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신문을 읽고] 대학원신문과 비주류의 시선


한라대학교 경영사회대학 시간강사 이수진




대학원신문을 보며 뉴스가치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어떤 것이 뉴스가 되는가? 그리고 이것은 어떤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거나 재생산하는가? 물론 지배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에 복무하는 주류 상업 언론을 바라보는 것과 동일한 시선으로 대학원신문을 볼 수는 없는 법이다.

이번 대학원신문의 내용을 보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들 중에서 이른바 갑을관계라고 하는 권력의 비대칭 현상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을 SNS에 연재했던 강사칼럼, 대학원생의 생활을 심층 취재한 쟁점기획 조교의 삶에 관한 기사뿐 아니라 학생과 강단의 비정규직 노동자, 미화·주차 노동자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신임 총장이 되기를 바라는 사설, 성적 소수자에 대한 기자칼럼 등이 모두 그러하다. 1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의 인터뷰는 물론 말할 것도 없다.

계약서상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던 법률 용어인 갑을관계가 이제는 사회 전반에 퍼져 사용되고 있다. 강사칼럼의 필자는 대학이 어느 기업보다도 기민하게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영합해 왔다며 교수와 학생이 서로를 갑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마무리 하고 있다. 조교들은 인권침해, 명확한 근무지침 및 한계설정의 부재, 교수와의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비극들은 문화면의 음악칼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Tom Waits의 음악에 대해 말하고 있는 필자는 이러한 시대의 비극을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의 가사에 빗대어 말한다. 그의 말처럼 현재 이 땅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비극은 “일상의 중핵에 자리한 나머지 이제 무감각해져 버렸고, 쉽사리 잊히고야 마는” 그러한 비극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신문을 읽다 보니 만화 역시 그 프레임으로 해석하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슈퍼갑 박근혜 대통령. 온갖 비리의 집합체인 자에게 국무총리 직위를 주면서도 지속적으로 국민들과의 불통을 통치 기조로 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만화에 대해서는 프랑스의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마치 우리의 실상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은 영화칼럼의 마지막 문장이 해설을 해주고 있는 듯 했다.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요원한 ‘우리’라는 복수대명사 앞에서 스스로를 눈 가리고 그것이 이미 선취된 것이라 가정한 뒤 자기 언어의 권위만을 반복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다.”

이러한 모습은 대학원생의 실제 생활에 가장 민감하게 다가갈 수 있는 등록금 문제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일반대학원의 등록금이 상승세를 거듭하다가 3년 만에 동결되었다. 하지만 대학원생 측의 요구였던 3% 인하안은 결국 관철되지 못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회의 과정에 대한 기사를 보면 학교 측은 여전히 대화보다는 그들만의 언어로 독백을 하고 있다.

대학원신문의 이러한 기사들을 경유해 다시 뉴스가치라는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언론의 객관성과 중립성 등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다. 합의와 균형 같은 레토릭이 권력으로부터 자율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듯이 보이게 하지만 실제로는 그 권력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데, 대학원신문 같은 경우에는 대항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헤게모니 투쟁의 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원고를 쓰고 있는 현재 시점, 이창근 실장은 굴뚝에서 내려왔고 검찰은 그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내부 침입, 업무 방해와 같은 자본의 언어를 동원해 기사를 양산해 내고 있다. 이들은 이창근 실장이 인터뷰에서 말했던 “주류에서 배제된 자들의 시각을 통해 구의 다채로운 각을 보여주는” 언론이 아니다. 이렇게 갑의 입장에서 지배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해 문화나 일상적인 언어영역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언론이 있다면 동시에 저항과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의미작용의 정치는 일방적인 이데올로기적 지배가 아니라 지배와 피지배 세력 간에 전개되는 쟁투의 과정 안에서 절합되기 때문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8:5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