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 쟁점기획: 이번 쟁점기획에서 본지는 경성대학교에서 부당해고 소송 끝에 패소 판결을 받은 민영현 씨의 사례를 소개한다. 민영현 씨는 패소 판결 이후 학교 측에 막대한 소송비용을 물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2015년 7월 24일, 전(前) 경성대 철학 강사 민영현 씨는 법원으로부터 한 통의 서신을 받았다. 서신에는 “원고 패소 소송비용 최종 결정문: 합계 18,273,305원”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민 씨는 경성대학교 측으로부터 내용증명서 한 통과 함께 해당 금액을 오는 8월 31일까지 입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변호사인 지인과 통화를 하니 “아무래도 시범케이스인 모양이다. 감히 다시는 시간강사들이 이런 일로 소송을 걸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밟아 줄 모양이네.”라고 말했다. 민 씨는 아내와 아들이 충격을 받을까 염려되어 일주일 동안 아무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대학에서 24년간 시간강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쳐 온 결과였다.

24년간 근무한 학교에서 갑작스레 해고 통보 받아
지난 2013년 6월, 민영현 씨는 학과장이 보낸 이메일 한 통으로 24년간 강의해 온 경성대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민 씨는 24년간 근무한 학교에서 사전 언급 없이 갑작스럽게 해고한 것은 누가 모아도 부당한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부당해고 소송을 시작했다. 민 씨는 경성대를 상대로 강사지위 회복에 관한 가처분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경성대학교와의 법정투쟁은 2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민 씨는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 노동부 등 관계 기관에 수차례 질의했으나,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회피의 답변을 받았다. 주관 부서인 교육부에 문의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교육부에서는 공문서 상의 부당성에 대한 문의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한 채, 개별 학교에서 집행한 일이라는 식의 성의 없는 답변들만 되돌아왔다. 민 씨는 사법부의 상식과 헌법에 명기된 최소한의 기초한 판단을 기대하여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민 씨는 2014년 4월 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역시 패소했다. 류승완(전 성균관대 부당해고 강사)에게 문의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신 씨는 마지막으로 2014년 12월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그러나 2015년 4월 9일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1항 각 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어, 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최종 판결을 받았다.
민 씨가 2년에 걸친 재판의 과정에서 준비한 글은 200여 페이지가 넘었지만, 최종 판결문에 기록된 글자는 200자를 넘지 않았다. 민 씨는 대한민국에서 일개 강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서글픔과 울분을 느꼈다.
부산 동부지원의 2번에 걸친 심리 과정에서는 민 씨가 전국 노조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경성대 외에 민 씨가 근무하던 타대학에서는 후원의 밤을 개최하여 민 씨를 돕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민 씨는 이들에게 가슴 깊이 감사함을 느꼈지만, 막대한 배상금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난한 시간강사를 상대로 거액의 배상금을 물리는 학교 측의 행태에 울분이 느껴졌다. 반평생을 바쳐 온 강의 근로의 마지막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한국 대학사회의 현실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고 막막할 뿐이었다.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이 글은 민영현 씨가 작성한 <강사지위확인 등에 관한 재판, 전체 경과보고서>를 토대로 재구성된 것임을 밝혀 둡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