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전 선배가 된 녹색전사들
-전북현대 송범근, 한승규의 정기전 이야기-

[SPORTS KU= 글 추지현 기자, 사진 이영은 기자, SPORTS KU DB] 정기 고연전(이하 정기전)은 거대한 축제다. 한국 대학 스포츠에서, 아니 한국 스포츠 전체를 통틀어도 이렇게 많은 관중의 열기로 가득한 무대는 없다. 그래서일까 학교를 떠나 이제는 프로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에게도 정기전 경험은 그야말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아있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정기전을 기억하는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이하 고려대, 연세대) K리거들을 SPORTS KU가 만났다. 바로 정기전 때는 상대 팀 선수로 맞붙었지만, 이제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동료가 된 송범근(체교16, 전북현대)과 한승규(연세대15, 전북현대)이다.

<PROFILE>
이름: 송범근
생년월일: 1997.10.15
신체: 194cm/88kg
포지션: GK
학력: 용운고-고려대
소속: 전북현대 (2018~)
경력: 2017 U20 월드컵 대표, 2018 AFC U23 챔피언십 대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PROFILE>
이름: 한승규
생년월일:1996.09.28.
신체: 173cm/68kg
포지션: MF
학력: 언남고-연세대
소속: 울산현대 (2017-2018), 전북현대 (2019~)
경력 및 수상: 2018 AFC U23 챔피언십 대표, 2018 K리그 영플레이어상

#고려대 호랑이, 연세대 독수리에서 이제는 녹색전사로

대학 선수였다는 사실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두 선수는 K리그에서 나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각각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에서 나란히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올해부터는 한승규가 전북현대로 이적하여 두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SPORTS KU(이하 KU): (송범근에게) 대학 최고 골키퍼를 넘어 전북현대의 주전 골키퍼이자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는데.
송범근(이하 송): ‘레전드’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이랑 경기를 뛸 수 있었어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명이 넘는 관중이 가득 차서 저는 긴장도 됐는데 부폰이 여유롭게 자기 플레이를 하고 끝나고 팬서비스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어요.

KU: (한승규에게) 전북 현대에 합류한 지 6개월 정도 됐다.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하고 있나.
한승규 (이하 한): 현재 적응하는 중이고 경기를 작년보다 많이 못 뛰기 때문에 힘들기도 해요. 그래도 전북현대가 좋은 팀이고 팀 안에서 경쟁을 통해 배울 점이 많아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적응하고 있어요.

KU: 두 선수는 지난해 나란히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결국 한승규가 상의 주인공 됐다. 후보로 거론되고 상을 받기까지 느낌이 어땠나.
한: 사실 처음에 시즌 초반에는 제 전체적인 경기력을 봤을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시즌이 계속되면서 경기가 잘 풀리고 영플레이어상까지 받게 됐을 때, 이루고 싶었던 꿈이 현실이 되니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송: 저는 못 받아서 아쉽긴 하지만 신인임에도 후보에 올랐던 것 자체만으로 감사했어요.
한: 올해는 양보할게요.(웃음) 아마 올해는 꼭 범근이가 받지 않을까 생각해요.
송: 개인상은 마음을 놨어요. 제가 상을 받는 것보다 팀이 우승하는 것이 중요해요. 작년에도 승규 형이 다른 팀이어서 우리 팀에서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제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이제 상에는 딱히 욕심은 없고 팀이 잘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전북에서의 목표를 묻자 두 선수는 나란히 ‘전북현대의 K리그 우승’과 ‘국가대표팀에 발탁’을 언급했다. 학교를 떠나 더 큰 무대에 도전 중인 두 선수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큰 무대로 나서기 전, 송범근과 한승규는 어땠을까? 시계를 대학 시절로 되돌려 두 선수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고려대 대표 수문장 “송범근”, 연세대 황금세대 “한승규”

연세대 15학번은 ‘황금세대’였다. 김민재(연세대15, 베이징궈안), 전종혁(연세대15, 성남FC)등 입학하기 전부터 연령별 대표를 거친 선수가 많았다. 또한 모든 15학번 선수가 조기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한승규는 황금세대의 중심이었다.
  송범근은 고려대 입학 전부터 연령대 최고의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다. 입학 후에도 U20 월드컵에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고 고려대의 왕중왕전 2연패를 이끌었다. 그야말로 ‘대학 최고의 선수’였던 이들에게 대학 시절은 어떤 기억일까?

KU: 대학생 때를 돌아볼 때 본인은 어떤 선수였던 것 같나.
한: 우리 팀은 ‘황금세대’ 불릴 정도로 멤버가 좋았고 승부욕이 강했어요. 저는...(송: 에이스였지 에이스) 아니에요.(웃음) 그냥 그중에서도 특별히 경기력에 대한 욕심이 컸던 선수였던 것 같아요.
송: 정기전을 정말 이기고 싶어 했던 선수 중 하나였고 정기전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아요.

KU: 가장 기억에 남는 정기전 순간은 언제였나.
한: 제가 경험했던 2번의 정기전 중에서는 마지막이었던 2학년 때 정기전이 기억에 남아요. 역전패를 당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죠.
송: 1학년 때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경기에서 이겼던 좋은 기억이라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직접 뛰지 못하더라도 정기전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는 경기여서 더 기억에 남죠. (KU: 종료 휘슬이 울리고 승리가 확정됐을 때 어땠나요?) 뱃노래를 하러 뛰어나갔죠.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경험했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KU: 당시에 정기전 준비는 어떻게 했나.
한: 아침부터 트랙을 돌고 오전에 운동하고 오후에 또 운동하고. 거의 2-3주 동안 정신없이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아무런 재미가 없어요. (웃음) 몸이 너무 힘드니까 다들 너무 예민해서 훈련 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쉬는 시간이 있으면 잠을 자거나 먹기만 했어요. 이렇게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근데 져서....
송: (연세대랑) 똑같은 것 같아요. 저는 하루에 4번 훈련을 대학교 들어와서 처음 해 봤어요. 새벽에 운동을 하고 와서 씻고 한 30분 누웠다가 다시 운동을 나가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누워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죠. 그리고 2학년 때 정기전 준비하면서 태백으로 전지훈련을 갔었는데 그 때 납조끼를 입고 태백산을 뛰어서 올라갔었어요. 그 정도로 준비해야 할 만큼 정기전은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KU: 당시 상대 팀이었던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면 그때 당시의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었나.
한: 고려대에 대해서는 선수 한명 한명을 다 파악했던 것 같아요. 범근이가 어렸을 때부터 경기도 많이 뛰기도 했고 잘한다고 들었어요. 물론 범근이가 잘하긴 하지만 제가 골을 넣고 이겨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송: 저는 1학년 때 한승규라는 사람을 잘 몰랐어요. 근데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형들이나 선수들끼리 얘기를 할 때 항상 승규 형을 주요 인물로 뽑더라고요. 그래서 연세대와 경기를 할 때 한승규가 누구냐고 형들한테 물었더니 15번이라고. 주의 깊게 봤는데 작지만 움직임이 빠릿빠릿하고 킥이 아주 좋았어요. 세트피스도 거의 형이 다 차는 모습을 보면서 킥이 무섭다, (슈팅을) 잘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두 선수에게 정기전은 잊지 못할 추억인 동시에 ‘아쉬움’이기도 하다. 한승규는 2번의 정기전에 모두 출전했으나 1무 1패를 기록했다. 송범근은 승리를 거둔 2016년에는 임민혁(체교14, 전남드래곤즈)에 밀려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직접 경기에 나선 2017년에는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패했다.

KU: 두 선수 모두 정기전에 직접 출전했을 때 이긴 적은 없다.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한: 졌을 때 암울했죠. 준비했던 기간도 길었고 1년에 한 번 있는 경기여서 이기고 싶었는데 말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끝나고 빠르게 훌훌 털어버렸어요.
송: 정기전이라는 한 경기를 위해서도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는데 더 큰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지금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기지 못한 게 아쉽긴 했지만 정기전을 준비하면서 배운 점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KU: 2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돌아본다면?
한: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로 많이 가지만 예전에는 대학교에서 잘하는 선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해서 적응하기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학교생활에는 아쉬웠던 것이 많아요. 수업도 열심히 듣고 대학생처럼 생활했어야 했는데 훈련 하고 피곤하다 보니 수업에 잘 안 나갔던 게 아쉬워요. 특기자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랑 친해지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에요.
송: 저는 대학 생활이 제일 재밌었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그리고 정기전이라는 특별한 경험이 가장 좋았어요. 아마추어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이 있는 경기장에서 정기전이라는 큰 무대 경험을 해 볼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여기서 잠깐! 학교 자랑 TIME! *
한: 연세대가 학교 자체도 더 예쁘고 세련됐어요! 크기도 크고요. 운동장에 갈 때 셔틀버스를 타고 다녔을 정도예요.
송: 고려대는 일단 연세대와는 다르게 운동장이랑 숙소랑 가까워요. 그리고 고려대가 선수들 간에 뭔가 끈끈한 게 있다고 느꼈어요. 정이 있다고 해야 하나.

#어느덧 정기전 선배가 된 송범근, 한승규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두 선수 모두 경기장에서 열심히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학우들과 함께 그라운드 위에서 정기전을 빛낸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기전 선배로 관중석에서 동기들과 후배들을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이들이 예상하는 2019 정기전은 어떨까.

KU: 각자 팀에서 이번 정기전에서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인가.
한: 사실 2학년 때 학교를 떠나서 아는 후배가 없어요. 근데 이번에 U20 월드컵에 연세대에서 최준(연세대18)선수가 큰 활약을 했었잖아요. 연세대의 자랑으로서 아마도 올해 정기전에 U20 월드컵 때 활약한 것처럼 좋은 활약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송: 저도 U20 월드컵에 나갔던 정호진(체교18)이 기대돼요. 저도 U20 월드컵에 갔다 와서 그해 9월에 정기전을 했는데 그때 골 넣었던 3명, 연세대 이정문(연세대17, 대전시티즌), 하승운(연세대17, 포항스틸러스), 고려대 조영욱(체교17, FC서울)이 다 U20 월드컵을 같이 갔다 왔던 선수들이었어요. 승부처에서 그런 큰 무대 경험을 가진 주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KU: 올해 경기 결과를 예측해 본다면?
한: 최근 2년 동안 연세대가 계속 이겼기 때문에 아마 그 흐름을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스코어는 2-1로 예상하고 골은 현재 공격수들을 잘 모르지만 아마도 공격수가 넣지 않을까요? 최준이 1번 정도 어시스트해서 골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송: 스코어는 4-2로 고려대가 이길 것 같아요. 누구 한 명이 ‘포텐’이 터져서 잘할 것 같아요. (KU: 포텐이 터질 선수를 예상해 보자면?) 김호(체교17) 선수가 잘하지 않을까 예상해요. 4골 중 김호가 2골, (김)재욱(체교16)이 1골, (공)민혁(체교16)이 1골 넣을 것 같아요.

KU: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뛸 때와 관전할 때는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가.
한: 직접 뛸 때는 정말 정신없이 뛰었어요. 관중석에서 봤을 때 아무래도 제가 나온 학교가 이겼으면 좋겠고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응원을 하긴 하는데 직접 뛸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이건 저기로 차야 되는데’ 이러면서 속으로 훈수를 두게 돼요.
송: 제가 봤을 때는 경기 자체는 너무 재미가 없어요. (웃음) 제가 안 뛰니깐 그런 것도 있지만 워낙 부담이 큰 경기라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는 선수들이 긴장을 하게 돼요. 그래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에 공을 막 차기 바빠요. 긴장해서 앞도 안 보이고. 밖에서 봤을 때 왜 저렇게 차지라는 생각도 들고 이게 축구인가 탁구인가 싶기도 해요. (웃음) 그렇기 때문에 경험 있는 선수들이 여유를 가지고 잘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KU: 2019 정기전을 뛰는 동기,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한: 어떻게 보면 대학 생활을 하면서 제일 큰 경기고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그런 무대를 더 즐기길 바라요. 나중에 프로 선수로서 경기를 뛸 때 정기전과 비슷한 환경의 무대가 많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해서 미리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잘했으면 좋겠어요.
송: 제가 처음 1학년 들어왔을 때 연습경기 때 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 4학년 형들이 고대정신을 (2,3학년) 형들한테 배워오라고 했어요. 형들한테 물어보니 좀 격한 말이긴 하지만 ‘대가리를 처박고 뛰는 것’이 바로 고대 정신이래요. 그래서 저는 동기나 후배들한테 ‘대가리 처박고 고대정신 발휘해서 뛰는 게 답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KU: 2019 정기전을 응원해주러 오는 학우분들에게도 한마디를 하자면.
한: 경기를 뛰면 선수들이 응원 소리를 많이 들어요. 그 소리를 듣고 선수들이 많은 힘을 받고 더 잘 할 수 있고 뛰면서도 희열을 느낄 수 있으니까 다 같이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꼭 연세대가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송: 물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는 것 자체만으로 재밌으니까 즐기셨으면 좋겠고 응원을 재밌게 하다 보면 이길 수 있는 거고 지더라도 뒤풀이 신나게 하며 재밌게 노시고 정기전이 학우분들에게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00:3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