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강사를 위한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요구되어야 할 때

대학시간강사의 생계와 처우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2010년 조선대 강사가 자신의 방에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대 시간강사 자살 사건’ 직후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는 세간의 이슈로 떠올랐다. 그의 방에는 대학 구조의 최하위층에 자리한 한 시간강사가 그간 겪어야 했던 부당 대우에 관해 서술된 긴 유서만이 남아 있었다. 정부는 이듬해인 2011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른바 ‘시간강사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시간 강사를 대학의 직원으로 인정하며, 강사의 계약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지에서는 현재 철저한 ‘을’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간강사의 처지와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관해 심층적인 취재를 진행하였다. ‘시간강사법’은 2016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에 있다. 그러나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대학에서는 기존의 시간강사들이 진행했던 강의를 대폭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4만~6만원인 평균시급이 1만원이 인상되며, 시간 강사들의 4대 보험 가입도 의무화되어 대학들의 재정 부담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대학들은 기존의 시간강사 중 일부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재정 부담을 피하기 위한 방편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꼴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의 해결 방안을 담고 있지 못하다. 강사들의 지위를 전임교원으로 승격시켜준다는 이 법안은 교육공무원법, 사학연금법 등을 적용할 때에는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에 발이 묶인다. 결국 단기 계약과 저임금으로 교원을 임용하겠다는 이야기다. 전임교원의 자리가 확충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시간강사들이 맞닥뜨린 고용 불안과 생계 곤란의 문제는 개선의 여지 없이 여전히 지속된다. 결국 전임교원이라는 이름만 얻을 뿐, 계약기간만 6개월 늘어난 아르바이트생 신분에서 조금도 나아질 것이 없다.
이것은 비단 시간강사들만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의 대학은 시간강사의 강의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구조를 하고 있다. 그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졸업시키기 위해 개설되어야 하는 무수한 강의를 누가 맡을 수 있다는 말인가. 당장의 생계와 최소한의 명예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강의와 양질의 대학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언제 백수 신분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무턱대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강사 개인 차원에서의 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교육과 학문 전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시간강사들이 처한 당장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시점이다. 방학 중 연구비 지급, 강의료 인상, 전임교원 확충 등 구체적 정책이 수반된 대체 법안이 발의되는 그날까지, 대학 내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0:4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