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지난 2003년 동성애자이자 기독인 청년인 육우당(필명: 六友堂)이 목숨을 끊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발표한 청소년보호법에 동성애차별 조항이 포함되고 40여일이 지난 뒤였다. 육우당이 남긴 유서에는 “내 한 목숨 죽어서 동성애 사이트가 유해매체에서 삭제되고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난 그것으로도 나 죽은 게 아깝지 않아요.”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성소수자들의 인권 현황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법무부가 2007년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은 10년이 지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상태다. 차별을 금지하는 항목 중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동성애 운동을 벌이는 대표적인 기독교 보수단체의 하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국회의원들에게 항의 전화와 방문을 지속한 결과였다.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이하 차세기연)’는 기독교 내부의 흐름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입각하여 결성되었다.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기독교계 목사로는 드물게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주도해왔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에 대한 비판

  임보라 목사는 LGBTI 2015년 자료집을 보여주면서 말문을 열었다. “세계 성소수자 단체에서 조사한 인권 현황 자료집에 따르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지수는 2013년에는 12.15퍼센트였는데 2015년에는 0.85퍼센트 올랐습니다. 한국과 유사한 비율을 보이는 것은 마케도니아입니다. 상위권에 해당하는 영국은 86퍼센트가 나왔고 스웨덴은 72퍼센트가 나왔습니다. 한국은 성소수자 인권의 측면에서 하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시작하면서 당신이 동성애자냐, 혹은 당신 자녀가 동성애자여도 괜찮으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1996년부터 캐나다에서 지내다 2003년 3월에 귀국했는데 그해 4월, 육우당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향린교회 부목사로 소명을 받아 왔을 때 2008년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문제들이 불거졌습니다. 보수적인 기독교 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는데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차세기연의 전신쯤 되는 모임들이 만들어졌고, 문제의식을 공유한 가톨릭계나 개신교계에서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같은 단체들이 형성되었습니다.”

서울시 인권조례 무산과 반동성애 정서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시작하면서 많은 항의를 받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분들도 계셨어요. 지난 2010년 서울시에서 인권조례를 제정하려고 했던 당시에는 성소수자 분들이 서울시청 로비에서 집회를 하는데 반동성애 단체들이 난입하기도 했습니다. 두 집단 사이에 충돌이 생겨서 막는 과정에서 동성애자 분들과 접촉이 생겼는데 몇몇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매님 빨리 화장실 가서 손 씻으라고요. 저에게는 그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으로 들렸습니다. 한국사회와 기독교인들이 성소수자에 대해서 가지는 인식과 태도와 같은 것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딱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인권조례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사회로부터 배척당했다고 느끼게 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의 시선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때문이었죠. 청소년들이 이런 것들로 인해 울기 시작하자 다른 편에서 교회 다니는 분들이 이분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는 저도 울면서 기도를 했고 그 순간을 지나면서 이 상황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저에게 각인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이름이 지상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여러 분들이 상담을 요청해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신앙인으로서 신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들이었죠.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거나 아웃팅 당한 이야기들도 듣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단체들의 동성애 차별과 배제의 전략

  지난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기독자유당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동성애 반대, 이슬람 반대를 표방한 기독자유당은 득표율 3%에 못 미쳐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63%로 62만6853표를 획득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발의되었지만 기독교 보수단체들이 10만여 건의 항의를 하면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일부 교단에서는 정치인들을 초대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식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국가인권조례에서 성적 지향과 관련된 항목들을 삭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죠. 동성애나 이슬람에 대한 혐오정서만으로 구성된 괴물정당을 정부에서 용인하고 묵인해주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태입니다. 사회, 정치적으로 고통의 지수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을 던져주고 울화증을 투사할 대상을 만들어준 것이지요. 한국 교회는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80년대 부흥기를 지나면서 정치적인 조직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기독교계는 많은 추문과 비리들에 휩싸여 오면서 거룩한 느낌들이 손상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못한 사람들을 직시해야 하는데 목사들이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서 더 큰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차별없는 사랑으로 읽는 성서, 퀴어신학의 필요성

  임보라 목사는 최근 󰡔퀴어신학󰡕 관련 저서를 번역 중이다. 임보라 목사는 성서 해석에 있어서 해석상의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서해석을 심화해서 살펴보면 학자마다 바울을 바라보는 시선, 성경 구절을 해석하는 시선 등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성서가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저는 그것은 사랑이 없는 성경 읽기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에서는 확연한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노예나 주인의 차별이 없고 여자나 남자나 차별이 없고 외국인이나 이방인의 차별이 없는 이상을 전파했습니다. 퀴어신학의 계보를 찾아보면 이미 1950년대 초부터 신부님들은 창세기 등 예닐곱 개의 구절들에 대해 새롭게 고찰해왔습니다.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성소수자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여성신학, 흑인신학, 탈식민주의 신학과 같은 것들도 존재하죠. 퀴어신학 역시 지류로 흘러가면서 여성신학, 흑인신학, 혹은 탈식민주의 신학 등과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임보라 목사는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남겼다. “배운 사람에게는 배운 사람의 몫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배운 사람의 몫은 어쨌든 자신이 알고 듣고 배운 것이 옳은 가르침인지를 스스로 검증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이나 위치와 관련해서 사실무근의 왜곡된 정보들을 퍼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는 에이즈와 메르스 바이러스가 결합해서 슈퍼바이러스가 된다는 식의 잘못된 지식들이 유통되었습니다. 그 이후 퀴어축제를 막아야 한다는 식의 거짓 논리들이 득세하게 되었죠. 이처럼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에 복무하는 거짓 지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은혜 ·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05:2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