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바란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최근 <전후 70년 담화>를 통해 아베 정권이 견지하는 극우적 역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담화 내용에는 '식민지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라는 네 가지의 핵심 키워드가 모두 들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를 마음으로 표해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를 표하는 것에 그쳤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전쟁의 그늘에서 심각하게 명예와 존엄을 훼손당한 여성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는 우회적 면피성 발언이 있을 뿐이었다.  
이번 호 본지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기획 기사를 마련하여, 매주 열리고 있는 정기 수요집회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활동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였다. 1991년 8월 14일에 故 김학순 할머니가 “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최초로 공개 증언한 이후, 그동안 숨어살다시피 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공개적인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일제가 패망한 지 45년이 지난 후에야 첫 번째 증언자가 나온 셈이다. 일본은 패전이 확정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증거를 소멸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등 전쟁 중 ‘위안부’ 운영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다.  
그 후로도 또 24년이 흘렀다. 지난 19일 새벽, 일본의 집단자위권 등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11개 안보법이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전격적으로 통과됐다. 이것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서 무장력을 통제받아온 평화헌법의 이념을 버리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가 되었음을 의미하며, 전범국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시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주장하며 “긍정의 역사관이 중요하다.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더, 최근 본교 경제학과 연구교수의 강의 중 ‘위안부’ 피해자와 독립운동가를 비하하는 발언이 문제가 되어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는 철저히 식민사관에 의거한 주장을 펼치며 "70년이나 지나버린 과거의 문제가 오늘날의 동아시아 관계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세 가지 행태가 서로 닮아 있음을 느낀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올바른 사죄 대신 뻔뻔한 회피가, 뼈 아픈 인정 대신 섣부른 미화와 자기 연민이 앞서는 모양새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가해 사실 인정과 공식적 사죄, 사죄에 걸맞는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할머니들의 잇따른 별세로 현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는 47명으로 줄어든 상태이다.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의 나이도 고령에 달한다. 전장 한 가운데에서 생사의 기로를 넘어 겨우 살아온 후에도,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시선 속에서 죄인처럼 숨어지내야 했던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과 울분이, “용기 있다”는 격려를 등에 업고 거대한 힘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했던 그들의 고단함이 아득하다.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조속한 사죄와 배상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공동의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3: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