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 쟁점기획

2008년 두산그룹이 ‘학교 법인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이후, 2009년 중앙대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안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전교생이 4,400명인 중앙대에서 경영대 신입생 수를 322명에서 1,200명까지 늘리고 19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계획안이었다. 대학을 기업화하려는 두산그룹과 학교 본부에 맞서 학생들은 천막농성, 한강대교 아치 위 고공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했다.
2009년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김창인 씨는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왔으며 대학 생활 6년 동안 무기정학을 비롯해 세 차례의 징계 조치를 받았다. 학교 본부는 학문 단위를 조정하기 위해 기업 M&A 전문 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으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징계를 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탄압했다. 2015년, 중앙대의 대학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중앙대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고 2016년부터 대학 체제 전반에 걸친 개편을 예고했다. 2014년 5월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 자퇴한 김창인 씨는 󰡔괴물이 된 대학: 자본의 꼭두각시가 된 한국 대학 구조조정 백서󰡕(시대의창, 2015)을 발간하여 대학 구조조정이 강행되고 있는 대학들의 사례들을 살피고 통폐합 대상 학과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아래에 김창인 씨가 󰡔괴물이 된 대학󰡕에서 인터뷰한 청주대, 한림대의 사례를 소개한다.

청주대 … 3일 만에 폐과 절차 완료, 구조조정 반대 학생들 사이에 프락치 심어 감시
2008년 이후 청주대학교에서는 학과 통폐합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2008년에는 철학과가 폐과되었으며, 2009년에는 물리학과와 레이저광정보학과가 통합되었고, 2010년 독어독문학과, 러시아어문학과, 불어불문학과 폐과되었다. 2011년에는 지리교육학과가 폐과되었고, 2013년 회화학과와 비주얼아트과가 통합되었으며, 2014년 한문교육학과 페과되었다.
청주대에서는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매년 학과 평가를 해 그 등급을 A, B, C, D, E의 총 5등급으로 나누는데, 등급을 매기는 지표로는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중도 탈락률, 신입생 입학 성적, 만족도, 사업 참여도 등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배점이 큰 것이 신입생 입학 성적과 사업 참여도다. 연구 사업을 외부에서 수주하기 어려운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이 다른 학과들에 비해 불리한 실정이다.
김창인　씨가 인터뷰한 이순재 학생은 2014년 8월 당시 사회학과 학생회장이었다. 2014년에는 사회학과가 폐과되기로 결정되면서 사회학과 내에서 학생들의 반대 투쟁이 진행되었다. 사회학과 학생들은 폐과 결정 소식을 학교 본부가 아니라 지역 언론과 교수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 학생들과의 논의 과정 없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의결 과정에 의해 학과 폐지가 결정된 것이다. 사회학과 폐지가 결정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일이었다. 4월 13일 폐과 심의위원회에서 폐과를 의결한 학교 본부는 4월 15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16일 대학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일 만에 폐과를 결정하기 위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 2014년 구조조정 투쟁을 이끌던 이순재 당시 회장에게 학교 측은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언급하며 타협을 종용했고 학생들 가운데 프락치를 심어 회의 내용을 학교 본부 측에 전달하도록 매수하기도 했다.
2014년 당시 총장 직위를 수행하던 김윤배 전 총장은 아버지로부터 총장 직위를 물려받은 세습형 총장으로 13년째 총장직을 유지하던 중이었다. 그로 인해 족벌사학 청주대는 김윤배 전 총장에 의해 개인 재산처럼 운영되었으며 그의 재직 기간 동안 밀실 행정과 학내 비리와 관련한 문제들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4년 청주대가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되면서 김윤배 전 총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김 전 총장의 부실 경영과 비리 행정으로 인해 오랫동안 곪아왔던 학내 구성원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7,000여 명의 청주대 학생들이 학생총회에 모여 김윤배 총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했고 2015년 김 전 총장은 결국 사퇴했다.

한림대 …… 구조조정 기준 밝히지 않은 채 학과 통폐합 강행
4월 10일 한림대의 학과 구조조정 계획 《강원도민일보》에 실렸다. 학생들은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구조조정 계획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전해 듣게 되었다. 구조조정의 내용은 2016년 기점으로 현재 45개 학과를 39개 학과 전공으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국어국문학과, 사학과, 철학과 3개 학과가 인문학부로 통합되고, 수학과와 금융정보통계학과가 수리금융정보학과로 통합될 예정이었다. 경영학전공, 의료경영전공, 컨벤션관광경영전공은 경영학부로 통합되고, 언론정보학부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학교 측은 공청회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문 계열 위주로 학과 없애고, 정보전자공과대학 안에 융합소프트웨어학과 신설하고 의공과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인 씨가 인터뷰한 김민지, 김채린, 서연화, 손용훈 학생은 한림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이들은 한림대 측이 구조조정 대상 학과 선정 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학과 선정 기준에 대해 학교 본부는 기밀 사항이라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학과가 통폐합될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구조조정 학과 선정 기준은 학생의 알 권리에 속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요구를 듣지 않는 상태다. 한림대는 구조조정 자체를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여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 컨설팅 업체가 어디인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의 구조조정 계획안 발표 이후 한림대 학생들은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학과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1: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