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책임과 주의의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중심으로


한국비교사법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동계학술대회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태진 교수
(사단법인 한국비교사법학회 재무이사)



  사단법인 한국비교사법학회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민법과 상법의 공통된 대과제인 주의의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전문가 책임과 주의의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지난 2월 13일 (금) 고려대학교 CJ법학관(리베르타스홀, 베리타스홀)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동계학술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비교사법학회,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인하대학교 법학연구소가 주최하였고,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거래소의 후원으로 마련되었다.



  한국비교사법학회(회장 옥무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의 사법(私法) 연구자들을 아우르는 한국 최고의 연구단체로서, 우리나라의 私法理論 및 法制와 외국의 사법학간의 비교연구를 활성화 하여 사법이론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우리나라의 법제를 정비․개선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私法의 주요 분야(민법, 상법, 민소법, 노동법, 경제법, 증권법, 금융법, 은행법, 신탁법, 유통법, 정보법, 지적재산권법) 전공 교수들과 법조인 4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약 50여개의 대학도서관 및 공공기관이 단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등 전국 규모의 비영리 전문 학술단체로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비교사법학회는 해마다 연 4회의 전국 규모 학술대회와 연 3회의 외국법연구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1995년 창간되어 연 4회 발간되고 있는 학회지인 ‘비교사법’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私法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 학술지로 자리매김하여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비교사법학회 통산 제83회 학술대회에 해당하는, 금번 동계학술대회는 전체사회를 맡은 손영화 교수(총무이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진행 하에 회장인 옥무석 교수의 개회사에 이어 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부원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국내 상법학계의 최고 권위자인 이철송 석좌교수(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관한 이론의 발전과 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민법과 상법은 각 세션별로 오전•오후에 걸쳐 다음과 같이 학술대회가 진행되었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철송 석좌교수(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오늘 세미나의 핵심어인 「전문직」에 관련하여서만 보면, 우선 두 가지 흐름이 눈에 띈다. 하나는 특별법의 입법을 통한 전문직역별 책임제도를 창설하는 것이다. 위임사무의 직업적 분화라는 것은 결국 수임자가 위임인에게 제공하는 역무가 전문화되고 기술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용역의 소비자(즉 위임인)의 입장에서 보면, 역무의 공급자(즉 수임인)의 과실유무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따라서 수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자신의 권리구제에 고비용이 소요됨을 의미하고, 사회적으로는 거래의 불공평이 만연하고 고착화되어 사회정의가 쇠퇴해 가는 사회가 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전문화된 직업별로 민법상의 선관주의의 특례를 이루는 책임규정이 창설되어 책임을 부담시킬 부주의를 정형화시켜 명문화하고,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경향은 이 역시 앞서 말한 위임의 전문화와 다를 바 없는 것이지만, 특히 회사법분야에서 이사에게 일반 선관주의의무보다 강화된 형태의 주의의무와 책임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다. 1998년 개정에 의해 신설된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의 해석론으로서, 선관주의의무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영미법상의 충실의무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사법학에서의 중요한 현안이 되어 있다.”고 발표하였다.



  제1세션(민법)에서는 오전•오후로 나뉘어 각 2개의 주제로 발표가 시작되었다.
오전 1주제는 사회자인 지원림 교수(고려대)의 진행 하에, 이진기 교수(성균관대)가 「원인된 법률관계의 종료와 대리권 소멸」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는데 “민법의 위임규정(제680조-제692조)은 실질적으로 타인의 사무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관계 전반에 적용되는 통칙으로 기능하는데, 일반적으로 수권행위의 기초가 되는 위임의 종료사유(제690조)와 대리권의 소멸사유(제127조, 128조)가 서로 어긋난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690조를 기본조항으로 설정하고, 제128조를 적극 활용하거나 제127조의 적용을 최소화하며, 선의•무과실의 무권대리인의 보호를 위하여 제692조를 유추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위임과 대리를 연결하고, 제127조를 폐지하거나 그 적용대상이 되는 법률사실을 제한•열거하는 과감한 입법기술의 도급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였고, 이에 토론자인 송호영 교수(한양대)가 참여하였다.  오전 2주제 역시 지원림 교수의 진행 하에, 서을오 교수(이화여대)는 「로마법상의 선관주의의무」에 대하여 “로마법상의 ‘선량한 가부’로부터 유래한 우리 민법상의 ‘선량한 관리자’는 주의의무의 일반적인 원칙이자 상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와 관련하여 로마법에서의 선관주의의무의 의미와 역할을 간략하게 소개하였고, 선관의무라고 하는 개념 또는 제도가 법학 내에서 최초로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현행법의 해석과 관련된 기존의 논쟁을 다른 각도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하였으며, 이에 토론자로 성중모 교수(서울시립대)가 참여하였다.



  오후 1주제는 사회자인 윤진수 교수(서울대)의 진행 하에, 권영준 교수(서울대)가 「불법행위의 과실 판단과 사회평균인」에 대하여 “과실판단에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등장하는 사회평균인의 행위기준은 구체적 사안에서는 사전적 규율이 가능한 영역에서 법관에 의해 결정되지만, 부득이하게 사후적 규율을 해야 하는 경우 법관은 행위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자유와 안전, 과정과 결과, 현실과 당위, 비용과 편익의 축 속에서 적정한 균형을 설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윤석찬 교수(부산대)의 토론이 이어졌다.


  오후 2주제 역시 윤진수 교수의 진행 하에, 윤태영 교수(아주대)가 「신탁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에 대하여 “신탁수탁자는 수임인과 달리 보다 넓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우리 민법의 입법취지 및 미국 신탁법의 분석을 통하여 신탁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가 위임의 그것보다 더 중하다. 그리고 신탁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와 내용으로서 신탁목적에 따는 사무 처리의무, 자격 유지 의무, 신탁재산의 보전의무, 투자에 관한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을 논증하였고, 이에 가정준 교수(한국외대)가 토론을 맡았다.



  제2세션(상법)에서도 오전•오후로 나뉘어 각 2개의 주제로 발표가 시작되었다.
오전 1주제는 사회자인 홍복기 교수(연세대)의 진행 하에, 김재범 교수(경북대)는 「주주 충실의무론의 수용 –이사 충실의무와 관련하여-」에 대하여 “이사의 충실의무는 1998년 상법개정으로 규정되었지만, 주주의 충실의무는 실정법상 용어가 아니므로 이사에게 부과되는 충실의무는 유사한 상황에서 주주에게도 인정될 수 있기에 이사의 충실의무는 주주의 충실의무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충실의무가 외국법으로부터 우리 상법학에 소개된 경과 및 외국의 법리를 살펴보고, 충실의무의 개념의 바람직한 수용방안에 대해 제언하였다. 이에 대해 김재형 교수(조선대)가 토론을 이어갔다.

  오전 제2주제 역시 홍복기 교수의 진행 하에, 이연갑 교수(연세대)는 「위임과 신탁 : 수임인과 수탁자의 의무를 중심으로」에 대하여 “수임인과 수탁자가 각 그 사무처리에 관하여 부담하는 의무와 그 의무위반에 대한 구제방법의 차이에 관하여 검토하였고, 위임과 비교하여 신탁만이 가지는 특징은 수탁자의 재산관리권의 배타성, 수탁자의 독립성, 신탁관계의 안정성, 신탁재산의 독립성이 있다.”고 하였으며, 이에 토론자로 이근영 교수(세명대)가 참여하였다.


  오후 제1주제는 사회자인 안택식 교수(강릉원주대)의 진행 하에, 곽관훈 교수(선문대)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fiduciary duty)」에 대하여 “기관투자자는 기본적으로 가입자 또는 수익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탁자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아 국민연금의 운용과 관련해 끊임없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입자 등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위해서는 의결권행사가 필요한데 의결권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행사하는 것인지는 수탁자책임의 명확화가 분명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라고 언급하였고, 이에 문상일 교수(인천대)가 토론을 맡았다.  


  오후 제2주제 역시 안택식 교수의 진행 하에, 이영종 교수(카톨릭대)는 「주식회사 이사 의무 체계 –직무 관련 의무들의 체계화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에 대하여 “이사와 회사의 관계가 위임관계이므로 위임사무처리의무를 포함하는 선관의무는 개인으로서의 이사직 담당자와 그의 직무 사이의 연결고리이며, 이사의 선관의무 상의 주의를 구체화를 위해서는 적법성 유지 내지 법령•정관의 준수가 요구되고, 영리성의 실현 및 업무집행의 타당성이 요구된다. 또한 이사 종류에 따른 직무의 내용이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하였고, 이에 안성포 교수(전남대)가 토론을 이어갔다.



  금번 학술대회의 대주제는 ‘전문가 책임과 주의의무’ 로서, 특히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전문가책임의 일반론으로 전문가집단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법제도와 주의의무의 연혁적 배경 등을 고찰한 후, 최근 사회적으로도 책임 소재가 문제되고 있는 전문가 집단 중 금융투자업자, 기관투자자, 주식회사의 이사 및 주주 등을 선별하여 구체적인 주의의무와 책임을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상기 세션별 쟁점들에 관하여는 국․내외 법제의 비교 및 학설을 포함한 법리의 분석을 통하여 문제점을 도출하고 동시에 이를 심화시켜 현안에 대한 개선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는데, 각 주제들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통해 향후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데에 적절한 대안이 제시되는 등 당일 학술대회장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발표자와 토론자뿐만 아니라 참석한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당일 학술대회를 겸한 한국비교사법학회의 정기총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현행 수석부회장인 홍춘의 교수(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차기회장으로 인준되었으며,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정호열 교수(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수석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그 밖에 제1회 한국비교사법학회 학술상 수여식도 함께 진행되었는바, 올해의 수상자는 정대익 교수(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며, 수상 대상 논문의 주제는 「타인 명의의 주식인수시 주주결정에 관한 새로운 해석론」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학문적인 면에서는 물론이고, 실무적인 면에서도 전문가 서비스의 수요자를 보호하고 전문가집단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1:3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