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기획] 미화·주차·경비 노동자의 임금 협상 결렬, 그 쟁점과 과제들


지난 2016년 2월 25일 목요일 9시 반, 본교 캠퍼스는 졸업식 인파들로 가득했다. 꽃다발을 들고 인촌기념관 졸업식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본교 미화·주차·경비 노동자들이 빨간 조끼를 입고 도열해 있었다. 이들은 “한평생 ‘비정규직’ 서러워서 못살겠다!”, “100원이 웬 말! 3개월 교섭 끝에 사측 일동 100원!”, “임금동결 웬 말이냐 생활임금 보장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학교 측에 항의했다. 최근 9차에 걸쳐 임금교섭이 진행되었으나 고작 ‘100원 인상안’을 제시한 학교 측에 반발해 피켓 시위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시위에는 민주노총 서경지부에 소속된 60여 명의 미화·주차·경비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본교의 “고려대학교 청소·주차·경비 노동자 대책위”가 함께했다. 시위의 마무리 발언을 한 본교 총학생회 김연유 사회연대국장은 “노동자분들이 요구하는 생활임금은 살아가는 최소한의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학교를 위해 힘써주는 중요한 구성원들을 왜 존중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학내 미화·주차·경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고려대만의 일은 아니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록금 협상 등으로 시끌벅적한 대학가의 연초에는, 학내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과 투쟁 또한 매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임금 협상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것을 넘어선 더 큰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 문제는, 쾌적하고 안전한 대학 내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을 우리가 진정 학내 구성원으로서 대우하고 있는가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노인인구의 일자리 문제, 용역 외주화된 환경에서의 비정규직 처우 문제, 나아가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문제 등에 두루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대학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생활과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력 고용 구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는 단순히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왜, 졸업식 날의 이른 오전부터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을까. 본지는 시위 현장을 찾아 그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무리한 요구안 내세우지 않아…다만 시중노임단가 밑돌게 임금상승 해달라

고려대 미화·주차·경비 노동자들의 2016년도 임금 협상은 2015년 11월부터 시작해 올 2월 18일까지 총 9회에서 걸쳐 실시되었지만 결렬되었다. 노동자 측은 임금 6550원에서 7030원으로 임금 인상 요구했으나 원청인 학교 측과 용역업체인 사측(CNS 자산관리)에서 이를 거부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협상이었지만 8차 협상에서 시급 100원 인상을 제시받았을 뿐이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2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위를 시작했고,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월 19일부터 29일까지 임금을 결정하는 쟁의조정 기간에 들어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9일 발표되는 결정 내용에 따라 파업권을 행사하는 등 향후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노동자 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묻자, 김금성 민주노총 고려대분회장은 본인들의 시급 요구안이 ‘2016년 시중노임단가’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노임단가란 근로 직종별로 표준 조건에 따라 노임의 단가를 산출하여 정리한 것을 말한다. “2016년 시중노임단가에 의하면 관공서나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미화·주차·경비 노동자들에게 주는 임금이 7224원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것을 모두 달라고 요구한 것은 아닙니다. 그 87% 정도인 7030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요구 사항으로 제출했습니다.” 이어 서재순 부분회장은 용역업체에 의해서 가격이 담합되고 있는 현실과 1년 기간제 외주계약의 부조리함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어떤 곳에서는 7000원으로 임금이 결정됐지만 그것을 공식화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용역업체들이 금액을 담합하고 있어 한 업체에서만 그러한 결정을 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용역업체들이 임금을 담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있어왔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미화·주차·경비 노동자들이 매해 투쟁을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계약을 1년마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미화 노동자 임금, 고려대 한 해 총수입의 1% 차지할 뿐…계약 전에 이미 금액 정해놓는 교섭 행태 문제적

이렇듯 노동자들의 임금 교섭이 결렬되는 과정의 한편에 ‘대학’이라는 협상 주체가 개입해있다는 점은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그 과정은 대학본부가 어디까지를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러한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방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중요한 공적 기관으로서의 사회적인 역할을 도맡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일단 차치하더라도, 이는 큰 맥락에서 기업화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대학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29일 시위의 마지막 발언에서 민주노총 서경지부 김윤수 조직부장은 고려대의 예결산 내역과 재단적립금 현황을 참고하여 대학 측의 미화·주차·경비 노동자 임금 책정 내용을 비판했다. “미화 기준으로 작년 용역 임금 계약 예산은 1년에 66억 정도였습니다. 1년 고려대 총수입이 6900억 정도라고 했을 때 그것의 1% 수준입니다. 실상 1%의 예산으로 미화, 경비, 시설, 주차 등 학교 내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들을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올해의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대략적으로 5억 내외가 예산으로 추가되는 것 일 텐데, 그것은 1년 예산의 0.1% 정도입니다. 거의 3000억 원 넘게 쌓여 있는 적립금은 5억 씩 200년 넘게 인상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더불어 그는 고려대의 계약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고려대는 계약 전에 사측에 줄 금액을 미리 정해두고 노동자 측에게는 이미 결정된 금액이니 남은 문제는 사측과 이야기하라는 식으로 계약을 진행합니다. 일단 계약을 하기로 한 뒤에 임금이나 재료비, 관리비, 부가세 등등을 고려해서 그 계약 규모를 결정하는 보통의 방식과는 다르죠. 미리 계약 금액을 고정해서 제시하는 것은 문제적인 지점입니다.”



학내 노동자 처우 문제 여전히 심각…과도한 업무량, 협소한 공간, 현실 고려하지 않은 식대 등

고용·계약·임금 문제 이외에도 미화·주차·경비 노동자들이 처한 처우와 관련된 부분들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서재순 부분회장은 “계약된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지만, 오전에는 전날 밀린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일찍 와서 청소를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전에 일찍 오전 일을 끝내기 위해 어떤 분들은 오전 4시 30분 무렵에 와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오전 9시부터 10시,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는 쉬는 시간으로 쳐서 시급을 받지 못하는 입장이니, 하루 8시간으로 계약을 했지만 실상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업무량은 정해져 있는데 학교에서는 인원수를 계속해서 줄이려 합니다. 인원을 줄이는 이유에는 인건비 감소의 목적도 있겠지만,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흩어지게 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입니다.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고연령자가 많아 퇴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자리를 뺀 채로 계약을 하고, 그 자리에 직접고용의 형태로 다른 인력을 채워 넣고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량 이외에도 협소한 공간 문제, 현실성 없는 식대문제 등이 산재해있다. 내내 서있으면서 2시간에 한 번씩 교대하는 주차노동자들은 지하주차장에 쉴 곳이 좁게나마 마련되어 있지만 그 공간이 협소하고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한 주차노동자는 “한 달 식대가 65000원인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 식대 문제와 관련된 사정을 털어놓았다. “일을 할 때 학교에서 두 끼 식사를 하게 되는데 한 끼에 최소 6000원만 잡아도 하루에 12000원, 한 달이면 20만원을 훌쩍 넘어가 그 부족분을 스스로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고려대는 미화 노동자들이 교내 청소를 하면서 모은 파지와 재활용품을 팔아서 쌀과 음식물을 사서 식대를 충당하던 것을 학교 재산이라는 근거로 금지하고, 그 처리를 용역업체에 넘겨버린 바 있다. 고용 구조와 계약 형태의 문제를 비롯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 최은혜 기자 sinedoque@naver.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5:2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