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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 5층에 위치한 이른바 ‘수배자 방’이 학생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수배자 방은 2009년 4월 등록금 인하 요구 시위 등을 벌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배된 42대 안암총학생회장 정태호(정경대 행정05) 씨가 3년째 사용하고 있다.

수배자 방에 대한 논란은 10월 11일, 임용수 동아리연합회장이 학생회관 2층에 게시한 정태호 전 회장의 퇴거 요청 공고문과 함께 시작됐다. 임 회장의 공고문 이후 △조우리 안암총학생회장 △궁도회 모람(모인사람의 줄인말) 윤기성(공과대 화공09) 씨 △장현철 23대 한국사회연구회 회장 △민주동우회 등의 자치기구 및 개인의 퇴거 요청 반대 대자보가 붙었다. 임 회장은 “정 씨에게 작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여 차례 수배자 방에 대한 논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오는 11월에는 동아리연합회가 관리하는 학생회관의 자치공간을 동아리에 재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거 요청을 했다”라고 말했다.

학생회관 5층 수배자 방은 1998년 12월 탄생했다. 당시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지명수배 된 모든 단과대 학생회장들의 은신처로 동아리연합회의 자치 공간 일부를(현 수배자방) 사용했다. 일부 학생들의 지명수배가 해제 되거나 지명수배의 공소시효가 지난 후, 방은 수배자 은신처와 학생자치운동 단체들의 자치 공간으로 혼용됐다. 정 씨가 방을 양도받게 된 경위에 대해 임용수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2007년 일시적으로 동아리연합회에 반납된 공간을 현재는 2009년 지명수배 된 정 씨가 다시 수배자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2009년 동아리연합회 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사용 기간을 1년으로 정하는 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정 씨도 올해 9월까지는 그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계약서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태호 전 총학생회장은 “28대 안암총학생회장 유병문 씨가 연행돼 수배자 방이 비게 된 2007년, 동아리연합회에 수배자 방을 반납한 것은 사실”이나 “총학생회장 임기가 만료된 후 수배자 생활을 할 거처가 필요해 수배자 방을 1년 정도 사용할 것을 구두로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수배 중인 정 씨는 교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정 씨는 민주노동당 전국 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0월 24일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유세 영상에는 정 씨가 종각에서 선거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우리 회장은 “정태호 전 총학생회장이 4.18 구국대장정과 같이 강제 연행 가능성이 적은 행사에는 참석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2010년 12월 기륭전자 집회에 참석한 정 전 회장을 사복 경찰이 강제 연행 시도 하는 등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동아리연합회는 31일 동아리연합 대표자회의를 통해 인준한 공식 입장으로 정 전 회장과 재논의를 할 예정이다. 임용수 회장은 “정 씨가 10여 차례 합의를 거부 한 것은 동아리연합회를 학생자치기구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며 “수배자 방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적절한 절차 없이는 수배자 방을 존속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측은 31일 이후 동아리연합회의 공식 입장을 수렴해 의사를 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전 회장은 “총학생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중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쓰게 된 것은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언제까지 수배자 방을 사용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떳떳한 42대 안암총학생회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씨가 저촉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지명수배의 공소시효는 3년으로 2012년 4월 만료될 예정이다.

장경옥 기자 ye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