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본지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현 정권에 의해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교조 관련된 이슈를 취재했다. 전교조는 창립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해직, 파면의 위기를 겪어 왔으며 최근에는 법외노조 판결을 받았다. 이번 호 본지는 창립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전교조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탄압 현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전교조 창립 이후 법외노조 판결까지의 역사

  민주화 바람과 더불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탄생
지난 2005년 사학법 개정과 관련된 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시 후보)은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발언을 남겼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또한 2006년 2월 전교조 교육실태 고발대회에서 “전교조는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으며 우리의 과거사를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5·16 군사독재를 미화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파문을 주도한 현 정권의 역사인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선후보의 발언과 달리, 전교조는 사교육 시장의 팽배 속에서 참교육으로서의 공교육의 가치를 수호하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전교조 교사들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일제 식민지 치하 친일행위자들의 잘못된 행태를 교육하고, 5·16 군사쿠데타와 박정희 유신정권의 18년간의 독재를 비판해 왔으며,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한 4·19 혁명,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의 역사적 의의들을 가르쳐 왔다.
  전교조가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결성된 것은 1987년 6월 항쟁의 여파였다. 1980년 당시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44명의 교사가 구금되었고, 교육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57명의 교사가 구금, 해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교사운동은 야학과 소모임 운동을 거쳐 YMCA 교사회의 창립으로 이어졌고, 결국 1989년 9월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이 창립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에 전교협은 교육법 개정투쟁, 사학정상화 투쟁, 사립 채용 기부금 반환투쟁, 대한교련 탈퇴 운동 등 다양한 교육민주화 투쟁을 진행했다. 각 학교들에서는 교사협의회 결성 운동이 진행되었고, 개별 운동체들이 전국 단위로 종합되면서 마침내 전교협이 출범했다. 1989년에 이르기까지 전교협은 조합원 수가 3만 여 명에 이르는 교사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당시 전교협에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임의 단체의 성격을 지닌 협의체를 사회적·법적 지위를 갖는 노동조합으로 재편하자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출범된 것이 한국 최초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즉 전교조였다. 1989년 전교조 출범 이후 1년 만에 16개 시도 각 지역에는 지부가 결성되었고, 200여 개 시군구 단위에 지회가 세워졌다. 그리고 각급 학교에 분회가 세워지면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교조의 출범이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989년 전교조가 출범하기까지 1,500명이 넘는 교사들이 해직되어야 했다. 1,500여 명에 이르는 교사들이 해직, 파면되거나 혹은 수감되기까지 하면서도 전교조는 10년간 끈질기게 법외노조로서 투쟁했다.

교원노조법의 제정과 전교조의 합법화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되기까지는 10년에 걸치는 투쟁의 역사가 있었다. 교원노조법이라 불리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전교조는 합법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교원노조법은 특별법의 하나로 노동 3권이 보장되는 노동법과 달리 노동 2권만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내장하는 것이었다.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전교조는 정규직에 해당하는 현직 교사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교조가 합법성을 얻게 되면서 조직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2000년에는 조합원 수가 10만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은 1991년에는 국제노동기구(ILO)에, 1996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OECD의 경우, 한국의 노동관계법이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입을 유보하려 했지만 한국 정부가 교원 노조 설립 개정안을 서면 제출하는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OECD는 한국 정부에 9개 항의 개정을 요구했는데, 그 중에 3항이 교원의 단결권 보장, 7항이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이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겪으면서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로 교원노조법이 결실을 보았고 전교조의 합법화가 진행되었다.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에 대한 입법도 합의했다. 그러나 규약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를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전교조 탄압의 역사, ‘법외노조’ 판결에 이르기까지
  처음 전교조가 합법화할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해고자·실업자의 입법 합의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다시 규약시정 명령을 내리면서 시행령 9조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천재곤, ｢전교조 ‘법외노조’ 쟁점과 과제｣에 따르면, 2010년 정부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교원노조법 2조에서 정한 바와 같이 초중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로 한정했다. 그리고 해고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이 있기 전까지 보류한다는 규정에 근거해, 1차 규약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는 몇 개 규약을 개정하거나 삭제했지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서는 전교조 규약 부칙 5조에 의거해, 현행과 같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조합법 제21조(시정명령)에 의하면 노동부는 법령에 위반되는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제 93조(벌칙)에 의하여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런데 노동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을 근거로 전교조 측에 부칙 5조를 시정하지 않으면 설립취소를 통보하겠다고 했다. 1987년 행정관청의 노조해산권 조항은 삭제되었다. 따라서 노동부가 시행령 9조 2항을 근거로 전교조의 설립취소를 통보한 것은 위법적인 행태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국가인권위에서는 노조법상 근로 개념에 입각하여 일시적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 해고자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개정할 것을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노동조합 설립신고 취소’ 시행령 삭제 역시 권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ILO가 긴급개입을 통해 전교조 설립 등록 취소와 규약개정 위협을 즉각 중지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노동조합 관련법령을 ILO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에 맞도록 수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헌법상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라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국제교원단체총연맹(EI),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CU), 국제노동기구(ILO)는 물론 OECD까지 나서서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ILO의 긴급 개입은 국제적 망신에 해당된다고 이들은 말한다.
  신권철의 ｢전교조 사건을 통해 본 법외노조 통보제도의 문제점｣(󰡔노동법학󰡕 제55호(2015년 9월))에 따르면, 법내 노동조합이 법외노조로 전환되는 것은 현행 노조법 시행령의 법외노조 통보제도에 근거한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의 각 시행령과 관련해서는 노조법 및 그 시행령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설립과 존속을 제한하는 입법이나 조치는 헌법상 단결권을 심사기준으로 한 정당성에 관한 심사가 필요하다. 법외노조 통보가 헌법상 노동삼권의 관점에 비추어 문제가 되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률의 위임 없는 노조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합법적 노동조합의 지위를 법외노조로 전환시켜, 별다른 집행조치 없이 노동조합이 가지는 법적 능력들을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둘째, 조합설립 이후에도 행정관청이 매번 변동되는 조합원의 상황을 조사하여 ‘근로자 아닌 자’ 또는 ‘사용자측 근로자’임을 들어 법외노조로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에 의한 헌법상 단결권의 침해위험이 크다. 셋째, 법외노조에 대한 단체협약 실효, 단체교섭 배제, 단체협약체결능력이나 합법적 쟁의행위 능력 배제 등의 문제는 사실상 노동조합의 존재의미를 제거한다. 넷째, 노동조합해산에 준하는 사실상 효력을 가진 법외노조 통보는 행정관청으로부터 독립된 노동위원회 등의 심의의결기구를 거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다섯째, 설립신고반려처분제도에 비해 이미 기득의 권리를 가진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보다 엄격한 법령상 근거와 요건, 심사절차를 확보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법외노조 통보제도는 이미 폐지된 조합해산명령제도보다도 더 행정관청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15:4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