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호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서울 영파여자중학교 교사
-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 (2009~2010)

참교육은 전교조와 민주시민들이 함께 일군 성과이자 과제
- 아이들을 권력과 자본의 손아귀에서 해방시켜 교육다운 교육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6.10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와 노동해방의 물결 속에서 ‘교육다운 교육’을 열망하는 교사들이 자주적으로 건설한 노동조합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수많은 아이들의 고통은 “맹랑한 꼭두각시의 허무한 몸짓”을 멈출 것을 교육자의 양심에 호소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전교조를 세운 힘이요,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1989년 출범 당시 전국 1500여명 선생님들이 해직을 당하는 큰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이후 10년의 법외노조 과정을 거쳐 1999년 합법노조가 되었지만, 현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 공문 한 장과 사법부의 비굴한 공조에 의해 또다시 법외노조로 내몰린 상황입니다.
  지난 1월 21일 고등법원은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시대정신과 국제기준을 철저히 외면하였습니다. 대법원 상고심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교육부는 2심 재판부 판결을 제멋대로 해석하여 전교조의 존립과 활동 자체를 봉쇄하는 소위 ‘후속조치’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법외노조’, ‘헌법상 노조’에 대해서도 노사 자율협약에 따라 권리와 활동을 보장함이 마땅하므로 교육부의 일방적인 후속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조계와 법학계의 견해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보수교육감과 일부 사학은 복귀 거부 전임자 6인을 이미 해고했고 진보교육감들도 교사 노동기본권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전국 35명 전임자 대오는 전교조를 사수하겠다는 결기로 흔들림 없이 맞서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존재 중 하나이며, 그 지향은 ‘참교육’이라는 모토에 담겨 있습니다. 생태, 인권, 노동, 평화 등 진보적 가치들을 구현하는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존중받고 저마다 행복할 수 있는 학교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입시경쟁 서열화교육 체제’는 교육혁신을 위한 온갖 노력을 수포로 돌려버립니다. 전교조는 이 거대한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교실에서 일상적인 ‘참교육 실천’에 힘씀과 동시에 학교의 담장을 넘어선 ‘참교육 투쟁’을 전개합니다. 전교조 교사들은 가르치며 싸우고, 싸우면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전교조가 집중적인 탄압과 공격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서 보듯이 정부는 교육을 정치에 더욱 예속화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을 통해 권력과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복제하여 다음 세대에 내면화시킴으로써 그들만의 세상을 영속화하려는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교육 장치의 작동을 ‘방해’하는 전교조는 눈엣가시입니다. 흑색선전까지 동원한 기득권 세력의 전방위적인 탄압은 역설적으로 유초중등 교육계의 유일한 진보 교원단체로서 전교조가 갖는 독보적인 위상을 반증합니다.
  정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면서 9명의 해고 교사들이 6만 규모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선전했습니다. 전교조는 노동조합 기본에 충실한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이 말도 안 되는 초라한 주장을 통쾌하게 분쇄했습니다. 법상 노조 지위를 유지하자고 최전선에서 투쟁하다 탄압에 희생된 동지들을 내친다면 이는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닐 뿐 아니라 노동조합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참교육과 전교조 정신의 기저에는 모든 것에 우선해 인간을 중심에 두는 철학이 있습니다.  ‘교육다운 교육’은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합니다. 학생을 미래 사회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간주하지 않고 행복을 향해 스스로 발달하는 주체적 존재로 바라봅니다. ‘문교부’가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과학기술부’를 거쳐 ‘교육부’도 이름 바꿔도 교육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구조적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교육 철학의 중심에서 ‘인간’이 비껴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총제적 문제는 2년 전 세월호 비극으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진정한 교훈을 얻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는’ 행동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전교조는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교사용 자료인 ‘416 교과서’를 만들어 희생자들 앞에 바쳤고, 정부의 ‘금서 조치’와 징계 위협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을 실천했습니다. 교사는 굴종하고 침묵하는 정권의 노예가 아니라 ‘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임을 당당하게 선언한 것입니다.
  참교육은 전교조만의 것이 아니라 민주시민들과 함께 일궈온 성과이자 과제입니다. 인간이 우선하는 사회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모두 휴머니스트로서, 현실의 벽을 넘어서려는 전망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불가능’을 꿈꾸는 이유입니다. 교사들의 양심이 살아 있고 시민들이 꿈을 간직하는 한 전교조는 탄압에 꺾이지 않고 건재할 것입니다. 인간적인 사회를 향한 전망을 밝히는 길에 고려대 대학원 여러분도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05: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