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해외로 나갈 기회가 생길 때 마다 늘 하게 되는 생각 중 하나는, 깨끗한 공중 화장실을 찾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를 방문했을 때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장실 뿐 만이 아니라, 공항이나 백화점, 유명 관광지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해외의 공공시설을 방문할 때마다 늘 기대보다 지저분한 상태를 목격하게 된다. 유럽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에게서는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 시설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지에 대해 토로하는 회고담을 쉽게 들어 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한국의 공공시설과 공중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우리는 해외에 나가서야 새삼스레 그동안 우리가 사용해왔던 공간의 청결함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청결함이라는 가치가 그냥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끊임없는 육체노동에 의해서만 겨우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밖에 나가서야 깨닫는다. 닦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치우지 않으면 쓰레기통은 어느새 넘쳐 있기 마련이다.  


이번 달 본지에서는 새로운 해의 첫 발행을 맞이하여 3면에서 학내 청소 노동자 문제에 대한 기획 취재를 진행하였다. 학내 청소 노동자들은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밖으로 나와 제 목소리를 내고 나서야, 그들이 여기에 늘 우리와 함께 있어왔다는 사실을 비로소 떠올리게 된다. 드넓은 학교 부지에 자리한 많은 건물들, 그리고 그 안의 강의실과 회의실과 쓰레기통과 화장실을 수없이 사용해오면서, 그곳들의 청결함이 마치 저절로 그리 된 것인 양 당연하게 생각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간의 청결함이란 반드시 누군가의 세심한 손길을 거치고 난 후에야 실현되는 속성이다.


학내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에게 요구하고 있는 사항들은 거창한 수사가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장받기 위한 것들에 불과하다. 그들은 학생, 교수, 교직원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학내 구성원으로서 바로 여기에, 우리와 함께 있다. 하나의 학내 구성원 집단으로서 필요한 것을 요구할 권리가 그들에게도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행하는 육체적 노동의 경제적 가치와 노동 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지친 두 다리를 뻗고 휴식을 취할 만한 최소한의 공간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들의 요구를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청소 노동자라는 직업이 자리한 위치를 고려해보았을 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의 불안정성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실린 용기가 더없이 소중하다.    


청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유지되는 학내 공간의 청결함이란 얼마나 허망하며, 또한 얼마나 위선적인가. ‘여기’는 바로 우리의 연구와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우리의 공간이다. 청소 노동자들의 권리와 투쟁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의 소중한 관심이 필요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5:2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