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 문학 박사학위 논문(역사학 전공)


소련 수리경제학파의 형성과 1965년 경제개혁 논쟁
- 수리경제학 학술조직의 형성과정과 이론 논쟁을 중심으로 -


김동혁
고려대 역사연구소




1960-70년대는 어떤 의미에서 범세계적인 이행기라고 볼 수 있다. 서방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구조적 위기를 겪고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도 경제적 정체와 다양한 사회적 변혁을 겪으면서 수차례의 개혁을 시도했다. 소련에서 이러한 변화들과 경제이론의 변화 사이의 관계는 매우 복잡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었고 항상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되었으며 사회경제적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었다. 특히,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소련 경제학계의 수리경제학적 변화는 이후 소련의 경제관리체계의 변형에 항구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련 수리경제학의 개척자들(넴치노프, 노보쥘로프, 칸토로비치)은 1920년대부터 자신의 학문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론은 주류 학계가 가진 거부감과 학계 내에서 수리경제학파의 이론을 뒷받침할만한 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1950년대 초까지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이들 수리경제학파의 경제사상이 소련 경제학계에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은 1950년대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1950년대 중반 소련 경제학계에는 당시의 정치·사회적 변화 흐름 속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었던 요인 중 첫 번째는 1950년대 초부터, 정확히는 스탈린 사후부터 나타난 소련의 ‘해빙’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스탈린 개인의 죽음 보다는 1945년, 즉 2차 대전 이후 소련에서 진행된 전후복구와 경제성장이라는 구조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조건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한 수리경제 연구자들의 신속한 조직적 움직임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당시 경제학계에 요구되고 있던 경제 관리와 경제이론의 괴리문제 해결을 실용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이론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제 연구조직의 형성과 확장, 경제학 교육과정의 변화 및 주요 경제 매체들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이론적·조직적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1957년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한 수리경제 연구소들은 바로 그러한 노력의 산물들이었고, 1963년에 일어난 학술원 경제학 분과 독립과 중앙수리경제연구소의 설립은 경제학계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또한 수많은 경제학 매체들에서 자신들의 이론적 입지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수리경제학 전문 잡지들을 새로이 발간함으로써 경제학계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 실무자들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했다. 이에 더해 그들은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고 이론을 확장하기 위해 기존 정치경제학 교육과정에 도전해서 새로운 수리경제학 교육과정의 도입을 성공시켰다.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1960년대가 되면 소련 경제관리기구 내에서 서서히 가시화되기 시작한다. 즉, 이론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을 넘어서 실제 경제 관리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시도들이 진행되었다. 당시 소련 경제문제들 중 가장 큰 쟁점은 가격책정, 자본투자와 신기술 도입의 경제적 효율성, 물질적 자극과 수익성 증대 문제였다. 소련 경제학계에서 이 문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요한 논쟁 주제였다. 이 주제들과 관련한 여러 가지 주장들이 1920년대부터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고,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논쟁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논의될 수 있는 주제의 범위와 내용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제한된 논쟁의 장에 195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1956-1957년 이후 이전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양상의 논의가 시작되었다. 각각의 경제학적 주제들에 대한 수리경제학파의 문제제기는 기존 소비에트 경제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 가까웠다. 먼저, 가격책정 문제에 대한 수리경제학파의 주장은 기존 소련의 정통파 마르크스-레닌주의 경제학적 가치결정 이론에 대한 도전이자 현실의 가격책정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들은 정확하게 한계개념과 기회비용 이론에 기초한 계획경제 하에서 미시 가격결정 원칙을 제시했다. 중심적인 이론가들 각각에게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유사했다. 그들은 개별 상품의 생산원가와 자본 요금(지대)을 반영하는 생산수단의 도매가격을 정확하게 책정하려 했고, 희소성, 한계비용, 기회비용 개념에 기반한 가격 책정 기준을 만들려고 했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당시 소련 경제학계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1965년까지의 수많은 논쟁을 촉발했다.
자본투자와 신기술 도입의 경제적 효율성 문제는 가격책정(가치결정) 이론의 연장선에 있는 문제였다. 이 문제의 핵심 주제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 대안과 기술 선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 운용비용과 산출 효과를 비교 측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였다. 수리경제학자들이 제시한 해답은 기본적으로 가격책정이론에서 제시했던 기회비용적인 이론을 투하 비용 대비 산출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회수기간(효율성 계수)법은 수리경제학적 방안을 기존 경제학 이론과 절충한 것이었다. 부문 효율성 계수를 구하고 이를 자본투자 대안 및 기술 선택을 계획하는 데 사전적으로 적용하는데, 이 효율성 계수법의 이론적 기반이 바로 기회비용 이론이었다.  
물질적 자극과 수익성 증진 문제, 즉 노동자와 기업 및 생산 단위에 물적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성을 증대하는 문제 또한 중요했다. 이 논쟁이 진행되는 시기에 계획 임무 수행에 노동자 및 기업 주제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최종 생산품이 실현된 이윤과 수익성 크기가 성과 평가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수리경제학파와 리베르만의 중심 주장이었다. 소위 리베르만 논쟁은 수리경제학자들, 특히 넴치노프의 가세로 훨씬 구체적이고 복잡해졌고 1965년 개혁에서 기업의 실적 제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론 논쟁이었다. 이 세 가지 쟁점은 별개의 주제가 아니라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론적 주제였고, 1950년대 후반 이후 논쟁은 수리경제학파를 중심으로 하는 ‘한계’, ‘기회비용’ 이론이 수리경제학 방법론과 결합하면서 이론적 타당성을 인정받아갔다. 사후적 조정이 아닌 사전 계획으로 모든 중요한 경제적 결정을 진행해야 하는 소련의 경제 관리 체계에서 당시 수리경제학파가 과학적 대안으로 찾은 것은 바로 이러한 미시적 기초의 형성이었다.
이러한 이론적 변화는 1957-1965년 사이 소련의 경제상황과 맞물려서 소련 경제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켰다. 이미 1957년에 인민경제회의 개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개혁은 1965년 경제개혁과 비교해서 커다란 차이점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혁 착수 전 이론적인 논쟁과 준비과정을 비교해 보면, 1965년 개혁이 1957년 개혁에 비해 근본적인 경제이론의 변화와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61년이 되면 이미 1965년 개혁에서 추구하게 된 기본적인 경제 관리 원칙들이 학계와 경제 관리 기구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다. 당시에 가장 큰 쟁점은 산업도매가격 책정 원칙 및 자본투자와 신기술의 경제적 효율성 측정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경제 관리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에 대한 논쟁이 심화된 것은 1962년 리베르만의 〈계획, 이윤, 상여금〉이라는 《프라브다》 기고문이 발표되면서부터였다. 이를 기점으로 학계뿐만 아니라 전국의 계획 기관들과 하부 단위 기업들에서 리베르만 논쟁과 관련한 수많은 의견들이 중앙에 건의되었다. 게다가 1962-63년이 되면 1957년 개혁의 문제점에서부터 당시 소련의 전반적인 경제 실적 저하 경향에 대한 학계와 관리 기구 내에서의 문제제기가 본격화되었다. 특히 이 작업은 학술원, 과학적경제조사연구소 및 중앙통계국 등 경제 연구 기관들이 주도했고, 경제 관리 기관 내부의 계획 실무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상층 관리자들의 상황 인식에 이들이 매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었고, 이는 1963년 조직 재편에서부터 1965년까지의 일련의 경제관리 개선 노력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면서 경제학자들과 관리자들은 경제 관리 체계의 대대적인 재조직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1964년부터 새로 제시된 경제관리 기법, 특히 물적 유인 체계 개선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 방식을 도입하는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실험이 시작된 지 1년 후 소련 각료회의 의장 코시긴 명의로 소련의 경제관리 전반을 개혁하는 개혁안이 선포되었다.
<저자 인터뷰>

1. 러시아사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학부 시절 주요 관심사가 사회운동사 및 사회변동의 역사였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사나 러시아 혁명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원 사학과를 진학하면서 20세기 사회변동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러시아사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치면서, 20세기 세계와 사회주의 국가들의 시도와 좌절이라는 측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중 사회주의 국가들 내부의 변화과정을 밝혀야 20세기사의 한 축을 밝힐 수 있으며, 그 실험이 가지는 성과와 한계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세기사를 접하면서 보통은 사회주의권의 시도에 대해서 굉장히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시각들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1917년 이래로 사회주의권 국가들 내부에서도 다양한 변화 및 개혁의 흐름들이 존재했고, 그들 나름의 시도들도 여러 방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보통 1980년대 후반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 변화를 ‘이행’, 즉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으로 규정합니다. 이러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과 소련에서의 대변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시도된 경제 개혁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역사적 투쟁과 궁극적으로 [그것에] 항복한 방식이 모두 1950년대부터 그들이 추구한 개혁시도들과 그러한 시도에 수반되는 복잡한 학습 과정과 관계되어있다는 것입니다. 본고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소련에서 나타난 수리경제학적 전환이 1960년대 소련의 경제적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문을 작성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전공 분야와 관련한 난점이 존재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료의 문제였습니다. 학문 분과상 원사료를 분석하고 가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 사료들이 대부분 러시아 현지에 있었고 이를 찾아서 정리하고 분석하는 작업에만 2년 가까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이는 경제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라고 하는 현지에서의 사회적 문화적 차이와 맞닥뜨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그 어려움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의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 제가 딱 잘라서 조언을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논문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이 각자 자신만의 난관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난관들을 잘 극복하셔서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이 좋은 성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1:4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