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물러난 후 교직에 복귀한 폴리페서, 경제학과 곽승준, 정치외교학과 김병국 교수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들어보았다.

올해 2월, 두 교수는 각각 국정기획수석과 외교안보수석으로 공직에 진출했다가 지난 6월 물러나 이번 학기 지역도시경제론, 비교정치개설 강의를 맡았다.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무엇보다 수업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의견이다.

작년 대선 당시, 두 교수의 이명박 후보 선거 캠프참여로 잦은 휴강과 부실한 수업이 이어졌고, 올해 역시 두 교수의 뒤늦은 휴직으로 학생들이 시간표를 급히 조정해야하는 일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07학번 손유정 학우는 “곽승준 교수님 강의에서 아무런 통보없이 이주석 교수님으로 수업이 대체되어 당황스러웠고, 이 때문에 시간표를 전체적으로 다시 짜는 바람에 듣고 싶은 강의를 듣지 못하게 됐다”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정경대 학생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경대 학생 179명중 63.6%(114명)는 “두 교수의 2학기 복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로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그 중 71.9%로 가장 많았다.

이에 정경대 학생회는 지난 9일 공개질의서를 두 교수에게 발송했고 이에 대해 곽승준 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김병국 교수만이 답을 한 상태이다.

김병국 교수는 “전문성을 살려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그 부름을 피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외교안보수석직을 맡았다”고 답했다. 또한 예정된 강의를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고대생들이 스승이 잠시 교단을 떠나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 줄 젊은이라 믿는다”며 “이러한 믿음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    복직으로 논란이 됐던 정치외교학과 김병국 교수,

또한 김병국 교수는 2학기 첫 수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래 딱 하나 잘못한 게 있다면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간 일”이라며 사과했으나 정경대 학생회 측은 “공개적인 사과가 아니라 인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복직반대 기자회견이나 면담요청을 할 것”이라 밝혀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두 교수를 제외한 다른 교수들은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학과 학과장 정주연 교수는 “현실적인 사회과학을 다루는 경제학의 경우 현실참여에 대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는 한편, 사회학과의 한 교수는 “학자적 양심상 본업보다 개인의 명예나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두 교수의 행보에 비난을 가했다.

현재 우리학교의 내규에는 폴리페서에 대한 규정이 없다. 교수는 명백한 휴직사유가 있을 때만 휴직이 가능하며 휴직사유가 소멸되는 경우, 복직하게 돼 있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두 교수의 이번 학기 복직이 가능했던 것이다.

교무처 교무지원부 김동조 과장은 “두 교수는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라 복직에 문제가 없었고 또한 교수의 정치참여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학교 측은 복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정경대 학생들의 복직반대에 대해 “너무 감정적”이라며 “왜 굳이 이번 정권에 임명된 교수만을 문제 삼느냐,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를 이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폴리페서에 대한 다른 학교의 내규를 살펴보면, 성균관대의 경우 총선 지역구에 공천돼 출마할 경우 교수직 사직을 해야 하나, 정부기관 고위직 진출경우엔 전공학과 내에서 1명에 한해 허용한다고 명시돼 곽, 김 두 교수와 같은 임명직의 경우에는 큰 규제가 없는 셈이다.

서울대는 휴직하지 않은 채 총선에 출마해 물의를 빚은 사범대학 김연수 교수를 계기로 학내예규제정을 검토, 진행 중인 상황이다.

우리학교 역시 이번 논란으로 인하여 폴리페서에 관한 내규를 준비 중이며 다음 달 중순에 이사회를 거쳐 확정지을 예정이다. 그 보완내용은 교원휴직사유에 공무휴직의 추가와 선출직 공무원일 경우, 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내규는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만을 방지하는 방안이며,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교원휴직사유에의 공무휴직의 추가일 뿐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어느 대학에도 임명직 교수에 대한 내규는 없으며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갖고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교수의 사회 진출보다는 수업에 소홀하게 되는 것이 지금의 문제이지만, 이를 방지할 방도가 마련되진 못한 것이다.

한편, 곽승준 교수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으로 또다시 내정됐다는 보도가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의 규정방안이 정계진출로 인한 휴직을 허용한 이상 이제는 자유롭게 학교를 드나들 것으로 예상되어,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이 다시 한 번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