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비네트워크 고려대학교 대표 강민수

일본군’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구요?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 자원봉사활동이었다.”
“그 시대에는 다 친일파였다.”

지난 9월 15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동아시아 경제사> 강의 중 정안기 연구교수의 입에서 나온 발언들은 2만 고려대 학우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런 발언들이 일본의 아베 총리나 골수 우익 정치인이 아니라, 대학의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 심지어 강의시간에 나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의 적지 않은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수많은 대자보가 정대후문에 붙었고, 정경대 학생회 주최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으며, 학교 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대처를 논의 중입니다. 그러나 정안기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고 그에 어떤 조치가 내려져야할 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24년 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백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지금 수많은 국민들이 정안기 교수의 발언에 분노하듯이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는 문제였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우리 사회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른 계기는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이었습니다. 그 전만 하더라도 일본군’위안부’는 실체 없는 소문이다, 근거없는 말이라며 그녀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들이 허다 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이 형성되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어지는 할머니들의 싸움 그러나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이 있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탄하게 풀린 것만은 아닙니다. 1992년 1월 18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주최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수요시위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평화로운 수요시위의 모습과 달리, 당시에는 수요시위가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왜 역사의 부끄러운 면을 들춰내느냐, 더러운 몸으로 무슨 낯짝으로 거리 앞에 서느냐 며 손가락질하는 이도 있었고, 할머니들은 시위를 가로막고 해산하려는 의경과 맨몸으로 맞서싸워야 했습니다. 지난주 수요일 열린 1197차 수요시위에서 밝은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율동을 하고, 중고등학생들,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마저 나와 할머니들께 전하는 편지를 읽는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지금의 평화로운 수요시위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국민의 지지는 당연스레 얻은 것이 아니라, 24년 전부터 연세가 아흔이 가까이 되는 지금에도, 매주 수요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어진 그녀들의 1197차례의 싸움 덕분입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그녀들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시위에서 요구하시는 일곱가지 사항은 24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똑같습니다. 첫째, 일본군’위안부’ 범죄 인정, 둘째, 일본군’위안부’ 진상 규명, 셋째, 일본 국회의 사죄, 넷째, 법적 배상, 다섯째, 역사교과서 기록, 여섯째, 위령탑 및 사료관 건립, 일곱째, 책임자 처벌 이 바로 일곱가지 요구사항입니다.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에만 그치치 않습니다. 역사교과서 기록 그리고 위령관 및 사료관 건립을 통해 다시는 당신들이 겪었던 그 끔찍한 전쟁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주도 일본대사관 앞에 나서시는 겁니다.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는 2012년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나비기금’을 건립하여 콩고, 베트남에 있는 피해 여성들에게 전달하셨습니다. 김복동 할머니는 올해 6월,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비를 한푼 두푼 아껴모은 5000만원을 전쟁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한 장학금으로 기증하셨습니다. 그녀들은 이제 과거에 갇힌 피해자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인권운동가로 당당하게 나아가고 계십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70년 전의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문제
그러나 지난 19일 새벽 2시, 일본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마지막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일본은 법적으로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지금의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70년 전과 다름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8월 15일 전후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아베담화에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시켰고, 일본군‘위안부’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으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사과도 없었습니다. 이렇듯 제대로 된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일본은 과거의 저지른 만행을 재현시키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표명한 입장은 ‘유감스럽다’가 전부입니다.

이제는 대학생들이 할머니들의 곁에 서겠습니다.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대학생들의 프로젝트 동아리입니다. 대학생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대학문화’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1억인서명운동과 나비기금 모금을 위한 팔찌 판매 등을 진행하는 학내 캠페인, 전국의 평화나비 네트워크 소속 동아리들과 만들어나가는 <평화나비콘서트>, <8.14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평화나비FESTA> 등의 문화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개최합니다.
  이와 더불어, 현재 20명 정도의 회원으로 이루어진 ‘고려대 평화나비’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동아리인만큼 고려대 학우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 위해 행동합니다. 올해 3월, 민주광장에서 열렸던 고려대 안의 캠퍼스 수요시위에서 스톱모션 플래시몹에 함께 참여할 학우분들을 공개모집하여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었습니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렸던 동아리연합회 주최 가을축제 <위잉위잉>에서 ‘꽃, 나비, 소녀’라는 이름의 부스를 운영하였고, 10월 초에 있을 총학생회 주최 인권축제 때도 서명운동 부스 및 메인무대를 꾸릴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11월 말 ‘고려대 평화나비 주간’이라는 이름으로 학내문화제 및 학술강연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안기 교수의 ‘위안부’ 망언에 대하여
저는 정안기 교수의 발언이 비단 그 분만을 겨냥하고 비판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지난 8일 역사포럼창립기념강연회에서 8월 14일 아베담화에 대해 ‘진중하게 쓰인 훌륭한 문장’이라 평가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씨는 ‘일본 총리에게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교수, 정치인 등 권력의 높은 자리에 앉은 이들이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 양 유포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일본의 행보를 방관하고만 있습니다.
이제 47분밖에 남지 않으신 할머니들의 불빛은 점점 꺼져가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더 이상 그녀들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달린, 우리 손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1:0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