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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권 추락’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작년 11월 체벌금지 조항이 포함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발의로 학생의 인권은 존중받게 되었다. 또 다른 입장에선 교사를 ‘만만한 존재’로 보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며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서울과 경기도, 광주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됐다.

하지만 실제로 교권이 추락했는지, 추락했다면 원인은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을 교육현장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사범대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대답을 알아보기 위한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에는 이상우(사범대 영교06), 이현리(사범대 영교07), 윤세민(사범대 역교08), 김서환(사범대 역교08), 이성용(사범대 수교10) 씨가 참여했다.  

최근 발생하는 교사와 학생의 갈등이 어떤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나
이상우∣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대개 교사가 불량한 학생들을 훈계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교사가 최소한의 훈계도 하지 못하고 학생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교권은 추락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교권 추락이 교사와 학생의 관계 형성에도 장애가 되면서 교실 붕괴 또한 동반하는 상황이다.

이현리∣나는 중학교 2학년 때 남학생이 여선생님을 때리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어느 한 쪽의 잘못이 아니라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전반적인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것 같다. 사회적으로 학부모도 교사를 예전처럼 자녀의 스승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 분위기다.

학생의 인권도 무척 중요한 요소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은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상우∣올해 고려대사범대부속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현장에서 본 학생의 인권은 많은 부분 보장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았고 학생에 대한 잘못 지적은 직접 체벌 대신 훈계 정도였다.

윤세민∣하지만 그런 것들이 꼭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준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올해 1학기에 서울에 위치한 자율화 공립고로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서울 지역이기에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직접적인 체벌 대신 벌점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었다. 벌점제도 기준은 모호했고 학생과의 합의과정도 거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현리∣교생실습을 다녀오지 않아서 학교 내의 분위기를 자세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과외학생이나 교생실습을 다녀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생의 인권 보장은 형식적이다. 학생이 촬영한 교사의 폭행 장면이 인터넷이나 언론에 계속 노출되면서 교사는 이런 상황에 처하는 걸 두려워한다. 언제 핸드폰을 들이대며 협박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권을 보호하기 보다는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와 전반적인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교사의 교권과 수업권은 보장받고 있다고 보나
윤세민∣교사가 할 수 있는 수업, 교사가 하고 싶은 수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교사의 수업권이다. 실제로 교사들은 주입식 수업이 아닌 의미 있는 수업을 하려 노력하지만 국가의 커리큘럼에 맞춰야 한다. 커리큘럼에 맞추다 보면 수업이 재미가 없어 학생도 듣기 싫은 게 당연하다.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은 교사를 따르지 않는다. 교사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수업권은 교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김서환∣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체벌금지 조항이 포함된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된 후에 교권은 더욱 추락했다. 기본적으로 교사가 학생의 잘못은 자유롭게 훈계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교권이 충분히 보장받는다고 할 수 없다. 마치 교사의 교권이 체벌을 전제하고 형성되는 것 같아 씁쓸다. 교사는 교육법에 따라 국가의 위탁을 받아 교육을 할 권리가 있는데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고 있지 않다.

또 다른 교권추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상우∣현대 사회의 특징인 저출산으로 인해 자녀가 한 두 명이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가족끼리의 대화가 부족해졌다. 동시에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거기에 과잉보호까지 더해지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제멋대로 행동한다. 교육에서도 현 입시체제가 문제 풀이 등에 치중해 학부모와 학생들 자체가 공교육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현리∣학생이나 학부모의 태도도 문제가 있지만 교사들도 문제가 있다. 사회 변화에 맞춰서 교사들도 더 나은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부족하고 발 빠르게 변화하지 못해서 권위가 무너진다. 체벌금지 후 교권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전부터 교권추락은 계속되어 왔다.

체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성용∣체벌은 부분적으로 필요하다. 사회적 통념으로 봐도 이 상황에서만큼은 매를 들어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형법 20조 ‘체벌은 기타 사회상규에 의한 범위 내에서는 허용을 해준다’라는 조항은 상식적인 선에서는 체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랑의 매’라는 말도 있듯이 선의를 담고 있는 체벌은 가능하다. 교권이 추락해 가는 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교사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게 하는 제동장치 중 하나로 체벌은 존재해야 한다.

이현리∣역시 부분적인 체벌에는 찬성이다. 직접체벌이든 간접체벌이든 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선에서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이 다 똑같지 않은 것처럼 학생들도 각자의 특성이 있어 훈계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김서환∣동의한다. 학생에게 매를 대는 직접체벌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간접체벌이다. 하지만 벌점제도나 삼진아웃제 등의 간접체벌에 오히려 더 비인격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매를 대는 대신 학생부 등에 학생의 잘못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면 더 가혹한 처사가 될 수 있다.

윤세민∣나는 체벌에 반대다. 교사가 체벌을 하는 이유는 학생들을 컨트롤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체벌을 궁극적으로 지양해야 하지만 현 상황은 과도기 단계라 논란이 많은 것 같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발의하는 등 학생의 인권보장에 대해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벌점제 등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체벌을 금지하되 대안을 생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사와 학생이 1대1로 소통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상황을 극복할 대안이 있다면
이현리∣의식적인 부분, 제도적 부분 모두 변해야 한다. 교사 한 명 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그 중 튀는 학생만 신경을 쓰고 훈계를 하게 된다. 따라서 1대 1수업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려는 교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들도 자신의 학창시절 등 과거의 학교 상황만 생각하지 말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학생들도 자신이 존중받고 권리를 찾으려면 교사를 존경할 의무 또한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이성용∣가정교육이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인성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현 입시제도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수업과 시험 모두 기계적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올바른 인성 교육을 한다면 교사와 학생이 아닌 스승과 제자의 이상적인 모습이 구현될 것이다.

김서환∣교사도 직업 중 한 종류이고 노동자다. 사랑과 열정, 헌신으로 학생을 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개인적인 신념의 문제다. 우선 교사도 자신의 생각대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수업권과 여타 권리들을 보장받아야 한다. 교사의 권위가 서면 학생들은 존경하게 될 것이고 교권추락도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본다.


이소민 기자 amy@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3 01:3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