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녀 대학원생들과 함께하는 대학원 문화 건설을 기대한다


배상미(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204호 대학원 신문의 기획은 유자녀 대학원생의 고충과 이것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에 대한 소개였다. 고정적 성역할의 변화와 비정규직의 증가 등 사회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저출산이 한국사회의 ‘문제’가 되면서 그동안 사회적 의제가 되지 못했고, 개인적인 일로 치부했던 육아가 사회문제로 논의되게 된 맥락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번 기획기사는 사회인으로서 미숙한 지위에 있다고 간주되는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그동안 육아의 주체로 거의 호명되지 않았던 대학원생을 엄연한 육아 담당자로 제시하고, 이들의 문제를 학교가, 나아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의제를 던지고 있다. 기사의 기획취지에는 상당부분 공감하는 바이며, 앞으로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원생에 대한 대학원 신문사의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그러나 기사를 읽으면서, 기획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사 안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대학원생을 피해자로만 조명하는 기사의 초점, 그리고 학내 신문임에도 불구하고 학내에서 유자녀 대학원생의 문제가 논의된 사례에 대해 전혀 취재하지 않은 문제들이 보인다. 이번 호 대학원 신문에 실린 유자녀 대학원생 관련 기사들은 모두 “부모 학생/연구자”, 혹은 “부모 대학원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대학원생 역시 공부 뿐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기위해 “부모”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모”라는 용어는 이성애 부부를 전제하기 때문에 다양한 유자녀 대학원생들을 명명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현재 싱글이면서 아이를 키우는 대학원생들도 있을 것이고, 성소수자 커플로서 아이를 키우는 대학원생도 있을 것이다. 202호에 실린 선민서 기자의 칼럼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은 모든 사람을 이성애자로 간주하는 사람들을 성소수자에게 “잠재적 가해자”라고 지적하면서,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 폭력적인 한국사회의 단면을 지적했었다. 이번호 기사에서 등장하는 “부모 학생”이라는 용어 역시 자녀양육자로서 성소수자들을 소외시킨다. 대학원신문이 성소수자를 소외시키는 사회 분위기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면, 기사를 작성하고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


  이번 대학원신문에서는 대학원생으로서 자녀를 양육하기 어려운 상황이 주로 조명되었다. 유자녀 대학원생의 실태를 알리고, 그 심각성을 보도하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겠지만, 유자녀 대학원생들의 한숨과 눈물보다 이들이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에 좀 더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사의 취지가 유자녀 대학원생들을 절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학내에서 육아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라면, 대학원생들이 스스로 보육환경을 변화해낸 사례들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사에서 언급했던 “맘인스누”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고려대 내에서 유자녀 대학원생들의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대학원 신문에서 전혀 취재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학원 총학생회와 교직원 노동조합에서는 학생과 교직원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었다. 이미 퇴임한 김병철 총장도, 결국 공약(空約)으로 끝났지만, 보육시설 설치를 약속했었다. 대학원신문은 ‘고려대’안의 이슈를 다루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고려대에서 보육환경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을 취재했어야 했다. 서울대의 사례와 해외대학의 사례만을 이용하여 현재 유자녀 대학원생의 실태와 그 개선방안을 전망해본 것만으로는 ‘고려대’ 대학원신문의 본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필자는 일본의 와세다대학과 영국의 런던대학(SOAS)에서 공부하면서, 유자녀 대학원생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학생들과 교수들의 태도에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 유자녀 대학원생들의 학업과 육아병행은,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학내 구성원들도 아이를 함께 ‘돌본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육아문제에 관한 구성원들의 폭넓은 공감과 지지는 학교와 사회의 제도개혁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한국사회의 육아문화의 변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22: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