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신문을 읽고] ‘4월’의 무게 /사회학과 석사과정 이종훈



  겨우내 세차게 불던 바람도, 이 바람을 피하고자 두터운 외투의 옷깃을 여미던 사람들도 저마다의 무게를 덜어내고 한결 ‘가벼워지는’ 계절, 봄이다. 그런데 봄의 한가운데에 있는 4월은 언제나 유달리 ‘무거웠고’, 작년부터는 더 ‘무거운’ 달이 되었다. 교정 곳곳에 만개한 4월의 꽃들을 보면서도 4월에 “별이 된 아이들”을 떠올리노라면 마냥 감흥에 젖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4·3과 4·18, 4·19 사이에서 4·16을 기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4월의 대학원 신문이 ‘더해진 4월의 무게’를 집중적으로 얘기한 것에 나는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았고,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두 편의 [쟁점기획]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문인들과 원우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공통적으로 세월호 참사가 갖는 무게와, 참사 이후 1년의 시간이 갖는 무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쟁점기획]의 “세월호를 잊고 살았다”라는 기사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우리는 “영화에서나 봤을 듯한 사고를 ‘실황중계’로 본 경험”이 있다. 허무하게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쉽사리 잊히지 않을 것만 같았고, 참사 이후의 국면 속에서 국가 재난대응체계의 허술함과 참사를 자초한 민관유착의 폐해를 절감(切感)했다.


  하지만 당시의 충격과 분노, 허망함도 어느 순간에는 일상의 의식과 기억 아래로 가라앉아버리고 말았다. 희미해진 기억과는 대조적으로 참사를 둘러 싼 갈등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넘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문학의 선언”은 이러한 성찰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다. [학술동향]에서는 세월호 참사 및 이후의 국면들을 ‘행정관료의 책임성’, ‘참사의 정치화’, ‘미디어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소개하며 참사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와 성찰을 돕는다.


  요컨대 세월호 참사 자체의 무게에 더해 참사 이후 1년 동안의 무관심·망각·주저함에 대한 성찰적 죄의식이, 그리고 참사의 정치화로 인해 증폭된 갈등과 분노가 또 다른 무게를 형성하여 ‘오늘의 4월’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면을 통해 마주한 이 ‘무거움’의 원천은 언제까지라는 기약 없이 ‘앞으로의 4월’에 무게를 더할 것 같다.


  그런데 지면은 4월에 더해진 무게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었지만 이 무게가 ‘대학원생’인 나에게 얼마만큼의 ‘무게감’을 지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까지 해소해주진 못했다. 지면은 “지식(연구)노동”을 자기합리화 할 수밖에 없는 대학원의 현실을 성토하면서도,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나의 연구공간에 체화될 수 있는지, 혹은 체화되어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굵직한 전공서적과 구겨진 발제문이 뒤섞여 있는 내 책상에는 어떤 무게가 더해졌는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에게도 4월은 한 층 더 ‘무거워’졌는가? 나의 연구공간도 팽목항이, 안산이, 광화문이 될 수 있는 걸까? 반대로 팽목항이, 안산이, 광화문이 나의 연구공간이 될 수 있는 걸까?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들을 가끔 입 밖에 내었을 때 이를 일괄하여 “공감하는 만큼만 행동하라.”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여태껏 ‘무게를’ 중심으로 적어 내려온 데 맞게 바꿔보자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무게감을 느끼는 만큼 행동하라.” 쯤이 되겠다. 간명한 대답을 두고도 여전히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이 판단으로부터 말미암아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 정도의 ‘우유부단함’이라면 애당초 지면의 기사들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면에는 상술한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기사가 실려 있다. [시론 인터뷰]에 소개된 김익한 교수는 “일단 시간을 내라.”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안산에 내려가 사건 현장과 유가족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살아 움직이는 지식인’”이 될 것을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지식인의 ‘현장’과, 세부전공 연구자의 ‘연구공간’이 그토록 분절적인 것인가? 만약에 그렇다면 앉아있던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당도한 현장으로부터 연구공간으로 되돌아 온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 이전에 우리의 연구공간에서 ‘세부전공 연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인지? 이 기사가 ‘신문’만의 대답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좀체 해결되지 않는 고민과 의문이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나의 4월도 또한 한동안은 ‘조금은 다른 의미로’ 무겁지 싶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11: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