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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부모 인터뷰

고요했던 안암동이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한다. 정기전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왔다. 붉은 플랜카드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표를 판다는 포스터도 여기저기 붙어있다. 연세대와 맞붙는 경기라는 의미를 넘어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은 정기전. 선수들만큼이나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이날의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정기전을 일주일 앞둔 16일(금) 야구부 주장 김상호 어머니 김희숙(여․49세)씨, 럭비부 주장 최민석 어머니 박옥순(여․55세)씨, 아이스하키부 안진휘 아버지 안금상(남․53세)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기전은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안금상 ｜ 정기전 하루를 위해 2, 3월부터 프로그램을 짜 운동한다. 정기전이라는 뚜렷한 목표 덕분에 선수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비인기종목에서 이렇게 큰 무대에서 뛸 기회가 별로 없기에 정기전은 선수들에게 큰 경험이 될 수 있다.

정기전을 맞는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박옥순 ｜ 민석이와 감독님이 정기전을 앞두고 삭발까지 했다고 한다. 민석이가 “삭발을 가벼운 마음으로 한 게 아닙니다”고 하는데 마음이 짠했다.
김희숙 ｜ 상호는 이번이 마지막 정기전이고 또 주장을 맡고 있기에 부담감이 있어 보이더라. 이기고 졸업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상호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이기겠다고 대답했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자신 있게 대답을 한 적이 없었기에 느낌이 남달랐다.

부모님들도 선수들만큼 긴장될 거 같은데
박옥순 ｜ 매일 오전 6시에 승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시합 날이 정해지면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날짜를 매일 손꼽는다.
안금상｜ 정기전이 다가오면 연습하는 것이 보고 싶어 회사일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연세대가 회사 근처에서 연습을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어느 정도 수준일지 궁금해서 가봤던 적도 있었다.

정기전 때 어떻게 응원하나
김희숙 ｜ 빨간 모자를 쓰고 빨간 티를 입고 열심히 응원한다. 완벽하게 외우는 건 아니지만 응원가도 학생과 함께 부르며 같이 뛴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뛰고 있는 아들을 보면 가슴이 벅차다. 고려대의 응원문화가 선수 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힘이 된다.
박옥순 ｜응원이라는 것이 사람을 그 속에 취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내 자식이 그 속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흥이 난다. 이날만큼은 고대인이 된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응원해 정기전이 끝난 이후엔 몸살을 앓기도 한다.

이번 경기결과를 예상한다면
안금상｜ 그동안 정기전에서 아이스하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올해 초 했던 시합에선 비겼다. 무승부였어도 경기는 우리가 우세했다고 생각한다. 체력훈련도 잘됐고 취약했던 수비도 보강했기에 이번 시합은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김희숙 ｜ 작년 9회 초에 아쉽게 무승부로 비겼다. 하지만 지금 야구부는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에서 우승을 할 만큼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이긴다고 생각한다. 한 6대 2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박옥순 ｜ 지금까지 럭비부 경기를 보면 항상 역전패를 많이 당하는, 후반전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대단한 각오를 다지며 연습해왔기에 승리한다고 예상한다.

추석엔 선수들과 함께 보냈나
박옥순 ｜ 민석이가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결국 만나지 못했다. 사실 일 년에 한, 두 달밖에 보지 못한다.
김희숙 ｜ 다행히 추석 전날과 추석 날 상호가 쉴 수 있어서 같이 큰 집에 내려갔다. 자주 볼 수 없기에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자주 못 보는 게 부모로서 서운할 것 같다
안금상｜ 중고등학교 때부터 방학동안 가족여행을 같이 갔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전지훈련 갈 때 같이 따라가고 하면 그게 여행처럼 느껴져서 괜찮다. 오히려 운동이라는 소재로 가족들이 많은 얘기를 나누며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
김희숙 ｜ 아이가 온다고 하면 이것저것 음식을 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데, 가끔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약속을 잡아서 나가면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들이 운동선수이기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커서 괜찮다.

처음에 운동을 어떻게 접하게 됐는가
김희숙 ｜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심지어 6살 때 몰래 택시를 타고 잠실을 갈 정도였다. 처음엔 야구를 반대했다. 공부에 비해 갈 수 있는 길이 좁다고 생각했고 미래가 걱정됐다. 또 고생한 만큼 빛을 보기가 힘든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면서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아이를 보고 결국 허락하게 됐다.
박옥순 ｜ 아이가 192cm에 건장한 체격이다.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때 감독님이 아이를 계속 스카우트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엔 럭비가 생소하기도 했고 특히 비올 때 진흙탕에 빠져 이만 하얗게 붕붕 떠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곤 절대 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 아빠가 낯가리고 소심한 아이 성격을 고쳐야한다며 운동을 시키기로 했다.
안금상 ｜ 고향이 부산인데 직장 때문에 인천으로 올라오게 됐다. 아이가 유치원 때 일이다. 그 때 집근처에 아이스링크장이 두 곳이 있었는데 처음엔 내 흥미로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때 취미로 시키려고 했던 것이 계속 이어졌다.

선천적인 재능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부모들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가
박옥순 ｜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육상을 했었다. 100m, 400m, 계주 등 여러 종목을 했었다. 등산도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한다.
김희숙 ｜ 테니스를 좋아하고 이번에 전국투어대회 우승을 했다.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다.
안금상 ｜ 고등학생부터 지금까지 테니스를 치고 있으며 골프나 아이스하키도 즐겨한다. 웬만한 운동은 다 좋아한다.

아들이 어떤 선수가 되길 바라는가
안금상 ｜ 러시아나 유럽에 진출해 큰 무대에서 운동을 해봤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꿈을 키워나가는 어린 선수들에게 그 앞길을 터주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김희숙 ｜ 롯데 자이언츠에 가게 됐는데 내년 이맘때쯤 1군에 올라와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바라고 있는 소망이다.
박옥순 ｜ 뉴질랜드나 일본 프로럭비 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곳에서 많이 배우고 돌아와서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금상 ｜ 일 년 동안 힘들고 어려운 훈련도 잘 이겨냈다. 준비를 잘한 만큼 시합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아들이 아이스하키를 해서 행복하고 가족들이 한마음이 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우리 아들 꿈이자 내 꿈을 꼭 이루도록 만들고 싶다.
김희숙 ｜ 우리 아들을 낳은 것이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꿈은 꼭 이루어진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아들편이고 언제까지나 사랑한다.
박옥순 ｜ 병원에선 낳지 못한다고 하던 중 얻은 자식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주장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또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는 아들이 돼라. 지금까지 묵묵하게 사춘기도 없이 지나와서 감사하고, 사랑한다.

김슬기 기자 Kimsg@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00: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