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광장의 밖’에서 시작하는 연대

  지금, 청년 세대가 겪는 절망은 ‘3포 세대’라는 용어로 요약된다. 여기에 ‘취업빙하기’라는 말까지 더해보면, 청년들은 스스로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이것은 비단 청년 세대만의 문제일까. 혹은 ‘포기’하지 않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지난 달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는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 정치 운동에서 익히 알려진 얼굴 외에 30대의 젊은 후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청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해 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세대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한 조성주 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노회찬, 심상정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본지에서는 정의당 부설연구소인 미래정치센터에서, 얼마 전 이 연구소의 소장으로 부임한 조성주 소장과 함께 청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 문제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것
  조 소장에 따르면 청년 문제는 단순히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에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 정치운동에서의 대학생, 혹은 청년들은 ‘운동의 선봉대’,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하는 이들’ 정도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터무니없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한 학자금 대출,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나아가 취업 고민까지 청년들은 그들 나름의 심각한 고충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청년들이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운동의 전위를 맡을 수 있을까. 제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한편 이런 관점에서 청년들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결국 이들의 고민은 사회 전체의 노동환경과 연관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고용이 보장된다면 학자금 대출은 취업과 관련된 전문성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상쇄되는 것이라는 논리를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고용, 노동 환경에 그런 논리를 적용시키긴 어렵습니다. 결국 청년 문제는 사회 전체의 노동 환경과 복합적으로 연관된 것이고, 한편으로 그러한 노동 환경의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는 청년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청년들의 ‘집’
  위와 같은 이유에서 청년 문제에 주목하는 조 소장은, 지금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청년 문제로 ‘주거 문제’를 꼽았다. “앞에서 이미 이야기했듯 청년 문제는 곧 노동 환경의 문제입니다. 이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볼 때 특정 시기마다 두드러지는 문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청년 문제와 관련해서 현재 가장 예민하게 드러나는 문제는 주거 문제입니다. 세대 갈등이 노동 시장에서의 그것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위에서 말한 청년의 노동 환경, 나아가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중산층에게 ‘집’이란 자산이고,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하락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반면 청년들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절대로 정상적인 노동을 통해 집을 살 수 없지요. 청년들은 점점 주택 소유를 포기할 것이고, 그러면 집값이 떨어집니다. 기성세대는 이를 막으려 할 것이고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표와 청년층의 표가 갈리게 됩니다. 즉, 서로의 ‘삶의 질’과 관련하여 청년 세대와 다른 세대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지요.”

-‘20만개의 일자리’라는 허상
  조 소장이 제시한 주거 문제는 정상적인 고용, 노동 환경에서의 수익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주택 가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건강한 노동 환경 조성에 대한 문제로 돌아가는데,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고용절벽대책’에 대한 조 소장의 견해를 물었다. “사실,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정부가 밝힌 20만이라는 숫자는 허상입니다. 실제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4만 개이고, 그것도 여러 해에 걸쳐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16만 개는 취업 훈련, 인턴 등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회’가 아니라 건강한 노동 환경에 기반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속적으로 말해왔지만, 첫째로 일자리의 양을 늘릴게 아니라 노동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일자리란 현재의 생활을 영위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단기 고용, 비정규직 등의 일자리는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새롭게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인턴,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데 드는 비용을 노동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금, 이직이나 휴직 기간 동안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더 좋은 직장을 찾지 못하고 이른바 ‘묻지마 취업’을 감행하게 됩니다. 셋째로는 주거비 등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6,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던 임대 아파트 등의 제도는 지금 부활시킬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2세대 진보정치,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지난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서 2세대 진보정치의 구호로 조소장이 내건 것은 ‘노동 밖의 노동’, ‘광장 밖의 시민들’,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등이었다. 또한 저작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에서 그는 20대들이 “짱돌을 드는 것”보다 “자기 세대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기”를 바란다고 적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주목하는 청년 문제의 해결, 그리고 이를 위한 것으로 그가 강조하는 2세대 진보정치에서 위와 같은 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물었다. “제가 말하는 ‘2세대 진보정치’는 기존과 다른, 혹은 진화된 진보정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분명 진보 정치를 ‘저항의 요새’에서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진입시킨 것은 이전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성과입니다. 다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청년, 노인, 여성 등이 주변화되는 동안 진보 정치가 그들의 시각에 맞춰 적절히 반응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기존의 진보 운동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낭만적이거나 안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광장 밖에서 이들의 문제에 주목하고 활동해온 사람들의 방법과 광장 안의 사람들의 방법은 세대적, 혹은 경험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과 ‘연대’는 방법보다는 태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약자들의 저항일수록, 자기 편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가 될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우선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설득’과 ‘연대’가 가능해집니다. 단순히 ‘저항’을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승산이 크지도 않은 방식입니다. 제가 청년 유니온을 통해 하고자 했던 것도 작은 승리들을 통해 변화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단순히 큰 싸움을 위한 ‘선동’을 하고자 했다면 잠시 한 번 주목 받는데 그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광장 밖의 사람들에게는 한 번의 장렬한 싸움이 아니라 작은 싸움에서의 승리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의 큰 싸움은 패할 경우 일진일퇴하는 것이 아니라 단 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후의 진보 정치는 광장의 밖에서, 그리고 ‘노동 밖의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 인터뷰: 문장원, 최은혜 기자
■ 정리: 문장원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5: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