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기획] 타자가 바라본 대학원생


대학원은 대학원생이 아닌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면 현재 한국사회에서 대학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취업을 위해서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제일 강한 듯하다. 학위를 받고 취업에 ‘스펙’으로써 강화하려는 의도나,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이 되지 않으니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식은 너무나도 일반적이다. 오히려 정말 ‘공부’에 뜻이 있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오해를 받기도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인터뷰 내용 중 “공부를 해서라도 얻고 싶은게 있으니까 간다는 생각이 든다. 적성이나 연봉 면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으려고 가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는 곱씹어 볼만 하다. 얻고 싶은 것이 없는 것 보다는 공부라도 해서 더 나은 대우를 받으려고 하는 의지가 대단해 보인다는 뜻으로 보이는 이 표현은 현재 대학원의 입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또한 대학원이 위치하고 있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통계청에서 2014년에 사회조사를 통해서 살펴본 ‘학생이 기대하는 교육수준 및 목적’에서는 기대교육수준이 고등학생 이하가 3.4%, 4년제 미만 대학교가 13.5%, 4년제 대학교가 61.9%, 대학원 석사가 10.8%, 그리고 대학원 박사가 10.5%로 4년제 대학교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또한 당연한 결과일 수 있지만 고소득일수록 대학원 박사를 기대하는 응답이 높았다. 이것을 보면 사람들은 대학원 생활권에 있는 대학원생이 느끼는 것처럼 대학원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학력인플레이션으로 대변되는 ‘과거의 대학 졸업장은 현재의 대학원 졸업장’이라는 표현이 고소득 계층과 고소득 계층에 진입하려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대학원 학문의 원래 의미를 놓고 보았을 때, 취업을 위해 대학원 공부를 통해서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기술을 익혀야 할 정도라면 분명 전문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가장 많이 필요로하는 일반직종의 근무를 위해서 이렇게 전문지식을 미리 쌓아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만약 실제로 필요하다면 교육제도의 공급과 기업의 필요에 따른 수요는 논의해볼 충분한 여지가 있을 것이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그리고 일상생활의 측면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공부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대학 졸업 이전에 예비 대학원생이 되는 학생들, 회사나 ‘사회생활’을 하다가 필요에 의해서 대학원생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공부의 꿈을 잊지 못해서 다시 공부하는 사람들처럼 대학과 대학원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 중에는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까지 지원받으며 공부하는 대학원생, 부모님에게 학자금을 지원받는 대학원생, ‘근로장학금’과 같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학교안에서 스스로 마련하며 공부하는 대학원생, 그리고 외부의 지원없이 스스로 학교외부에서 경제활동을 유지하거나 과거에 모아놓은 자금으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는 대학원생 등 다양한 종류의 학생이 있다. 물론 ‘국내파’인지 ‘유학파’인지에 따라서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정 학문 분야에서는 ‘공부’로써 전문적인 직업을 얻고 싶다면 ‘유학파’가 되라는 조언을 강하게 듣기도 한다.


대부분 학문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경제적 선진국으로서 만만치 않은 생활비와 더욱 만만치 않은 학비를 필요로 하기에 국내에서 공부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한다. 물론 언어나 문화는 별도이다. 얼마전 미국 유학생들을 15년간 종단연구해서 미국 유학생의 민낯을 밝혔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아마도 이러한 연구의 내용 중에 많은 부분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유학생’들을 통해서 이미 국내에 많이 알려졌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지배받는 지배자’라는 표현에 공감된다는 의견이 많다. 연구자 본인 또한 미국 유학파인 저자는 학문의 뿌리나 방법론은 미국에 두고 있지만 연구의 내용은 한국에 대한 것이라는 ‘트랜스내셔널’한 미국 유학파의 특징 때문에 독창적인 연구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그럼에도 미국 유학을 가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한국 대학원의,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한국 대학원이 부여하는 ‘학위’가 가지는 학문적 또는 사회적 인식을 잘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학원’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어가는 장소이다. ‘대학원생’이 되려는 사람들은 다양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또한 공부를 해야해서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원생’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다른 직업군으로 전환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서 전문가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비율인지는 다를 수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대학원생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얼마전 대학의 시간강사 관련 운동을 하시는 분의 말씀을 들어보면 ‘진짜 고수’는 교수가 아닌 시간강사나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연구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한다. ‘무림고수’를 찾는 것 같다. 명성을 그다지 원하지 않고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도 있기에 드러나지 않은 곳에 있는 뛰어난 사람의 존재는 그리 놀랍지 않다. 오히려 드러난 부분에서 연구를 하는 교수나 연구진들이 그들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잠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일 것이다. 교수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진들도 뛰어난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명성’에 어울리는 연구 이외의 일도 많을 것이다. 연구 외적인 일이 많아진다면 본업인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집중하는 사람에 비해서 ‘고수’가 될 가능성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높은 경제적 보상과 명성, 그리고 다양하고도 흔히 보기 힘든 ‘연구자료’로 한층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사회에서 본다면 양쪽다 필요하다. 서로 상호보완의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하지는 않더라도 서로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명성과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도 못할 것이고, 연구를 하는 사람이 모두 청빈하게 연구에만 몰입해야 하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대학원’이라는 공간에서 이러한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껴안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위한 토대가 탄탄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기본적으로 학문과 연구라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원’은 학문과 연구라는 기본적인 토대가 탄탄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근래에 대학 수준의 교육에 대해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온라인 열린 강의는 대학 자체의 필요성에 질문을 던진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온라인에서 유명강사가 강의하는 녹화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상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그 유명강사들은 미국 유명대학의 이름있는 교수들이 강의한 것을 녹화한 것이다. 아마 전공자라면 논문이나 책에서나 볼 만한 강연자의 동영상 강의인 것이다. 학문을 함에 있어서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서로 토론이나 문답방식을 이용하는데, 동영상 강의는 이런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하려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좀더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고 비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공간인 대학원에서는 충분한 학문을 하고 있을까. 만약 충분한 학문을 하지 않는다면 거의 무료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강의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학위’를 준다는 점, ‘동료’들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 정도가 아닐까.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은 유수의 대학들이 연합하여 ‘학위’도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대학들도 그 연합에 참여하였으니 대학의 ‘학위’와 그 연합 프로그램의 ‘학위’를 비교해볼 일이다. 이정도 상황이면 대학 시스템의 대변화를 주장하는 것이 허무맹랑한 것 만은 아닐 것이리라.



대학원생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살펴보면 ‘대학원(大學院)’이란 단어를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학문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 공부하는 곳이란 뜻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 본래의 뜻이 무색할 정도이다. 최소한 대학원생이 아닌 타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이 ‘대학원’의 뜻에 학문 그 자체를 위한 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설명이 붙는다면 더욱 단어의 뜻을 현실속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대학원을 나온 사람, 대학원에 갈 생각이 없는 사람, 대학원에 갈 예정인 사람으로 나누어 본다면 과연 대학원 과정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대학원의 학위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최종결과물인 학위를 얻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학위를 받으라고 권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원 석사학위 정도는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 충분히 의미있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보통 석사학위 2년은 보다 나은 취직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는 분위기였다. 취직도 잘 될뿐더러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보내는 기간이 무척 짧아 회사생활에서 충분히 학위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느꼈다. 이런 시기에 대학원을 나온 사람이라면 효율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석사학위 기간을 회사에서 경력으로 인정받을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위가 우대되기는 하지만 좀 달라진 것은, 학력인플레이션 때문에 학위가 있어야 입사하기 더 좋지만 기업에서 처우에 대한 보상이 과거처럼 파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도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는 시기에 맞추어, 또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같이 큰 물결에 따라 상황이 바뀐 것도 있을 것이다. 높은 직위의 직원의 수를 줄이고 낮은 직위의 직원으로 대체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이고 젊은 사람들의 체력과 열정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의 전략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대학원 공부를 하라고 추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볼 수 있다. 아마도 대학원 하나만을 놓고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나도 사회적 배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종합적인 이야기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학문’ 그 자체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위’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학위’의 가치가 대학원 생활의 가치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젊은 대학원생이 그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고 여겨지는 20대에서 30대의 나이를 대학원에서 보내고 있는데, 그들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학문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흔쾌히 대답할 수 있는 대학원생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대학원은 도구로써 ‘학위’라는 자격증을 얻기 위한 경향이 강하기에, 학위를 얻기위해서 공부하는 것이지 학문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실 사람의 일생을 놓고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 인생을 한발짝 한발짝 만들어 간다는 것 보다는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타자의 인식의 틀’에 자신의 인생을 끼워 맞추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없거나 모험적이라는 평을 듣게 된다. 이렇게 일생의 과정이 구조화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심하겠지만 구조화가 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20대와 30대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시기라는 것에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보통 이 시기에 결혼과 같은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더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인생의 과정에 있어서 충분히 회복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시기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투자하고 있는 대학원생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빛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을까. 이 정도가 되면 현직이나 예비 대학원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논의거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학문의 전당으로 인식되던 대학원은 이제 사회생활에서 생존을 위한 도구를 성취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과연 이러한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어야 할지, 대안을 논의해야 할지, 틀린 말이라고 비판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2: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