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없는 종합시험, ‘삽질’하는 대학원생

지난 한 달 동안 대학원생들의 가장 큰 화두는 종합시험이 아니었을까 한다. 논문과 졸업을 위한 가장 큰 관문이라고 할까? 다른 과는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우리 과에서는 한 번에 이 관문을 통과하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 그만큼 시험이 어렵다.
사실, 단순히 어렵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정확하게는 대비하기가 조금 곤란한 시험이라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디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두루뭉술한 추측을 토대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기도 하고, 과목의 기본서 몇 권을 골라 달달 외워보기도 한다. 선배들의 노하우가 쌓여서 문제에 대한 정보나 답안 요령 방식이 누적되었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헤매는 건 여전하다.
물론 시험 과목의 매뉴얼이 꼭 정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출판사, 다양한 교수·연구진이 펴낸 기본서들은 각각 다 나름의 논리로 일목요연, 학문의 지도를 그려놓고 있어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시험을 앞둔 입장에서 시험 범위가 ‘전공의 기본’ 어스름일 경우에는 대비하기 곤란할 뿐이다. 더군다나 (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공 한 과목도 아니고 여러 과목을 말이다.
시험에 대한 평가는 사실, 앞서서 배운 내용을 확인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전공 지식에 대해 물었는데 답하지 못한 것은, 범위야 어찌되었든 종합시험을 치르는 대학원생의 노력과 공부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범위가 불분명한 탓인지, 조금만 지엽적이거나 예상에서 벗어나는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면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강을 하지 않은 수업과 연계되어 문제가 나오거나 최근 연구 동향과 관련한 것이라면 쓸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내 전공이 아닌 다른 전공과목에서 그런 문제가 출제되면 억울할 정도다. 그러나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 억울함이다. 출제 경향에 맞추어 ‘요령 있게’ 대비를 못한 결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묻고 싶다. 배우지 않은 내용으로 시험을 보는데 이것이 정확한 평가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대학원생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모든 영역의 공부를 해야만 하는 걸까? 만약 알아서 공부하라는 의도로 그런 문제가 출제된 것이라면, 자신의 연구와 동떨어진 그 분야를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숙지해야 하는 것인가?
결국 갈피를 못 잡고 두 번 세 번, 혹은 그 이상으로 종합시험을 치른다. 종합시험에 불합격한 경우 자연스럽게 논문도 뒤로 미뤄진다. 논문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세웠던 계획들도 6개월 단위, 아니 그 이상으로 밀려난다. 그 다음 시험에 합격하리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민감한 대학원생들도 많은데, 논문 이전에 종합시험까지. 곤란에 곤란을 더할 뿐이다.
종합시험이 대학원생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에 대한 명확한 평가 기준이 서야할 것이다. 시험의 범위도 단순 ‘과목 전반에 대한 평가’라고만 하지 말고, 대략의 기본서를 제시하거나 수업과의 연계 여부·최신 연구 관련 출제 여부 등에 대해 제시를 해야 한다. 이 정도라면 애먼 ‘삽질’은 피하지 않겠나.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15:5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