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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발언대] 대학원생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지하철을 타고 등하교를 하면서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듣는 것은 이제 자연스런 일상이 되었다. 얼마 전에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게 하는 음악인들을 대거 소환해 열풍을 불러일으킨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 음악은 단순히 음악 자체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같이 소비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가끔씩은 듣고 있는 음악의 가사가 나를 대변하곤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보다시피 볼 것 없이 살았어. 해놓은 것 없이 가진 것 하나 없이 그럭저럭 되는대로”



해놓은 것도 없고 가진 것도 하나 없이 살았다는 이 고백(?)과 같은 절규는 사실 나뿐 아니라 많은 대학원생들이 느끼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다. 물론 이 규정은 분명 경제적 조건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공부를 해서 얼마만큼의 지식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이런 평가에서 중요하지도 않고 사실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한 가지 있긴 하다. 일반적으로 이른바 “업적”이라고 불리는 논문 출판을 통한 점수. 논지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 취업을 등지고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한 대학원생도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기에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대학원생들 대부분은 “공부”를 첫 번째 목표로 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해놓은 것 없고 가진 것 하나 없는” 경제적 무능력자이다. 우리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이런 경제적 능력을 이야기 하는 것은 사치일까? 이런 사실들 역시 개인의 무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주변 사람들과 유사한 풍족한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할 시간에 밖에 나가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대학원생의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학은 무엇일까? 이 정부의 대학 정책을 통해 유추해 보면 지금의 대학은 재벌들의 미생을 만들어내는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것도 산업 수요에 맞추어 진행한다. 교수도 정규직 교수보다는 비정규직 교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 정책은 전임교원 지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 비판하는 신자유주의의 모습은 이렇게 우리를 포위하고 압박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우리 눈에 보이는 제도와 정책들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심각한 것을 우리를 포함한 사회에 주입시켰다. 대졸자의 취업 스펙 전쟁은 대학원생을 피해가지 않는다. 대학원생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각자도생을 시도해야 그나마 안정적인 정규직 자리를 대학에서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의 라틴어 어원인 공동체는 이제 우리에게서 잊혀진 단어이다. 이 상황에서 룰을 변경하려는 자는 감히 국가의 제도에 저항하는 “좌빨”일 뿐이다.



지난 가을 우리를 감동시킨 한 장의 보도 사진을 기억한다. 달리기에서 늘 꼴찌를 하는 친구를 위해 같이 출발한 친구들이 그 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향해 가는 모습이었다. 우리에게 이런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너무 로맨틱한 상상일지 모른다. 물론 경쟁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이 시스템을 변경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국가의 교육정책에 맞추어 승자가 되기 위해 달려가는 경주마의 모습보다는 경기장의 트랙을 바꾸는 노력을 통해 이 지독한 신자유주의 교육 시스템을 변경하는데 대학원생들 역시 당사자의 입장에서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의 최우수 인물들을 흡수하는 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지배는 그만큼 더 강고해지며 그만큼 더 위험한 것으로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1:2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