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기획]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대학원은 취업 도피용, 학벌 세탁용 아닌가요?



대한민국에 대학원이 처음 개원한 것은 1947년이다. 공식적으로는 1949년 12월 31일 ‘교육법’의 제정과 함께 대한민국 대학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962년에 대학원 수는 25개에 불과했고 2,904명의 대학원생이 제적할 뿐이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의 영향으로 연구중심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제도가 마련되며 대학원의 양적 팽창이 시작되었다. 1990년 이후 대학원 수는 900여개 이상으로 증가했고 2014년 기준 1,209개의 대학원이 설립되었다. 대학원 수의 증가에 따라 대학원생 수도 크게 증가했다. 2014년 기준 대한민국의 대학원생 수는 무려 33만 872만 명에 이른다. (자료제공: 대학교육연구소). 이렇듯 양적 팽창은 대학원생 집단에 대해 대학원 외부의 사람들은 어떤 인식을 보이고 있을까. 본지는 대학원에 재학하지 않는 외부인 6명을 대상으로 대학원생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공과대학 신입생 A씨, 대학원생 보면 조교가 먼저 떠올라

먼저 본교 공과대학에 올해 입학한 A씨(남․20세)는 대학원생들을 보면 먼저 조교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조교예요. 공대생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보기만 짜증나는 사람들이죠. 조교들이 수업에 들어와서 출석 체크를 하고 과제를 통보해주거든요. 저희에게 싹싹하게 잘해주는 조교도 있지만 무뚝뚝하고 말도 잘 안 들어주는 조교도 있죠. 그런 사람들 보면 그저 짜증날 뿐이에요. 조교하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 커리어 쌓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석사로는 부족하고 기업에서도 박사학위 있으면 대우해준다는 말도 있으니까. 적성 면에서나 연봉 면에서나 대우 받으려고 있는 사람들이죠. 인문계 쪽에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대학원에 간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원 공부가 힘들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얻는 것도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도 뒤처지고 다른 방식으로도 명예를 얻을 수 있을 텐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연봉도 형편없는 수준일 텐데요.”



경영대학 3학년 B씨, 취업 도피용으로 대학원 가는 사람 많아

본교 경영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B씨(여․22세)는 대학원에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취업 도피용으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저는 졸업 이후에 취업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받아주는 기업이라면 어느 곳이든 들어가고 싶어요. 대학원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4년 공부하기도 벅찬데 자기 돈 내고 공부를 더 해야 하잖아요. 공부 난이도도 높은데 주변 선배들을 보면 교수님 비위도 맞추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등록금 면에서도 공부 난이도 면에서나 힘들 것 같아요. 인문계 대학원 다니시는 분들 보면 대체로 학벌 욕심이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학사보다는 석사가 가방줄이 길고 박사보다는 가방줄이 긴 거잖아요. 제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취직이 안 되니까 대학원 한 번 가보자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취업이 안 됐을 때 대학원이라도 가는 게 아무 것도 안 하고 백수로 있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경영대에서는 대학원을 특히 미국으로 많이 가는 편이에요. 유학 가는 분들을 보면 돈이 많구나 교수 생각하는구나 싶고 마찬가지로 학벌 욕심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요.”



사범대학 졸업생 C씨, 대학원생의 종착점은 경제적 막막함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C씨(여․26세)는 취업 도피를 하려는 사람이든 학문을 하는 사람이든 공통점은 경제적으로 막막해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 졸업하면 뭐라도 되겠지 하면서 막연한 생각으로 가게 되죠. 이력서 한 줄이라도 더 쓰려는 생각으로 가만 막상 졸업해도 확실해지는 것은 없죠. 공부를 하고 싶어서 가는 사람들은 박사까지 하거나 유학을 다녀와 교수를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일단 교수 자리가 너무 없고 교수가 못되면 연구직이 있다든가 연구할 수 있는 자리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리도 부족하죠. 아니면 프리랜서처럼 활동하면서 자기 소득도 보장되고 지적 즐거움도 추구할 수 있는 자리에 가면 좋은데 그런 자리도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밖에서 보면 대학원생들은 찌들어 사는 것 같아요. 대학원에도 학생회가 있다고 하지만 학교 행정에서 소외되어 있고 관심도 덜 받는 것 같고요. 학부 학생회는 제대로 못하면 비판을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라는 주문을 많이 받잖아요. 그런데 대학원 학생회는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저는 학부 4학년 때 간식사업 포스터를 보고 대학원 학생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만큼 학문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주변의 시선이나 배려를 못 받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C씨는 한때 취업 도피 차원에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한 적이 있으나 이내 접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대학원에 갈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임용고사 준비하기가 힘들어서 도피성으로 생각을 했었죠. 주변에 사범대 졸업하고 임용 떨어지면 대학원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요. 대학원 나오면 호봉을 더 쳐주기도 하니까요. 말로는 호봉 더 주니까 간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취업 도피용인 것 같아요. 타이틀 따려고 가는 거죠. 그런데 취업유예나 타이틀 따려고 간 사람과 학문하려고 간 사람들이 겉으로 봤을 때는 다른 게 없어요. 별로 노력 없이 돈만 들여서 대충 학위만 딴 사람도 다를 바가 없는 거죠. 도어라는 교육학자가 ‘졸업장병’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학위가 요구하는 수준과 실제 자신의 수준이 불일치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예요. 저는 우리 사회에 졸업장병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언론 직종 공기업 회사원 D씨, 대학원생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인문계 대학원을 졸업하고 언론 직종 공기업에 근무 중인 D씨(여․30세)는 한때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적이 있지만 마음을 접었다. 한국 사회에서 학문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불안정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주변에 대학원에 입학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선 돈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취업 도피로 가든 공부하러 가든 갈 만하니까 가겠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죠. 주변에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대학원 나와서 더 빨리 승진하는 경우를 보면 부럽기도 해요. 사원으로 갈 거 과정으로 가고 연봉 차이도 나는 걸 보면 부럽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주변에 정말 학문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간 사람들을 보면 많이 걱정돼요. 한국은 출산율도 저하되는 탓에 초, 중, 고등학교도 통폐합되고 대학도 축소되는 추세잖아요. 다들 교수되려는 생각일 텐데 자리는 갈수록 없어지겠죠. 게다가 대학원생들은 복지의 측면에서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요즘 대학생들만 해도 사실상 부모가 386세대고 정치적 의제들을 제출하는 세대잖아요. 게다가 대학 인구는 75% 가량 되니 사회적 차원에서 보호 기제가 작동하고 있죠. 많은 대학들이 학부 등록금 인하해달라는 시위에 대학원 등록금으로 올려서 충당하려 하잖아요. 사실상 대학원생들은 안전망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거죠. 고비용을 내서 저희가 선택한 것이니 알아서 감당하라는 거죠.


사실상 저만 해도 갈만 하니까 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주변에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지인들이 많이 있는데도 사실상 그런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학생회도 잘 운영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부 때야 정치적 커리어를 쌓는다는 의미로 활동할 수 있겠지만 대학원생은 그럴 형편도 아니잖아요. 대학원생이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되면 공부는 안 하고 딴짓 한다고 눈치 보이기 십상이죠.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사실상 교수가 인사권자나 다름없는데 이런 식으로 눈치가 보이면 더군다나 활동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정치적인 면에서도 복지의 면에서나 대학원생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계설계 직종 회사원 E씨, 기업에서 대학원은 사실상 학벌 세탁용

이공계 대학원을 졸업하고 기계설계 직종에 근무 중인 E씨(남․38세)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원은 사실상 학벌세탁용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원하는 학력 수준에 맞추려면 학부를 잘 나오든 대학원을 잘 나와서 최종학력을 맞추어야 합니다. 본인이 일을 아무리 잘 해도 회사 인사팀에서 통과되려면 번듯한 학벌이나 거창한 이력이 필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 뽑으려고 해도 인사팀에서 걸리게 돼요. 은행이나 기업에서 사원을 뽑을 때부터 고졸, 대졸, 대학원졸을 구분해서 뽑는 회사는 내부적으로 계급이 구성돼요. 처음에 특정 계급으로 인식되면 회사를 다니면서 학력을 업데이트한다고 해도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죠. 예컨대 고졸직 사원이 근무 중에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입사할 때부터 대졸이었던 사원들이 쉽게 어울려주지 않습니다. 회사에서는 제도적으로 대졸사원으로 처우를 업데이트해줄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유리벽이 존재합니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대학원 졸업장이 학벌세탁용으로 쓰인다고는 해도 내부적으로 보면 완전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소위 말하는 번듯한 회사에서는 입사를 결정하는 요소로 여전히 학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승진이나 이직시에도 중요하죠. 그러다 보니 학력 인플레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 재직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생각에 학력 업데이트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공계 분야는 수명이 워낙 짧다보니 기술직으로는 마흔 정도가 되면 계속 회사에서 근무할 것인지 다른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결혼도 하고 처자식도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회사에 붙어 있어야지요. 그러려면 야간대학원이라도 다녀서 학벌 세탁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고요.”



경영관리 직종 회사원 F씨, 고액 등록금으로 졸업 이후 고생하는 대학원생들

경영관리 직종에 근무 중인 회사원 F씨(남․45세)는 우리 사회가 쓸데없이 고학력을 부추기는 탓에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곤란함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는 대학원에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요. 대학원에 들어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20대 중반 이상인데 그때면 돈이 중요한 것을 잘 아는 때잖아요. 30대가 되면 돈이 필요한 때이고 40대가 되면 돈이 없으면 안 되는 때인데 공부를 하려고 대학원을 가는 사람이면 일반인하고 다르다고 봐야죠. 정말 학문이 하고 싶어서 돈을 적게 벌려고 작정을 했거나, 아니면 당장 직업을 구하기 힘들거나, 원하는 직업을 구하려고 학벌을 올려야 하는 거죠. 요즘은 학벌 세탁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회사에서 이미 색안경을 쓰고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손해를 본다는 말이죠. 학벌 세탁용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나 순수한 열정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나 도매급으로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 안타까운 건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안타까워 할 사람도 거의 없다는 거죠. 요즘에 누가 순수한 동기로 대학원에 가겠어요. 세상이 참 많이 변한 탓인지 학문을 하려는 목적보다는 도구로 다니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사회가 이런데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나라에서 떠드는 것을 보면 시답잖다는 생각이 들죠. 게다가 요즘 등록은 얼마나 비쌉니까. 학부 4년에 대학원 2년을 합치면 최저 교육 기간이 6년이죠. 비용으로 환산하면 6천만 원 가량이 될 텐데 이해타산이 맞겠어요. 지인 중에 한 사람은 공대 나와서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금융MBA를 하고 펀드매니저가 됐어요. 그런데 금융MBA하는데 필요한 돈을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펀드매니저하고 한참 후에야 다 갚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펀드매니저가 못 됐다고 생각하면 어떻겠어요. 사업할 때 자금이 필요해서 돈 빌려서 사업하고 갚고 그러잖아요. 만약 못 갚으면 망하는 거고요.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한테 일어나고 있는 거죠. 대학원생들이 어찌 보면 불쌍한 거죠. 따지고 보면 자기가 학문하고 싶어서 가는 사람들은 불쌍할 게 없죠. 자기가 선택해서 가는 거니까. 그런데 사회 구조 때문에 떠밀려서 간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쓸데없는 비용 낭비가 너무 심한 거죠.”


인터뷰 ․ 정리: 김태완 기자 luscha@korea.ac.kr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7: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