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My Chemical Romance, ‘Welcome To The Black Parade’ (2006)


글.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내가 어린 아이였을 때
아버지는 나를 도시로 데려가셨지
행진하는 악대를 보여주려고 말이야
아버지는 말씀하셨어
“아들아 네가 커서 어른이 되면
상처입고, 짓밟히고, 멸시받는 사람들의 구원자가 될 수 있겠니?”
아버지는 말씀하셨어
“그래서 악마들, 신앙 없는 자들과, 그들이 짜놓은 음모들을 저지할 수 있겠니?”
아버지가 언젠가 떠나게 되면
여름날 유령이 너를 블랙 퍼레이드로 데려갈 거란다
그 모든 비상과 추락을 거쳐
거리에 널린 시체들을 지날 때
당신이 떠났을 때
우린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
우리가 계속해 나갈 거라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당신이 죽거나 떠나버렸더라도, 나를 믿어줘
당신에 대한 기억은 영원할거라는 걸
부끄럽지 않아요, 내 상처를 드러내겠어요
모든 상처 입은 자들에게 경의를
들어봐요, 그게 바로 우리들이니까요



<그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랭크 아이에로((Frank Iero, 기타), 밥 브라이어(Bob Bryar, 드럼, 2010년 탈퇴), 제라드웨이(Gerard Way, 보컬), 레이토로(Ray Toro, 기타), 마이키 웨이(Mikey Way, 베이스)
<그림> 'Welcome To The Black Parade' 앨범 재킷




역사상 가장 슬프고 처절한 펑크 송. 가장 성공한 이모코어 노래. 이 노래가 수록된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2006년 음반 [Welcome To The Black Parade]는 무려 300만장 이상 팔려나가는 엄청난 세일즈를 기록했고, 팀은 다음 해 각종 록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밴드’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이들은 총 4장의 음반을 내놓았는데, 압도적으로 평단과 팬들의 지지가 쏟아지는 음반이 [Welcome To The Black Parade]다. 앨범은 ‘Dead!’, ‘Cancer’, ‘Mama’, ‘Teenagers’ 등 빼어난 곡들을 다수 배출했는데, 그중에서도 동명 타이틀곡 ‘Welcome To The Black Parade’는 작품 전체의 ‘베스트 송’이자, 밴드의 ‘시그니처 송’으로 지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트랙이다. 그 동력은 펑크 장르에선 이례적으로 퀸의 ‘Bohemian Rhapsody’를 방불케 하는 웅장한 오페라적인 구성, 5분이 넘는 길이에도 불구하고 밀도 높은 짜임새였다.

이 곡은 ‘Bohemian Rhapsody’와 같이 죽음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Bohemian Rhapsody’가 죽음을 앞둔 사람의 고독과 고뇌를 소재로 한 고해성사였다면 이 곡은 차별과 핍박 속에 사라진 자들을 위무하는 일종의 ‘진혼곡’이었다. 그 점에서 잠깐 뮤직비디오 내용을 소개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기 큰 병을 앓고 있는 위중한 남자가 있다. 그의 눈은 TV를 응시한다. 창백한 얼굴의 보컬 제라드 웨이가 노래를 시작한다. 눈 아래쪽이 검게 그을린 남자의 시야가 흐릿해지고 간호사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환자의 숨은 멎는다. 밴드를 앞세운 ‘검은 행렬’이 지나간다. 어느덧 저 세계로 올라간 망자의 발길은 행렬에 가까워진다.

내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노랫말이다. 기대와는 달리 주인공은 결국 죽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훈을 따라 블랙 퍼레이드의 일원이 된다. 검은 옷의 사람들은 ‘상처입고, 짓밟히고, 멸시받는 사람들’이다. 의미는 간단하다. 모이자. 대오를 이루자. 행진하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이 곡은 2000년대 록이 최초이자 최후로 만들어낸 ‘소외받은 자들을 위한 혁명가’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표피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이 노래가 ‘어서 죽으라’는 데카당의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곡의 방점은 오히려 “상처입고, 짓밟히고, 멸시받는 사람들의 구원자가 되라”는 곳에 찍힌다. 그걸 문자 그대로 충실하게 해독한 아들은 자신이 죽어가는 그 와중에도 아버지의 유훈을 떠올리고 목적지를 향해 노를 젓는다.

하이라이트는 ‘부끄럽지 않아, 내 상처를 드러내겠어’란 구절이다. 굴성을 가진 식물처럼 저 아래로 침잠해 들어가야 했던 사람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의해 단죄되어 왔던 잘못 없는 사람들(어느 나라의 상황과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 제도권과 기득권의 시선으로 ‘잠재적으로 항상 재산과 권세를 탐하려 태어난 자들’로 곡해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우리’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그만 지하에서 나와 서로를 보듬자. 그리고 ‘블랙’으로 매도된 자들의 세상을 건설해보자. 이제 그걸 외칠 시간이 되었다고 밴드는 말하고 있다.

노래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그들에 따르면, ‘Welcome To The Black Parade’는 9.11로 사망한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곡이라는 것이다. 곡을 공개한 날짜가 공교롭게 2006년 9월 11일 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여기에 모종의 사연이 얽혀 있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비상과 추락을 거쳐 거리에 널린 시체들을 지날 때’라는 라인을 훑다 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주지하다시피 21세기의 인간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그 누구든 자신의 의지가 무력화될 수 있는 초월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늘 화면을 통해 린치와 테러가 뒹구는 것을 본다. 그러니까 9.11은 모든 것을 무화시켜버리는 그 실체 없는 공포를 압축적으로 요약한 한 편의 ‘스펙터클’이었다.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 허나 이건 바다 건너편 남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 내일이라도 ‘나와 너’의 참사가 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Welcome To The Black Parade’의 가사는 무력한 인간이 매일매일 부비트랩처럼 치솟아 오르는 저 ‘고통’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함께 대처해 나갈 것인가를 다룬 하나의 ‘실존철학’으로 읽히기도 한다.  

곡은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문을 연다. 꺼져가는 한 생 앞에 노래는 철저히 무기력하기만 하다. 알다시피 노래 따위가 세상을 쉽게 변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그런 걸 믿지 않는다. 그러나 제라드는 ‘모든 상처 입은 자들에게 경의를’이라고 단언한다. 잠시 후 폐허의 도시 위에서 장미를 휘날리며 노래하는 장면은 어떤 숭엄함마저 안긴다. 아무도 ‘우리는 할 수 없다’고 할 때 ‘그러니까 해야 한다’고 하면서 달려드는 자의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변해 왔다면 바로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의 비참과 타인의 참극을 외면하지 않았던 어쩌면 바보 같은 사람들이었다. 고로 첫머리에 썼던 말을 이렇게 수정한다. 이 곡은 가장 숭고한 정신을 지닌 바보가 쓴 이모코어다. 이 위대한 곡을 뒤로 한 채 밴드는 2013년 해산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3:0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