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엔티엔 드 라 보에시, 『자발적 복종』, 심영길, 목수정 역, 생각정원, 2015년

누구의 의지로 복종하는가

라 보에시는 복종의 가장 큰 이유가 ‘습관’이며 자유에 대한 ‘망각’이라 이야기한다. 절대권력을 인정하는 오랜 습성 속에서 인간은 자유를 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잃으며 용기도 함께 잃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자유를 되찾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라 보에시는 ‘자각’을 이야기한다. 자발적 복종을 끝내겠다는 자각이 시작된 순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복종을 거부하는 굴욕적인 세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진 것이지만 다수의 행동으로 반영되지는 못했던 생각이다. 왜그런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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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실비에 제르맹, 『마그누스』, 이창실 역, 문학동네, 2015.

세계의 폭력과 광기에 맞서는 한 소년의 성장담

제2차 세계대전 말미의 독일, 함부르크 상공에 포탄이 떨어진다. ‘고모라 작전’으로 가해진 대규모 폭격으로, 어린 소년 프란츠 게오르크는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는다. 존경받는 의사인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 소년은 무구한 마음으로 자신의 부모를 사랑했다. 그러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히틀러가 패전하며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의 최전선에 있었던 나치 전범자이며, 어머니 또한 나치 협력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 『마그누스』는 우리에게 폭력과 광기의 세계에서 태어난 한 소년의 뼈아픈 성장담을 우아하고 유려한 문체로 전해준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제자로 수학했으며 이후 프라하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소설을 썼던 실비에 제르맹. 세계를 유랑하며 잃어버린 과거를 복원하려 분투했던 한 소년의 영혼이 책장마다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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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을유문화사, 2015년

인간과 도시의 공유된 공간

이 책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작은 골목부터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이르기까지, 도시 속에 담겨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과학을 읽어 내고, 도시와 인간의 삶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를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종횡무진하며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건축학 교수이자 건축 실무경력이 있는 저자의 도시에 대한 논의가 궁금하다면 펼쳐볼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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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나카이 히사오, 『분열병과 인류』, 한승동 역, 마음산책, 2015

분열병은 어떤 ‘사회적 기원’을 갖는가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 정신의학자 나카이 히사오의 1982년 저서로서 정신병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인류와 정신병이 어떤 역사적인 관계를 맺었는지를 살피려는 목적 아래 쓰였다. 저자는 농경·목축사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분열병’이 나타났다고 본다. 사냥하는 주체이면서 사냥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수렵·채집민의 민감한 반응 능력이 질서와 체계가 잡힌 농경·목축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신병처럼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수렵·채집민의 예민한 기질이 분열병으로 받아들여지는 한편으로, 농경·목축민은 질서 정연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강박증’을 가지게 됐다고 본다. 그러나 나카이 히사오는 분열증를 곧 강박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결코 옳은 치료법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미개에서 문명으로 나아가는 서구 중심적 발전사관과는 다른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이런 관점으로 엮인 정신병의 역사서인 셈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2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