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과 석사과정 최욱진

행복 그리고 대학원생


며칠 전 어떤 신문에 ‘알코올, SNS, 도박, 게임...한국은 중독사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사람들을 쉽게 중독시키는 술, 게임, 사행사업만 대한민국에서 상당부문의 규모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술과 관련된 자료로써 2014년 WHO가 발표한 ‘음주현황 보고서’가 있다.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음주로 인한 수명 손실이 가장 큰 그룹으로 분류되어 있다. 주류시장 규모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큰 것은 물론이다.
술은 인간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도와주고 기분이 좋을 때는 더 흥겨운 활력을 넣어주니 꽤 괜찮은 지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음주소비가 많은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높을 법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술소비량으로 대한민국의 행복을 논하는 건 논리적인 비약이지만, 기사를 읽고 문득 행복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음주가 인생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라고 얘기한 사람들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본 칼럼을 통해 ‘행복’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의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대학원생 나름의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간의 최종적인 목적은 ‘행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돈을 버는 것, 공부하는 것, 향락을 즐기는 것도 깊게 따져보면 결국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며 아마도 이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의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행복’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서 행복에 대해 길게 논증했다. 조금 단순하지만 ‘행복‘을 ’심리적인 만족감‘으로 간주한다면 행복은 어떤 속성을 내포하고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다.  
행복은 ‘향상’이다. 사람들은 고통을 수반하는 노력과 헌신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면 심리적인 만족감을 보인다. 행복은 ‘자족성’을 지닌다. 즉, 타자가 특정 행위에 대해 어떤 견해를 보이건 자신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은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띠어야 한다. 일시적인 해프닝 때문에 한 순간 웃었다면 행복이라기 보다 ‘기분전환’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행복은 ‘외부경제’를 ‘꾸준하게’ 발생시킬 때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특정한 행동이 간단없이 외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성질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만족감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술한 행복의 특성에 비춰봤을 때, 대학원생의 행복은 무엇일까. 대학원생은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자다. 연구자는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지식, 이론, 모델 등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연구를 통해 현상으로부터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연구자로서 한 걸음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 결과에 대해 어떤 사람이 폄하해도 스스로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가지고 꾸준하게 연구에 천착하여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발전을 경험한다면 그 연구자는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연구의 결과가 부정적인 현상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들의 연구의 디딤돌로 활용된다면 연구자의 만족감은 더 커지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시간동안 지속될 수 있다.
세네카는 ‘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짧은 생을 준 것에 대해 불평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네카에 따르면 인간의 인생은 결코 짧지 않다. 인간은 현인들의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유용한 지식을 만들어서 후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오히려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세네카가 살던 시절에 지금과 같은 대학원은 없었지만, 마치 대학원생의 행복론을 대변하는 듯 하다. 대학원생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는 건 ‘왜 공부해야 하는가’를 답변하는 것과 같다. 비록 공부의 과정은 녹록지 않지만, ‘행복’과 ‘장생’을 누릴 수 있으니 한 번 해볼 만한 일인 것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8: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