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문장원 기자

  요즈음 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을 관심 있게 챙겨보고 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다른 화의 댓글 수를 훨씬 상회하는 숫자의 댓글들이 달려 있는 〈제6화: 뭐가 힘든데?〉이다. 댓글들의 숫자 외에도, 대체로 내용에 공감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루는 다른 화에 비해 해당 화에 대한 댓글들은 논쟁의 양상을 보인다는 차이점이 있다. 해당 화는 유자녀 대학원생의 고충을 그렸는데, 이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로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이 아이를 가진 것은 섣부른 선택이었으며, 자녀를 가진 이상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욕심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택’과 ‘책임’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그것이 ‘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웹툰에서 볼 수 있듯, 대학원생은 출산 지원에서는 “취업 능력이 다분한 자”로, 어린이집 이용에서는 “전업 주부”로 분류되어 출산, 육아와 관련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전국민에게 출산을 권하고 있는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대학원생은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수유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자녀 대학원생들은 다른 어디에도 없는 수유실을 대학 내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미비하지만, 모든 공공시설에 완비될 것이 요구되고 있는 그 공간이 우리의 연구 공간 안에 전무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해당 웹툰의 사례에서 비판해야 할 것은 유자녀 대학원생 개인의 윤리가 아니라, 인권의 사각지대에 갇힌 이들을 외면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 구조이다.
  이 문제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대학원생 전체의 권리와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수에 의한 폭행, 빼앗긴 논문, 연구비 횡령, 성희롱 등의 사례는 우리가 학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인 우리가 응당 가져야 할 권리가 짓밟힌 사례들이다. 유자녀 대학원생의 사례에서 선택과 책임을 문제 삼는 태도는, 위와 같은 사실에 대한 무지를 보여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무지’라기보다 ‘외면’이라 불러 마땅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를 스스로 내면화한 것이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그런 점에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할 원총이 이전 학생회의 권리장전 사업 완성에 주력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스스로 그것에 대해 무지했거나, 혹은 외면해 온 권리를 실체화하는 것은 이 사각지대의, 그리고 우리 스스로 내면화한 그 공간의 벽에 작은 균열을 내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개원이 연기된 본교 어린이집이 조속히 개원되길 바란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어린이집 모집 인원 중 대학원생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리가 주어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부디 곧 개원될 어린이집이 대학원생들의 권리가 보장된, 온전한 학내 보육시설의 모습이길 바란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01:2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