에 조교가 10분 일찍 나오자 교직원이 자기보다 먼저 나와 있는 것이 불쾌하다며 앞으로는 정각에 맞추어 들어오라고 했다. 설령 일찍 도착했어도 근무 장소 외에 다른 곳에 있다가 정시에 들어오라고 했다. 지금도 포탈에 들어가면 예전에 행정조교로 근무했던 곳에서 조교 채용 공고가 유난히 자주 올라온다. 조교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못 버티고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육조교의 경우 급여가 아니라 장학금을 받는 것인데 교직원들은 사실상 알바를 고용해 쓴다고 생각한다. 교직원 입장에서는 조교가 부하나 다름없기 때문에 조교의 근무조건이 교직원에게 사실상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나마 조교 자리도 많지 않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가 있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조교를 하지 않는다면 학자금 대출을 받는 수밖에 없는데 나중에 박사에 진학한 이후의 생활이 걱정스럽다.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질 텐데 걱정이다.



인터뷰 : 김태완 기자 1ovefor@naver.com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23: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