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1197번째 수요시위-

9월 23일 수요일 정오 무렵, 일본군 대사관 앞 평화로 위로 하나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번으로 1197차를 맞이하는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였다. 종로 빌딩들 사이에 놓인 위안부 소녀상 옆으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앉았다. 수요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순천의 고등학교에서 상경한 학생들이었다. 곧이어 시흥시 장곡중학교 학생들도 시위 행렬에 동참했다. 정오가 되자, 경찰이 쳐둔 폴리스 라인 안쪽으로 시민들이 들어찼다. 시민들은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수록하라”, “한국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대일외교와 함께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이행하라”라는 문구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아베 정권의 ‘전쟁법안’에 대한 규탄
이번 수요시위에는 지난 9월 19일 아베 정권의 안보 법제 강행 처리로 인해 분개한 시민들이 참석하면서 더욱 고조된 양상을 보였다. 일본은 지난 7월 16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안전보장관련법안(안보법안)을 채택했고, 8월 17일 참의원 평화안전법제특별위원회에서 이를 강행 처리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9월 19일 새벽에 참의원 본회의에서 집권 여당 자민당의 강행 채택으로 안보 법안을 성립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국 등 ‘밀접한 관계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할 경우 등 ‘존립위기사태’라고 인정되는 6개 사태가 발생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9월 19일 <일본 안보법제 강행처리 규탄 성명서>를 제출하여 아베 정권을 규탄했다.
“전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침략전쟁과 식민지지배 범죄를 반성하고 해결하지 않은 전범국 일본이 다시 전쟁을 향해 폭주하는 작금의 사태는 가히 충격적이고 분노스럽기 그지없다.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어 전쟁터에서 철저히 인권을 유린당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절규가 멈추지 않고, 수많은 전쟁의 희생자와 피해국들의 아픔이 치유되지도 않은 지금,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하고 희생자를 만들려 한다”며 정대협은 성명서를 발표해 아베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참상 알리려 유럽 도시 순회하는 김복동 할머니
김미란 여성연합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제1197차 수요시위에서 첫 번째 순서로 시흥시 장곡중학교 학생들의 ｢바위처럼｣ 노래가 합창되었다.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 /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될 / 바위처럼 살자꾸나”는 학생들의 노래 가사는 시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어지는 춤패 너울의 ｢할머니의 노래｣ 공연에서는 일본군의 성노예로 청춘을 짓밟히고 안타깝게 목숨을 거둔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는 이들의 춤사위가 펼쳐졌다. 위안부 소녀상을 안고 통곡하는 춤사위패의 모습에 곁에 있던 시민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김선실 정대협 공동대표는 이날 경과보고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소식을 전했다. 최근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참상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유럽 3개 도시 오슬로, 런던, 베를린을 순회 중이다. “최근 김복동 할머니께서는 런던대학교에서 학생과 교수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확실하게 알리고 이들을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십니다. 그리고 어제 베를린으로 이동해서 독일, 일본, 한국 3개국이 모여 개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의 회복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특히 독일이 전쟁 당시의 만행을 어떻게 사죄했는가, 당시의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에 대한 사례 발표를 듣고 일본과 한국이 어떻게 하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매진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는 지금으로부터 9시간 이후, 현지 시간으로는 오후 2시에 베를린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가 열릴 예정입니다. 베를린 일본대사관 앞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함성이 울려 퍼질 것을 여러분들이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선실 공동대표는 정대협을 비롯한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운동가들이 열심히 행동해오고 있지만 할머니들이 점점 노쇠해지고 쇠약해지고 계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저희 활동가들이 마흔 일곱 분의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께서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늘 찾아뵙고 있지만, 몸이 많이 쇠약해지셔서 안타깝게도 오늘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추석 기간에도 할머니들 건강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뜻을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아베 정권은 기어이 침략과 전쟁의 길을 가려는가. 한반도 재침략 노리는 안보법제 폐기하라”,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비롯한 일본의 전쟁 범죄 해결과 전쟁 없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강력히 대응하라”라는 구호를 선창했다.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잊지 않겠습니다’,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정의를’ 등의 피켓을 들고 함께 구호를 복창했다.

*한일 평화기행단 참석한 일본인 연대 발언
한편 이번 수요시위에는 한일 평화기행단 소속 일본인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평화기행단 소속 미야 마사오 씨는 현재 일본에서 안보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저희는 이번에 한국으로 평화기행을 왔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희가 한국에 도착하던 19일 새벽에 일본에서 안보법안, 저희는 ‘전쟁법안’이라 부르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세력차가 크기 때문에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실로 확정되고 나니 너무나 안타깝고 분한 마음이 듭니다. 지난 8월 31일에는 일본에서 안보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습니다. 이때 국회 앞에는 일본 시민 12만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 백만 명이 반대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시위가 흔한 일일 수 있겠지만, 얌전한 일본 시민들이 자신의 의사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국회 앞에 모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일본 시민들이 그러한 움직임, 운동을 만든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마사오 씨는 평화기행에서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며 한국 시민의 행동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저희는 이번 평화기행에서 많은 한국 분들을 만났고 오전에는 국회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마음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한국 시민들을 보며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번 평화기행에 참석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끈질기게 싸우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31일에 벌어진 시위가 일본 사회의 새로운 기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불씨를 살려나가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도 온힘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병마로 인해 수요시위 참석하는 생존 할머니들 점점 적어져
시위의 마지막 순서로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과 철저한 진상 규명,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전범자 처벌, 역사부정에 대한 반성과 진실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을 요구하는 성명서가 낭독되었다. 시민들은 “일본 정부는 일본군‘위안부’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와 더불어 법적 배상하라”, “한국 정부는 일본군‘위안부’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라”, “일본정부는 국제사회 평화를 위협하는 안보법제를 즉각 폐기하라”, “한국정부는 일본의 전쟁행보에 강력히 대응하라”는 요구사항을 맞은편 일본대사관을 향해 복창했다. 사회를 맡은 김미란 여성연합 활동가는 십여년 전 수요시위를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함께 참석해주시는 할머니들이 많았는데, 이제 함께하시는 할머니들이 적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번 제1197차 정기 수요시위는 “할머니, 오래사세요”, “할머니,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