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 진정한 자기를 찾아 떠나는 치유의 여정


김서영, <내 무의식의 방>, 책세상, 2014.



우리는 왜 우울해지는 것일까? <내 무의식의 방>의 저자는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치유에 이르고 싶다면 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어젯밤 나는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치유의 단초다. 지난 2월 광운대학교에서 󰡔내 무의식의 방󰡕 저자 김서영 교수를 만나 한 조각 꿈의 분석을 통해 치유에 이르는 방법을 들어보았다.




히스테리적 비참함을 일상의 불편으로 바꾸는 정신분석학


“<내 무의식의 방>은 저에게 숙제 같은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정신분석 공부를 시작한 것은 제 마음이 괴로워서였고 공부의 과정은 괴로움을 풀어나가는 과정이자 저를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프로이트가 재미있어서 읽었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유학을 갔는데 영국 셰필드대 정신과 심리치료 연구센터에서 참가한 첫 번째 심포지엄에서 한 학자 분이 말했어요. 정신분석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말입니다. 프로이트도 의사였고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석사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정신분석을 대중화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프로이트의 환자들󰡕과 같은 책을 썼지만 소수의 전공자분들만 봤어요. 일반적인 대중 독자분들에게 정신분석학을 소개하기 위한 책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자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남근 선망이나 섹슈얼리티 같은 성 이론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신분석학은 히스테리적 비참을 일상의 불행 정도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입니다. 히스테리적 비참으로 인해 사람들을 못 만난다거나, 너무 일이 많으면 무너져 버린다거나, 괴로우면 방에 틀어 박힌다거나 하는 것은 히스테리적 비참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가벼운 일상의 작은 불행으로 넘길 수 있다면 건강한 상태죠. 그렇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도록 돕는 학문이 정신분석학이에요. 프로이트는 우리의 머리 속에 기억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처나 트라우마가 강하면 그 기억이 괴롭기 때문에 망각을 하거나 왜곡을 하게 되죠. 프로이트는 꿈을 통해 훼손된 기억의 길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했어요. 정신분석학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학문입니다. 시간과 기억 속에서 인간이 끊임없이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죠.”




꿈의 언어를 분석하고 꿈의 전갈을 경청하라


󰡔내 무의식의 방󰡕에서 저자는 꿈을 꾼 후에 즉시 그것을 기록할 것을 제안한다. 꿈 내용을 적고 가장 최근의 일을 중심으로 꿈의 배경을 적은 후 지금 현재 문제되고 있는 것들이나 떠오르는 생각이나 질문을 기록하는 것이다. “왜 몇 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사람이 꿈에 나왔을까?”, “거대한 공사장에서는 어떤 건물을 짓고 있었던 걸까?”와 같은 식이다. 꿈을 기록한 내용을 분석하여 우리는 해결하지 못한 채 지나쳤던 현실의 문제를 포착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하고, 기억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좌표를 수정하며 나아가는 것은 길고도 힘든 여정입니다. 우리의 꿈은 그 여정을 돕는 조력자입니다. 마치 영화 <백투더퓨쳐>처럼 꿈을 통해 과거의 힘든 기억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새롭게 해석하면서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바꾸어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의 생채기들과 그로 인해 왜곡된 행동 방식과 구조들을 깨닫고 그것을 고쳐 가는 과정인 정신분석 치료의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엄청난 전사들이 됩니다. 생각한 것을 눈치 보지 않고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사가 되는 거죠. 예컨대 라캉이 ‘정신분석학의 윤리학’이라는 일곱 번째 세미나에서 안티고네 사례를 이야기를 합니다. 안티고네의 오빠 둘 중 하나가 배반자로 몰려 죽었는데 국왕 크레온이 시체를 장사를 치르지 못하게 합니다. 그때 안티고네는 그것은 크레온 당신의 법이고 나는 하늘의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안티고네의 결단은 자신의 욕망을 따르는 것이죠.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진짜 욕망이라는 것은 끔찍한 성적 욕망 같은 것이 아니에요. 윤리적인 욕망, 결단의 주체로서의 욕망인 것이죠. 일상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언니를 따라 대학을 간다거나 오빠가 법대를 가서 따라간다거나 하지 않는 것이죠. 다른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선택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의 만남


저자는 프로이트․라캉의 정신분석학과 융의 분석심리학을 함께 공부했다. 라캉 정신분석학 전공자의 경우 융을 신비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고 말했다. “제가 다른 정신분석학 전공자들과 다른 점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떠나버린 융의 이론을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분석심리학에서는 꿈을 무의식이 발현되는 장소로 간주합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신성, 그게 바로 무의식입니다. 무의식 속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태고부터 인간이 쌓아온 기억의 구조가 담겨 있는 신비한 공간이죠. 꿈을 분석하면 우리는 무의식의 요청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예컨대 싫어하는 사람이 꿈에 나오는 것은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이를 해결하라는 무의식의 요청인 거죠. 만약 의식이 끝까지 무의식의 전갈을 무시한다면 꿈을 통해 드러나는 무의식의 형상은 더욱 흉측해집니다. 무의식의 전갈을 듣고 현실 속에서 조화와 균형이 깨진 부분을 잡아내야 합니다.


융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이트가 하지 않은 질문을 합니다. 그것은 내가 왜 그런 꿈을 꾸었냐는 질문, 무의식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분석심리학의 원칙은 대극을 합일시키며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내향성이 너무 강하다면 외향성을 받아들여 조화를 추구하라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분석심리학의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균형과 조화가 모두 깨지더라도 내 가치를 지키겠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분석심리학에는 이 점에 대한 결단이 없습니다. 절대로 받아들이고 용납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결단이 부족한 것이죠. 저는 이 지점에서 다시 정신분석학의 윤리로 회귀했습니다. 우리가 잘 싸우기 위해서는 정신분석과 분석심리학의 방법론 모두를 동원해야 합니다. 잘 싸우려면 먼저 내가 많은 무기들을 가지고 성숙해야 합니다. 백 명이 있다면 진짜 싸워야 할 대상과만 싸워야 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나에게 동화시키는 것이죠. 먼저 대극을 합일시키고 내 안의 컴플렉스를 극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저자는 세상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모든 지식을 다 섭렵하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다른 부분에서는 백치가 되더라도 내가 정말 절실함이 있는 그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일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 그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고, 나아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은 것이죠. 절실함이 많이 모여 있는 지점을 공략해 10년을 보낸다면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믿으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공부는 객관적인 과정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사람과의 교감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이론가가 너무 좋다면 연락을 취해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어요. 운이 좋으면 그 이론가가 살아 있거나 이론가의 수제자가 살아 있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서신교환을 시작하고 그 사람의 책을 정교하게 읽으면서 교감해보기를 권합니다. 정말 마음이 가서 그 사람이나 그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될 때 시작해보면 되겠죠. 절실하고 깊이 있게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 여정 속에서 노력하고 있구요.”



인터뷰 정리: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8:4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