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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난 7월부터 전국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 감사를 벌인 결과, 본교 김 모 교수가 대학원생 인건비 횡령 혐의로 적발됐다. 김 교수는 대학원생 15명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4년 동안 자신이 관리하며 5억여 원을 횡령했고 그 중 2억여 원은 주식투자와 개인연금에, 2억 9000만 원은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원인으로 연구실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건비 지급 제도에 있다. 대부분의 연구실에서는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할 때 일단 그 연구실에 지급되는 인건비를 전부 회수한다. 그 후 회수된 금액 안에서 박사, 석사 등 직급에 맞춰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방법을 취한다. 회수-재분배의 과정을 거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학 연구실에서는 군대나 유학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연구원 변동이 잦아 과제 시작 시점에 참여 연구원과 기간을 확정해 예산서를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연구원이 맡은 과제 수행 기간이 종료되고 후속 과제가 없으면 인건비 지급이 중단돼 생활비조차 끊기는 등 연구원이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일단 전체 인건비를 회수한 후 연구에 참여한 내용에 따라 재분배하는 방식이 오랜 시간 지속됐고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연구원들의 통장과 비밀번호 등을 모두 공개하고 지급된 돈을 한 곳으로 모으기 때문에 인건비를 관리하는 연구책임자의 횡령이 가능해진다. 대부분의 연구실에서는 책임자가 모아진 돈을 학생들에게 다시 지급하지만, 악의를 가졌을 경우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09년, 이를 막기 위해 풀링제를 도입했다. 풀링제는 기존 인건비 예산서에 연구원들의 직급, 급여, 참여시작·종료일 등 세세한 사항을 썼던 것을 개선한 제도로 인건비를 직급별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풀링제 역시 연구실 실상과 완벽히 합치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풀링제가 제 역할을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9월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 연구비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선 대학 연구비 관리의 자율성을 키우되 연구비 부정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기본으로 세부사항으로 학생인건비 풀링제의 정착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미희 기자 crow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3 05:4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