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구입에 인색한 도서관

  대학원에 입학 후 수업을 들으며 새삼스레 스스로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혼자 공부하는 과정에서 참조할 수 있는 논문과 책은 정말로 중요하기 때문에 도서관은 수업을 들으러가는 강의실보다 더 자주 가게 되는 곳이다. 물론 책을 읽다 떠오르는 내 생각들을 메모하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기 위하여 책을 직접 구입하는 경우도 많지만, 필요한 책을 모두 구입하여 읽기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크고 책의 일부분만 참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도서관에는 꽤 많은 장서가 구비되어있고, 덕분에 대학원 입학 후 도서관에서 많은 양의 논문과 책을 대출하였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 하면서 도서관에 구비되지 않은 책 역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학교는 “개인별 도서 구입 신청 한도액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석사의 경우는 일 년에 50만원 그리고 박사의 경우는 70만원까지 도서 구입을 신청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개인별 한도액 제도는 보다 많은 이용자에게 도서 구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일 인 당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제한하는 제도가 과연 많은 이용자에게 도서 구입 기회를 부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도서관에는 연구가 오랫동안 많이 되어왔던 주제에 관한 책들은 많이 구비가 되어있는 반면, 최근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분야에 관한 책들은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마다 연구 주제에 따라 새로 구입을 신청해야하는 책의 권수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어떤 학생은 학교에 구비된 책으로 연구를 하기가 충분할 수도 있는 반면 또 다른 학생은 학교에 책이 없어 구입을 신청해야 하는 책이 많을 것이다. 학생마다 구입 신청이 필요한 책의 권수가 다르고 전공마다 필요한 참고 도서의 비용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제한된 돈을 동일하게 지급한다고 하여서 “많은 이용자에게 도서 구입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떤 책이 필요한지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계속 추가되는 것이기에, 1년이라는 기한 제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나중을 걱정하게 되어 연초에는 구입을 신청하고 싶은 책이 있어도 신청을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이 제도 실시에 따라 개인별로 구입 신청할 수 있는 연간 한도액이 제한되오니, 도서 구입 신청 시에 보다 신중을 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하지만, 연말에 남아있는 신청액을 어떻게든 더 많은 책 신청에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책을 추가적으로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즉, 연간 한도액이 제한된 것이 특별히 도서 구입 신청 시에 신중을 가할 수 있게 도와주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대학원 과정을 위해 등록금이 수업뿐만 아니라 도서관 이용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도서관의 “개인별 연간 한도액 제한” 제도는 학교가 도서 구입에 인색하다는 느낌밖에 주지 않는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미처 구입하지 못한 책을 신청할 자유가 있고, 그 책은 신청자 개인뿐만이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이 활용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어떠한 책들은 책 한권에 여러 저자의 에세이들이 모여 있어서, 내가 필요한 부분과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부분이 다르기에 한 권의 책이 여러 사람에게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이 필요한 만큼 도서관에 필요한 도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개인별 연간 한도액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01:2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