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혐오에 기대 선 정치  

4.13 총선이 막을 내렸다. 한 달 남짓했던 본격적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나는 집 앞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횡단보도에서 한 열정적 선거운동원과 늘 마주쳐야 했는데, 이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는 나에게 눈을 맞추며 “힘내세요” 라든지, “오늘도 파이팅입니다”는 식의 아침 인사를 건네며 명함을 쥐어줬다. 명함에는 “동성애와 이슬람으로부터 가정을 지킵시다”라는 글귀와 함께 “HIV를 유발하는 동성애 반대”라는 당의 홍보 문구가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자는, 그토록 거리낌 없이 폭력적인 언어를 공손하게 전하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이 너무도 밝고 명랑해서, 나는 문득 뒷골이 서늘해져 옴을 느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과 기독민주당은 각각 2.63%(62만6853표)와 0.54%(12만9978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선거에서 기독교 정당이 기록한 득표율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하나의 당이었다면 3%를 넘겨 원내 진입이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다. 누구는 이들의 행태를 주목할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날 뿐, 이른바 “병먹금”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거둔 성과는 놀랍다. 제4당인 정의당의 득표율이 7.23%였으며,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등이 1%에도 한참 못 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더욱 그러하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온 시민들은 폭력적인 언어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야 했다. 동성애는 이슬람 테러 세력과 같은 자리에 놓여 타도의 대상이 되었고, 동성애가 에이즈를 유발한다는 허위 사실이 다양한 선전물을 통해 버젓이 유포되었다. 또한 기독교 정당의 선거 운동에서 뿐만 아니라, 동성애에 관한 입장 표명이 진보 진영의 후보들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써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김을동 후보 지원 유세에서 더민주의 남인순 후보를 겨냥하여 “군에서 동성애를 수용할 수 있는 군법을 발의”했다며 “동성애는 인륜을 배반한 일인데 군에서 이런 행위를 하면 군 기강이 어떻게 되겠냐”고 말했다.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단체명부터 이미 폭력적이다-는 “동성애를 옹호·조장한” 국회의원 후보 19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낙선 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방식의 선거 운동이 아무런 제재 없이 무분별하게 펼쳐질 수 있었다는 것은 큰 문제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더욱 문제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여야 할 것 없이 동성애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는 일을 마치 사상 검증이라도 하듯 다루었다는 점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동성애자들을 지지한다”는 말이 “나는 빨갱이입니다” 혹은 “김일성 만세” 라는 말에 비견될 정도로 위험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빤한 정치 싸움의 에너지원으로 전락해버리고, 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축으로 하여 결집을 꾀하는 모양새가 참으로 지저분하고 더럽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승리의 정국이라지만, 대체 누구를 위한 승리인지 묻고 싶다. 이 나라에서 ‘소수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앞으로의 긴긴 시간을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17:5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