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


[학술동향] 세월호 사태를 바라보는 학자들의 시각


  대한민국은 국가권력의 분산을 위해 삼권분립을 채택하여 사법권, 행정권, 입법권의 독립을 보장하여 서로 상호견제 또는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 이중에서 행정권은 일반 국민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가장 많은 접점을 가지며,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가권력 최고통치자로써 대통령을 선출하여 행정부를 맡기는 형태로 행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행정권을 수행하기 위해 행정부가 전문화, 분업화를 위해 관료제를 도입하게 되고 관료들은 수직적인 위계를 가지게 된다. 행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국가안보나 재해⦁재난에 대처하는 임무를 행정관료들이 맡게된다. 결과적으로 재해⦁재난 시에 행정관료들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가 피해규모를 얼마나 줄이고 국민의 물질적, 심리적 차원의 안정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행정적인 측면에서 사고를 재해석 해보자.


  ‘과연 정부 관료제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관료의 책임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담화에서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해경을 지휘 감독하는 해수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국민안전을 최종책임져야 할 안전행정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공감을 표하면서, 해경 해체, 안전행정부 조직 분리 등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안전관리 규정들이 원칙대로 지켜지고 감독이 이루어졌다면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민관유착’ 때문에 ‘누구도 잘못을 바로 잡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며, ‘관피아’를 문제의 핵심으로 비판하였다. 어떻게 해서 한국정부 관료가 원래의 제역할에서 벗어난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피아로 비판받고 해체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을까. 유엔(UN)이 매년 전 세계 행정서비스 중에 모범적인 사례를 선정해 수여하는 유엔공공행정상을 대한민국이 거의 매년 수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더욱 혼란스럽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적인 개념은 ‘책임성’이다.


상호모순된 현상과 처방이 나타나는 것은 ‘책임성’에 대한 개념규정과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관료의 책임성에 대한 동서양 논의를 살펴보면, 서양에서는 도덕적⦁정치적 책임을 강조하던 측면에서 법적⦁제도적 책임을 강조하는 변화를 보였으며,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도덕적 기준과 가치에 기반한 ‘규범적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이러한 것에는 자율적 책임이 필요한데 관료가 왕의 통치하에서도 자신이 국민전체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율성을 말한다. 관료의 법적 책임성을 살펴볼 때 현장의 신속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먼저 해경의 대처가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해경은 조직의 규모는 계속 늘어났지만 해양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인명구조 훈련도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다. 하지만 해경의 예산을 살펴보면 구조⦁구난 등의 해양안전에 관한 예산은 2012년도부터 2014년도 사이 매년 160억원에서 180억원 사이인 반면, 해양경비 예산은 10배 이상인 2000억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조직법 43조(해양수산부) 2항에서 해경의 임무는 경비와 오염방제가 주된 기능임을 밝히고 있다. 해양경비를 주된 역할로 하는 해경에 해양안전에 대한 부실추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경이라고 할지라도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공개된 청와대와 해경의 핫라인 녹취록 내용인, 해경이 인명구조보다 해수부나 청와대, 대통령보고에 더 급급했던 사실이 해명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출항전 “선박심사와 안전운항 지침 등 안전관련 규정들이 원칙대로 지켜지고 감독이 이루어 졌다면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주장과 관련된 것을 살펴보자. 행정부는 “20년이 다된 노후 선박을 구입해서 무리하게 선박구조를 변경하고, 적재중량을 허위로 기재한 채 기준치를 월씬 넘는 화물을 실었는데, 감독을 책임지는 누구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행정관청의 퇴직자를 민간업체에서 채용하는 등의 민관유착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러한 유착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는 행정적인 제도만으로 가능할지는 좀더 생각해봐야할 문제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는 기존의 사고사례에서 보기 힘들었던 정치화의 과정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일반적인 국민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고대처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당혹감’의 또다른 면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최근 수십년간의 발전과정을 겪어오면서 이전과는 다른 국가의 격상된 지위와 선진국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거의 실시간 속보로 진행된 세월호 사고 이후의 대처과정들을 통해서 이러한 믿음들이 상당 부분 무너져 내렸다. 이러한 현실을 살펴볼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발전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화에 따른 자본주의 논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차적으로 사고선박인 세월호의 불법개조와 그에 대한 제도적, 현장 일선의 관리적 측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식에서, 제도에서 벗어난 일들은 선박회사의 이익을 보장하고 ‘관피아’, ‘해피아’들의 결탁을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 이러한 정치사회학 관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환상과 현실을 분석해보자.


  세월호 참사는 다른 사고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사고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안전사고를 겪는 대한민국에서 제도정치권과 시민사회를 뒤흔들 정도로 재해⦁재난사고가 심각하게 정치화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세월호 참사는 그러했다는 점이다. 유사한 사고인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에서는 사건 초기에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던 선장 등 선원들이 모두 선내에서 구조관련 시도를 하다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으며, 당시 대통령은 사고 이틀뒤에 현장과 분향소 방분을 하고 9일 째되는 날에 관련 공무원을 해임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한 유가족들은 보상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고 단체행동도 과격하지 않아서 사회적인 큰 반향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는 선장과 선원이 가장 먼저 구조선을 탔고 대통령은 사고시점 당시에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알려져있으며 대응 또한 느리고 효율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영향인지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반응은 한층 강해져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서명한 사람은 600만명을 넘어섰고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투쟁을 비롯해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투쟁이 계속되었다. 서해훼리호와 세월호 사고는 이러한 표면적인 사회적 현상의 차이를 보이고 그에 대한 심층적인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희생자의 구성이 다르다. 세월호는 전체희생자 중 단원고 학생들이 약 85%를 차지한다. 일반인들과 달리 이들 대부분은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할 지경에 이르기까지 객실에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선내 방송을 그대로 따랐다. ‘성숙한 시민’이라는 ‘담론을 통한 자기 규율’에 따른 결과는 죽음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사고이후의 대처 및 수습과정의 차이이다. 비정규직으로 항해 경험이 극히 짧았던 세월호 선장은 탈출하지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을 지시하고 먼저 탈출했다. 사고 후 구조가 가능했던 그 시간에 탈출관련 안내방송만 있었어도 인명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이다. 세 번째로 구조과정에서 해경의 모습과 역할도 차이가 있었다. 두 경우 모두 해경의 대처가 민첩하지는 못했지만 서해훼리호는 침몰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배가 완전히 침몰한 상태여서 대처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는 침몰하는 속도도 빠르지 않았으며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실제로 선원들을 가장먼저 구조한 것처럼 충분히 구조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치지 않았다. 이 과정은 영상을 통해 미디어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초기에 해경은 구조작업을 위해 접근하는 어선을 막기도 했지만 정작 해경은 구조하지 못했다. 서해훼리호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으로 구조가능한 충분한 시간을 모두 흘려보냈기에 질타의 대상이 되었다. 네 번째로 사고 수습과정에서도 세월호 사고에서는 경찰청, 소방본부, 해군 해난구조대와 특수전전단, 미해군, 민간잠수사 등의 모든 외부지원을 거부하거나 배제했다.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에 집중해야 했던 세월호 침몰 당일 오후에 해경은 선박인양 업체인 언딘과의 구난 계약체결을 청해진 해운에 종용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 정부의 대처로 사고 순간으로부터 몇시간동안 대통령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후 나타난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발언으로 대표되는 현장파악능력의 미비를 보여주었다.



이 정도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 참사로 깨어진 환상과 드러난 진실을 마주보게 되었다. 첫째, 세월호 참사는 이제는 한국이 과거와 달리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도약하였다는 환상을 깨뜨렸다.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대중과 일부 언론의 허탈한 반문이 이러한 상황을 대변해 준다. 두 번째,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시대에도 유지되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을 깨버렸다. 해경의 무능한 구조작업에 항의하기 위해 진도에서 청와대로 도보 행진하던 세월호 희생자들은 경찰에 의해 제지되었으며, 그 희생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국가로부터 권리를 가진 국민이라기 보다는 위험한 존재 또는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하고 있었다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셋째, 이토록 구조적으로 구조화와 조직화된 자본과 국가의 무능 및 무책임은 한국사회가 노동계급과 중산층, 그리고 그들 자녀의 생명에 매기는 실질적 가치가 얼마인지 냉정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현실을 앞두고 국민들은 정치적 행동에 동참하였지만 공권력으로 대변되는 국가의 저지에 부딪히게 되었다. 비대칭적인 신자유주의의 효과는 배제된 사람들을 만들어 내었고 환상이 깨지고 현실이 드러나는 부분적인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일부 드러났듯이 현재 진행상태를 객관적으로 전달해주고 분석해주는 미디어의 본질적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물론 보도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행정기관이나 현장에서 애초에 잘못된 정보가 흘러나오기도 한 총체적인 오류의 상황이긴 했지만 주요 대형 미디어가 이러한 오류의 상황이라도 왜곡없이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디어를 가장 잘 아는 또다른 미디어가 바라본 이번 세월호 참사의 정보전달은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세월호 재난을 보도하는 외국의 뉴스매체들 중에서 미국의 『the New York Times』, 『the Washington Post』, 『the Los Angeles Times』를, 영국의 『the Guardian』, 『the Telegraph』, 『the Independent』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 신문들은 타 매체의 기사를 빌리지 않고 직접 고용한 리포터를 통해서 소식을 전했으며, 비교적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였다. 이들의 기사를 살펴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슈가 있다. 1)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보도, 2)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한 보도, 3)정부 관계당국에 대한 보도, 4)한국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자기비판 등이 그것이다. 이 반복성은 이러한 사안 자체가 여러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반영한다. 희생자들과 가족에 대한 보도에서는 희생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전달하기 위해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사고당시 신고와 대응과정을 포함하여 기울어진 선내에서 승객은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는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또한 그러한 안내방송 내용에 대해 “어른들을 믿지 말라”는 교훈을 얻은 단원고 학생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받고 경영되어온 아이들의 약점이라는 평가를 하였다. 재난의 원인에 대해서도 모든 단계에서 지켜져야 하는 안전 운항 규칙이 철저히 무시되었다고 소개하면서 위기상황에 대비한 승무원들의 훈련과 구조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구비된 장비들은 원칙적으로 점검되지 않았고 선장과 선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재난처리에 대해서는 배가 완전히 침몰되기전에 충분히 구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구조자의 숫자를 번복하는 등 정부가 혼란스러운 상황보도를 했으며 이에 대해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증폭되었다고 하였다. 이따금 외신보도를 통해서 국내 미디어를 통해 듣지 못했던 소식을 들을 때면 가까이 있는 미디어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이상의 학자들의 비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월호 참사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인명피해 이상의 사회적 함의가 담겨있으며 이러한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정비 차원보다 더 폭넓은 고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고찰을 통해서 도출되는 숙제는 어떤 행동이 뒤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리: 김태완 기자 luscha@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8: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