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

304명이 희생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와 수사는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게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 기소에 대법원은 최종 판결들에서 “업무상과실과 알 수 없는 다른 침몰 원인”, 유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은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 외에도 ‘정부의 구조지휘라인의 공동책임’이 있음을 적시하였습니다. 즉, 침몰원인과 구조책임이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 외에도 특검을 반드시 해야할 이유는 더 있습니다. 특검은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기도 했으며 국회에서도 여야가 합의문까지 내면서 약속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특별법에는 특별조사위원회가 특검을 2회 요청할 수 있도록 제정되었고 요청 즉시 국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즉시 의결하여 특검을 추천하고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수사는 충분히 이뤄졌다며 합의를 무시, 국회 특검 상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헌법의 권한에 따라 입권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세월호 특별법이 행정부의 월권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4년 당시 특별법 제정을 놓고 국회에서 협상이 벌어 질 때 유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입장과 특검으로 합의하자는 국회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조사권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에 민간인으로 구성된 중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권과 청문회 개최권이 주어지도록 필사적으로 싸워 이를 따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특조위에 파견하는 정부 고위공무원들에게 특조위원보다 높은 권한을 주려고 했고, 특조위와 피해자,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자 시행령 일부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권을 휘두르며 특조위에 작년 8월에서야 예산을 지급하며 조사활동 개시를 지연시켰습니다. 특조위가 참사 당시 대통령의 업무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해달라는 피해자의 신청을 받아들이자 정부는 조사위원회 내 새누리당 측 위원들에게 소위 BH(청와대) 조사가 결정되지 못하도록 하라는 사주문건까지 작성하며 특조위의 조사활동을 방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위는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의 특수관계, 정부의 제주 강정 기지 철근 400여톤의 세월호 적재 등을 조사해 내고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실지조사까지 진행하였습니다. 특조위는 작년 8월에 예산이 지급되어 9월부터 공식적인 조사활동을 개시하였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보장된 18개월 조사기간에 따라 내년 17년 2월까지 진상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 1월1일부터가 특조위의 임기라고 주장하며 조사기간을 올해 6월 30일까지라고 규정하고 특조위의 조사활동을 강제로 종료시켰습니다. 2014년 11월 7일 650만만명의 국민서명과 요구로 제정된 특별법이 법대로만 집행되었다면 지금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피해자와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세월호 인양을 제때에 했다면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 역시도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인양 추진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는 형국이며 특별법은 법대로 처리하지 않고 심지어 조사방해까지 했습니다.

  올해 6월 피해자와 국민들은 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세월호 선체 인양 후 최소한 6개월 이상 특조위가 조사할 수 있도록 못을 박고 정부가 조사기간을 임의로 규정하지 못하도록 입법청원을 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대 국회는 민심을 반영하여 개원 즉시 과반이 넘는 153명 의원들이 특별법 개정에 동의하고 발의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여당의 반대로 특별법 개정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고 야당들은 국회 상정을 강력히 추진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소야대의 의미가 상실되고 있는 국면입니다. 오직 유효한 것은 2년 6개월 전 우리 모두의 다짐뿐입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잊지 않고 끝까지 밝혀내겠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다짐을 유야무야 시킬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란리본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속히 약속대로 특검을 발동하고, 특별법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05:2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