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법’ 뒤에 가려진 세월호의 진실


  지난 9월의 허리에는 추석이 있었다. 고향을 찾아 떠나고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만나려는 인파로 한반도의 남단은 한바탕 들썩였다. 여기저기에서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오랜만의 만남, 둘러앉아 음식 만드는 풍경과 그득한 기름 냄새로 추석을 맞았으리라. 그렇게 저마다 명절로 바쁘게 9월을 보내고 있을 때, 이 모든 풍요로움으로 인해 더욱이 잊혀지고 있는 진실과 싸우는 이들이 있었다. 추석 연휴동안 광화문 416광장에서는 침몰된 배 안에서 구출되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합동차례가 진행됐고, 그 한편에서는 세월호특조위의 해산을 막기 위한 단식농성이 여러 날 이어졌다. 일상과 시간의 힘에 맞서서 세월호의 기억, 풀리지 않은 진상을 집요하게 잡아내려는 노력이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9월 30일을 마지막으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은 끝끝내 종료됐다. 세월호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그와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며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목적 아래 설치됐지만 기존의 세월호특별법에 명시된 ‘한시성’에 가로막혀 그 본뜻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했다. 특별법 개정이 간절했던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해진 기한의 벽은 방해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들의 비협조성은 지난 달 초에 진행됐던 제3차 세월호 청문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청문회의 장소 섭외에서부터 증인 참석까지의 과정까지, 세월호 청문회의 진행 자체가 특조위가 처한 진퇴양난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국회에서는 청문회 장소의 대관을 불허했으며 대부분의 증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조사활동 기간의 만료됐다며 청문회를 불법적인 것으로 보았다. 증인들이 참석을 거부한 이유 또한 세월호 청문회가 불법하다는 데 있었다. 특조위 활동이 보장되는 기간 동안 열리는 청문회가 왜 불법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들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숨어들어가는 이 상황은 우리를 근본적인 물음 앞으로 향하게 한다. 누구와 무엇을 위해 법은 존재하는가.

  정부와 여당은 ‘합법’이라는 명분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가로막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법이 규정해놓은 기한을 축소하려는 모습. 축소하고 질질 끌다가 결국에는 그 기한을 넘기고야마는 태도. 정부가 조직적으로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정황들이 발견되고 있는 이상(본지에서는 지난 호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과정의 몇 가지 논란들」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합법이라는 민주적 수사는 허울 좋은 핑계이자 진실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누가 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가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그렇기에 세월호특조위의 활동이 만료된 지금, 법적 투쟁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다. 세월호 특별법의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저들이 제시하는 합법과 불법의 프레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진실 규명을 둘러싼 그 싸움에서지지 않기 위해 제일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지리한 일상과 불가역적 시간의 자리에 망각을 내어주지 않는 것일 터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로부터 풀리지 않은 진상을 집요하게 잡아내려는 이들의 노력이 지켜질 수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20:4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