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기획] 세월호를 잊고 살았다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만 1년이 된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영화에서나 봤을 듯한 사고를 ‘실황중계’로 본 경험과 그 사고에 이어지는 사회 각계의 반응과 행동들에 대해 원우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바쁜 현대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1주기를 맞은 이 시점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되새겨보라는 질문에 “부끄럽게도, 지난 1년 간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일에 몰두하며 세월호를 잊고 살았다. 이따금씩 미디어를 통해 접할 때에만 한 번씩 떠올렸을 뿐이다.”라고 어색하게 말문을 열었다.


또다른 원우는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한국 사회에서 정말 많은 대형 참사들이 발생했다.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그리고 역사상 최악의 해양 참사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까지”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하면서 “대형 재난이 일어나면 정부는 각종 법률과 제도를 재정비하고 국민들에게 재발방지를 약속하지만, 어째서 매번 유사한 성격의 재난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라는 질문 아닌 질문을 흘려보냈다. 이번 사고가 다른 사고와는 다른 또하나의 이유는 사고를 당한 승객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애통하게 했던 것은 세월호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의 많은 수가 고등학생이었다는 것이다. 가능성으로 가득 찬 아이들을 태우고 있던 배는 가라앉았고, 그 원인과 사건의 전개 및 사후 대처 과정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진행됐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분명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정리됐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1년이 지났음을 인식하는 이때에, 해야 할 일은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그로 인해 입은 상처들이 아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사고를 직접적인 사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사회 구성원들의 집합 의식과 기억에 남겨진 상처는 지속성”을 가진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국가나 민족이라는 테두리안에서 공유하고 있는 의식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시간이 흘러 사고 당시에 비해 사회적으로는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이지만 “트라우마는 실시간으로 사건이 일어남과 동시에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일종의 흉터로 자리 잡아 사건의 발생 이후의 과정들과 맞물려 유지될 수”도 있다는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상처를 이야기 한다. 그만큼 세월호 참사와 일련의 과정들은 사회에 가혹한 자국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논의들은 정치화되어 기존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한 근거로, 서로를 비방하기 위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어서 사고 자체와 사고의 근본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누구 탓인지를 논하는 와중에, 그 원인과 대처에 있어서 누구의 잘잘못이 더 큰지를 가리는 와중에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사회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흐트러진다. 세월호특별법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서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고 오히려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누가 무엇을 했는가 보다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논쟁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인재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고가 왜 계속 이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한 원우는 자기생각과 비슷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 메일로 보내주겠노라고 하였다. 학자의 글을 읽은 듯한데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옮겨본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대형사고에 대한 조직사회학적 연구들을 통해 한국에서 빈발하는 대형사고의 공통된 특징들을 추출하였다. 첫째, 사고에 관련된 사람들이나 일반인의 경우에 위험을 무릅쓰는 태도(risk-taking)가 보편화되어 있고, 안전에 대해 매우 둔감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 비용이 많이 드는 것에 대한 대안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따라서 위험을 택할 때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사고가 일어나기 훨씬 이전에 사회적 집단이나 기구 간의 조정의 실패가 먼저 이루어졌다. 조직 간에 일정 수준의 결합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이나 방식이 적절치 못하게 되면 체계 전체의 취약성이 증대한다.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인 형태의 기능적 체계 분화에서 한 체계는 복잡한 외부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은 뛰어나지만,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전체 체계가 붕괴될 만큼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최대수준의 조정이 아닌, 최소수준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셋째, 긴급구조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긴급구조는 잘 통합된, 조직들 간의 상호조정에 기반하고 있어야 하며, 자원의 공유와 인적자원의 일관된 통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조직화하지 못한 구조노력은 부정적인 시너지효과를 크게 한다. 넷째, 체계의 실패는 부패나 관료적 권력의 사유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비현실적인 규제체계와 법의 집행자들에게 부여된 과다한 자의적 판단의 여지 등은 집행관으로 하여금 다양한 형태의 통과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제공하였다. 그 결과 공공서비스에서 뇌물은 일상화되었다.” 또다른 원우는 세월호 침몰 사고 역시 한국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들과 공통된 특징들을 공유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들었다. 단기적으로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한 구조변경을 시행하였다는 점, 화물 적재량의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선장과 선원 등 직급에 따라 구성된 세월호 내부의 계층적 분화 체계의 실패, 그리고 선박에게 안전한 운항을 위한 조언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선박의 항해에 도움을 주어야 할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점 등이다.



  참사 전후로 어떤 인식의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말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은 “너무 많은데 오히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점들”이라는 것이었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무엇보다도 국민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의식 변화의 첫 걸음은 ‘자기성찰’과 ‘시민참여’다. 지금까지의 반복되는 대형 참사들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통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사고방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제도적인 것도 물론 같이 변해야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것은 우리들의 의식수준과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의 대처에 있어서도 개개인은 책임의 대상이 된다. 정치화된 세월호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들을 특정 정치 성향과 결부시켰고, 유족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그에 대한 반응은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아파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특정한 행동양식만이 옳다고 비난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사고당사자인 유가족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사실, 유가족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아픔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우리는 모른다. 가족을 불의의 사고로 너무도 허망하게 잃어보지 않은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그저 막연히 상상하며 공감하고자 시도할 뿐이지 결코 그들의 마음을 오롯이 알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문제의 발생과 대처, 감정에 있어서 차이가 분명 존재하겠지만 지금은 그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본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5:4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