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신문을 읽고] 과정의 중요성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본교 사회학화 석사과정 장재호



  언젠가 학부생활을 하면서 멀리 수업을 찾아갔던 정경대, 거기서 처음 대학원신문을 마주했던 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대학원 도서관 휴게실에 들어올 때마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신문은 오늘 내게 지난날을 불러다주는 타임캡슐과도 같다. 그러나 좀체 한 가지에 꾸준히 몰두하지 못하는 습관같은 산만함 속에서,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리에서 꾸준히 읽어본 적은 많지 않았던 듯하다. 주어진 형식보다는 다양한 성원들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신문사측의 방침이 아니었다면, 자격미달에 가까운 내게 이런 기회는 없었을 거다. 그래서 어느 흔한 대학원생의 하나로서 편안한 점심후의 커피, 어느 오후의 부담없는 말들에 가까운 한 페이지를 남겨보려 한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전공을 잘 택했다는 생각도 했다. 지면을 채우고 있는 어떤 부분도, 사회학적 주제 안에서 다룰 수 없는 것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호에 사회학 전공자분들의 글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시간강사로서 연구자의 삶에 임하셨던 선생님께서 스스로의 권리의무 안에 사회적 가치를 담고 계신 순간이 보인다. 불편함 만큼이나 어느새 무뎌진 채 덤덤히 소식을 받아들이는 나를 본다. 더는 그런 자신에 놀라지도 않는 씁쓸함, 그 마저 모른척해버리는 철저함은 덤이 되어 더 크게 메아리를 친다.


  ‘을’이 되어버린 것이 낯설지 않으되 더욱 불편한 어느 대학원생의 오늘과, 지식에 대한 ‘재미’ 만으로 시작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목표없이 표류하는’ 삶으로서 오늘을 정의내리는 어느 원우님의 말씀, 조금만 더 용기를 가져주기를 빌어 주시는 한 교수님의 부탁까지. 꼼지락대며 가슴을 간질이는 표현하기 힘든 느낌 속에 다음을 넘기면, 일관된 원칙 없이 오래된 유대관계를 손쉽게 버리는 한 사립대학의 운영을 본다. 규정의 오락가락이라는 비일관성보다는, 오히려 소수에게 집중된 운영의 권한과 비용합리성의 원칙이 ‘적절함’을 넘어, ‘옳고 그름’의 영역으로 옮겨가는 뚜렷한 경향, 나름의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어 보인다. 이제 성적 소수자를 다룬 칼럼을 만나면, 소수자의 배려라는 논의 그 자체가 이미 배제를 담고 있음을, 배려란 하나의 수혜 이상이 되지 못함을 보여주는 데에까지 나아가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의 ‘이론을 걷어낸 채 그 자체로 영화를 보려는 노력’ 속에 문화비평을 접하면서, 이론적 관점이 주는 선입견마저 상대화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노력의 절심함을 깨달으며 지면을 마무리해 본다.



  그러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논의가 서구만큼 풍성하지 못한 지반이라 그렇다고 하기에는, 근대성의 형식이 주어진 것인 한에서 자연스런 괴리는 아닐까, 이 또한 ‘근대성의 또다른 경로일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동성애 반대단체의 ‘사회적 비용과 보건을 도외시한 결정’이라는 문장 속에서는, ‘사회적’이란 표현이 하나의 합의 없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오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현상유지를 깨는 것에 대한 걱정에 ‘비용’과 함께 스며들어간 ‘사회’, 이건 혹시 ‘사회’의 운명일까? 어지러워졌다. 신문을 읽는 내내 느꼈던 좀체 하나로 모아지기 힘든 생각들의 단편들 속에서.


  답은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될지보다는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란 나름의 원칙은 버리고 싶지 않다. 책 읽고 생각하는 ‘재미’로 오늘을 열어가는 또 다른 한 사람의 여정에서, 작업이 주는 그만의 아우라를 쉽게 놓아버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인간은 자신의 노력으로 오늘을 만들어가지만,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부터 그렇게 한다’는 말처럼, 지금 가진 창조성의 단초를 살리면서도 보다 나은 ‘우리’를 상상하는 것은 내가, 우리와 함께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시행착오 속에 삶을 가꿔나가는 사람들일 테니, 내가 남긴 한 쪽의 글이 내일 분명 부끄러울 테니까. 보다 나은 나란, 나 혼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조금은 알 것 같으니까. 한 마디가 전혀 다른 누군가의 가슴 안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또 다른 영감으로 이어져 돌고 도는 세상. 그만큼의 감사함으로, 흔한 대학원생의 흔한 어느 날의 오후를 조금은 특별하게 간직해보고자 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5: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