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학원생의 생활 심층 취재/ 조교직이 연구자의 길을 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학원은 연구자를 길러내는 곳이다. 그러나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대학원생들이 가장 먼저 부닥치게 되는 것은 학비조달 문제이다. 거액의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알바를 하거나 조교 자리를 찾아야 한다. 학자금대출로 빚을 쌓아가며 기약 없이 연구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알바와 조교 근무 등에 시달리다 보면 연구를 할 수 있는 안정적 시간을 확보할 수 없으며, 심신의 피로로 인해 연구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지 않는 한 연구중심대학으로 나아가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국가와 대학은 장기적으로 학비감면 및 장학금 확충을 위해 힘써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이처럼 조교 근무를 통해 학비를 조달하고 있는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본지에서는 본교에서 다양한 조교활동을 하는 네 명의 대학원생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학사지원부 조교, 기자재 관리조교, 연구조교, 교육조교 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이 겪는 고충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었다.



첫 번째로는 인권침해 문제다. 다수의 조교들은 교수와 교직원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한다. 특히 교직원이 행정조교를 하인 취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와 인터뷰를 한 교육조교 D씨에 따르면 한 교직원은 조교가 지각한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일찍 출근한 것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출하기도 했으며, 교직원의 업무부과에 이의를 제기하자 조교들을 집합시키는 일도 일어났다. 현재 조교들은 실질적으로는 저임금 계약직 노동자이지만 명목상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이므로 단체행동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조교들의 고충을 들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비슷한 인권침해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권침해 문제는 견제책을 마련하는 것을 통해 상당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간편하고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조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회사에서 하향식 방식을 탈피해 다면평가를 시행하여 진급심사를 하는 것처럼, 조교들이 교직원의 업무평가에 익명으로 참가하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명확한 근무지침 및 한계설정의 부재다. 대학원생에게 조교 근무는 주업이 아니라 부업이다. 조교의 업무가 확실하게 한정되지 않으면 대학원생은 조교 근무에 시달리다가 주체적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성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행정조교들은 하나같이 정해진 시간 이외에 야근을 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한두 시간 더 일하는 것은 사소한 일이며 시간외수당도 지급했으니 큰 문제가 없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교내에서 사무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명확한 출퇴근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학원생은 결국 연구에 매진해야 할 시간을 조교근무에 쓰게 되는데, 이는 연구자로서 성장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대학원생은 조교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한 사람들이 아니다. 조교 근무가 학비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는 조교 근무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교내 사무실에서는 이를 준수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교수와의 관계의 어려움이다. 위의 두 문제는 주로 교직원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들이었다. 교직원과 대학원생은 조교로 엮이지 않는 한 서비스 제공 및 요구자로서 관계 맺으며 만나는 횟수 자체가 적다. 그러나 교수는 대학원생에게 스승과 상사의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가지기에 연구조교 및 프로젝트에 가담하는 대학원생들은 교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연구조교 C씨의 말에 따르면 지도교수가 따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구조교는 불안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연구조교가 먼저 교수에게 문제를 제기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교수가 먼저 연구조교의 업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가끔씩이라도 그들의 애로사항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 연구조교가 될지 안 될지 몰라서 홀로 다른 조교직을 찾아다니며 기력을 낭비하는 일 정도는 교수가 약간의 관심만 기울이면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이다.



조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대학원생의 처지라면, 조교의 처우를 개선해서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대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다.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구실적의 양적평가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대학원생이 연구자로 자라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와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편집위원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2: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