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연
본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2016년과 ‘시간강사법’

  “내가 교수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것은 대학원생이 마주해야만 하는 가장 잔인한 현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여건이 대학원생에게 ‘교수’라는 미래를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다수의 대학원생과 연구자는 ‘교수’라는 직함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이 아닌 ‘시간강사’라는 이름의 불안정한 연구 환경에 놓이게 된다. ‘교수’ 보다는 ‘시간강사’가 대학원생에게 더 가까운 미래라는 점에서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와 기타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시간강사법’은 대학원생의 피부에 와 닿는 사안이 된다. 2016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던 ‘시간강사법’은 2015년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개정안이 통과되며 그 시행이 2018년으로 또다시 유예되었다. 이미 두 차례의 유예를 통해 3년 동안 그 시행이 미뤄졌던 법안이 또다시 유예된 셈이다. 세 차례의 유예라는 드러난 현상만 봐도 ‘시간강사법’의 불완전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호 대학원 신문이 2016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던 ‘시간강사법’을 쟁점기획으로 다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호 쟁점기획에서는 먼저 ‘시간강사법’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금 짚어보는 것으로 지면을 열었다. 이는 법의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었지만 그 시의성은 법이 유예된 지금의 시점에서 보다 더 적절해졌다. ‘시간강사법’에 대한 사적 고찰은 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의 방향성을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강사법’과 관련된 논의는 그동안 대학원 신문에서 계속적으로 등장했던 주제였다. 지난호인 209호뿐 아니라 206호 대학원 신문의 기획에서도 시간 강사의 법적 지위를 다루는 기사가 있었다. 김태완 기자가 쓴 ‘시간강사의 지위는 법적으로 개선될 수 있나’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 글에서는 시간강사, 계약직 비정규교수, 대학이라는 ‘시간강사법’의 주요한 세 주체가 모두 서로 다른 이유로 법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전하며 시간강사의 법적지위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 판례와 법적지위의 역사를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이 글에서 시간강사의 법적지위에 대한 사적 고찰은 한 문단 정도로 정말 간단히 다뤘는데 당시 이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209호에서는 이를 보다 상세히 다룬 셈이어서 가려운 데를 긁어준 듯 시원했다.

  다만, 206호 신문에서는 ‘시간강사법’의 주요한 주체 중 하나인 대학의 입장이 짧게나마 적시된 반면 209호 기사에서는 대학의 입장을 언급한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 쟁점기획의 두 번째 기사라고 할 수 있는 “‘시간강사법’ 시행 한 달 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시간강사법’에 대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인문학협동조합 등 각 단체의 찬반의견을 심도 있게 다뤘으나 주요 주체 중 하나인 대학의 입장은 다루지 않아 다소 부족한 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전 지역의 몇몇 대학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간강사 감축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접했다. (중도일보, 2016년 1월 14일자 기사, “시간강사법 유예됐지만, 대학 인원감축 움직임”) 기사가 정확하다면 ‘시간강사법’ 시행이 예고된 순간부터 우려됐던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접했기 때문인지 그 아쉬움과 끝맛이 유독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시간강사법’이 다시 유예되면서 교육부에서는 내년 8월까지 수정안을 낼 예정이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법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수정될지 알 수 없다. 점차 유연해지는 노동환경 속에서 ‘시간강사법’ 역시 ‘악법’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학원생들의 계속적인 주목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호 학술동향에서 소개한 김서영 연구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전문가란 주변 사람들이 지겨워할 정도로 같은 일 또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모든 구차하고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세부들에 최대의 관심을 기울이며 느린 걸음으로 기약 없는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는 사람이라 한다. 시간강사법과 관련된 일들이야 말로 전문가적 자세가 필요한 사안이 아닐까 한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2015년과 마찬가지로 2016년에도 대학원 신문이란 전문가가 끈질기고도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줄 거라 믿고 있다.    

  딴 길로 새는 것으로 글의 마무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대학원 신문을 보는 개인적 습관을 얘기하며 삼천포의 입구를 열고 싶은데 내 개인적 습관은 신문을 맨 뒷면부터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집중이 필요한 읽을거리보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것들에 손이 가게 되는 듯하다. 특히, 지난 해 9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음악칼럼 ‘힙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대학원 신문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호에서는 디스에 대해 다뤘다.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던 경험이 더해져 개인적으로 힙합=디스라는 식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호의 칼럼 덕분에 선입견이 깨지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208호 대학원 신문에 실렸던 힙합과 랩의 관계를 다룬 내용과 함께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으로 기억될 것 같다. 맨 뒷면을 보고 난 뒤에 보는 것은 대체로 기자칼럼이다. 기자칼럼을 보면 대학원 신문이 누군가의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 생산물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되기도 하고 그 사람의 관심사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대학원 신문에 대한 고마움과 친근감이 드는 것은 물론 덤으로 따라온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9:4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