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노동 문제는 우리의 연구 환경, 나아가 인권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이번 호 본지에서는 대학원생의 노동 문제, 특히 대학원생의 주된 노동 중 하나인 조교 업무에 대한 여러 사례를 정리해 보았다.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권 문제


정원도, 수입도 부족한 조교 업무

  많은 대학원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 충당 문제로 고민한다. 2011년 카이스트의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에서 대학원생들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연구비 수당 현실화(63%)’를 꼽았고, 2015년 실시한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의 조사에서도 참여자의 30%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35.5%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중단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고대원총’)가 2014년에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참여자의 68%가 대학원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학비와 생활비 도움’을 꼽았고 96%가 현재의 등록금 수준에 불만을 표시했다.
  경제적 여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연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대학원생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학내 조교이다. 고대원총이 실시한 위의 조사에서도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조교(응답자의 32%), 연구보조(19%) 등의 업무를 통해 등록금을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교 업무는 크게 수업조교(TA, Teaching Assistants), 연구조교(RA, Research Assistants), 행정조교(GA, General Assistants)의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조교 자리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고, 둘째는 필요한 만큼의 수입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수업조교와 연구조교 업무가 그러한데, 2014년 서울대 조사에서 42.3%의 응답자들은 ‘TA나 RA의 정원은 있으나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지 못한다’고 대답했고 30.8%의 응답자는 ‘정원이 없거나 너무 적다’고 응답했다.


업무 수행은 ‘직원’, 처우는 ‘조교’인 ‘비학생조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15년 한 해 동안 실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대학원과 대학원생의 법적 지위가 뚜렷하지 않은 점을 제도적 지원 체제가 미흡한 근원적인 이유로 들었다. 우선 대학원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와 고등교육법 제2조가 규정하고 있는 독자적인 교육기관에 포함되지 않으며, 대학의 부속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고등교육법 제14조는 “학교에는 학교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 직원과 조교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5조에서는 행정직원의 업무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로, 조교의 업무를 “교육·연구 및 학사에 관한 사무를 보조”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조교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예외 대상에 포함되어 2년 이상 근무해도 고용 보장의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대학이 ‘비학생조교’를 채용해 행정 업무를 맡기고 수익을 고려해 임의로 그들을 해고할 수도 있는, 일종의 편법이 가능하게 해준다. 최근 서울대학교가 비학생조교 70여 명의 집단해고를 추진한 사례가 그 단적인 예이다. 올해 초 서울대학교는 통산 임용기간(5년/7년) 만료를 이유로 해당 조교들에게 고용계약 해지를 통보해 왔다. 이에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측은 비학생조교는 ‘조교’라는 명칭만 공유할 뿐 사실상 행정부서 등에서 사무업무를 담당해 왔으므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교 측에 맞섰다. 실제로 10여 년 전부터 채용되기 시작해 현재 253명에 이르는 서울대 비학생조교는 인사, 행정, 교원, 회계, 장학, 서무, 물품, 시설, 입시, 전산, 비서 등을 비롯한 행정 업무는 물론 실험 및 실습 업무까지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노조 측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는 근무 평가서에 학사·교육 보조 업무만 수행한 것으로 허위 작성하도록 강요해 왔다. 뿐만 아니라 대체복무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사실상 육아휴직을 금지하고, 업무대행수당(출산휴가·육아휴직 직원 업무 대행자에 지급) 대상에서도 조교는 제외되었고, 조교가 교원에 속한다는 이유로 시간 외 근무시간에 대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전남대, 2009년 명지대 역시 비학생조교 해고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전남대와 명지대의 비학생조교 측은 각각 광주지법과 광주고법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서 모두 ‘교육법상 조교가 아닌 사무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더욱 열악한 학생조교 근무 환경, 그리고 해외 대학원생·조교 노조 사례

  위에서 보듯 비학생조교는 조교라는 명칭으로 임용되었지만 실제로는 온전히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 학생조교 역시 교육이나 연구, 학사 관련 업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고대원총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조교 업무 수행의 어려운 점으로 “학업 및 연구 시간의 감소”를 꼽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학업과 조교 업무를 병행하는 대학원생은 늘 시간에 쫓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업무량이나 근무 시간, 보수 수준 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조교는 대부분 행정직원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떠안기 마련이고, 그에 합당한 추가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즉, 대학원생 조교는 실질적인 행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학생’으로 분류되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대학에 해당되는 사항이긴 하지만 대학원생과 조교들이 노조를 구성할 권리를 인정받고 있어 우리의 경우와 차이를 보인다. 인권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원생 역시 스스로를 “주변화된 노동자”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국 대학원생들은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대학 당국과의 협상을 시도해 왔는데, 이러한 협상이 법의 보호를 받는 유일한 길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었다. 대학원생의 지위가 피고용인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기관은 주립대학의 경우는 주 정부, 사립대학의 경우는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이다. 주립대학의 경우 최초의 대학원생 노조는 1969년 결성된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의 수업조교협의회로, 이들은 1986년 노조 결성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주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합법적 지위를 얻게 되었다. 사립대학의 경우 2000년 뉴욕대학의 대학원생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인정받았지만, 2004년 7월 브라운대학에 대한 판결에서 다시 부정되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콜롬비아대학의 대학원생 노조가 노조 결성 권리가 인정되면서 사립대학 대학원생 노동권 쟁취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문장원 기자 creep0927@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19: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