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착공된 지 1년 반이 흘렀다. 정부는 올 가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8~90%의 공정률을 자랑스레 이야기하고 있다. 전 국토의 물줄기를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개조’ 하는 그 추진력이 놀랍기만 하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 올 가을, 4대강 사업을 외견상 마무리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듯싶다. 현재 4대강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을까? 현재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는 16개의 거대한 댐이 모습을 갖추고, 강변은 각종 공원과 자전거 길 등 인공시설로 변화하고 있다. 강바닥에서 퍼올린 모래산은 거대한 피라미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은 5월 한 달 동안 홍수대비 4대강 공동조사를 실시하였다. 특별히 4대강 본류와 만나는 지천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놀라운 변화가 감춰진 채 조용히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단지 100여mm의 봄비로 인해서 말이다. 비가 내린 4대강의 지천에는 ‘역행침식’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마디로 지천의 강바닥과 강기슭이 무너져내리는 현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4대강사업은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3m 이상 준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4대강을 수심 6~7m의 수로로 만드는 사업이다. 본류의 수심이 깊어지면그와 만나는 지천과의 높은 낙차가 생긴다. 그로 인해 빨라진 유속은 강바닥과 주변을 침식시키고, 주변의 교량과 제방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세계적인 하천 분야 권위자인 독일의 헨리히 프라이제 박사가, 한국의 4대강사업 현장을 둘러본 뒤 바로 이 역행침식이 재앙으로 다가올 것을 경고했다.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작년 여름, 남한강의 지류인 연양천에서 신진교가 붕괴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1년이 지난 지금, 100여mm의 봄비에도 4대강 지류 곳곳이 무너지는 현장을 접하였다. 경북 상주의 병성천은 4~5m 높이의 강둑이 침식되면서 배수관이 노출되고 제방위 도로까지 위협하고 있다. 구미 부근 감천의 변화는 참가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모래는 다 쓸려 내려가서 시커먼 진흙층이 드러나고, 이 진흙층마저 사람 키보다 깊게 침식되어 폭포가 되었다. 금포천, 용호천, 회천, 덕곡천 등 곳곳의 하천은 침식으로 인해 거대한 협곡으로 변했다. 4대강에 나이아가라폭포와 그랜드캐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모래의 재퇴적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류에서 침식된 모래가 준설이 끝난 지역에 다시 쌓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계획한 6m 수심확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계속해서 준설을 하겠단다. 국민의 세금을 무의미하게 계속 낭비하겠다는 소리다. 인위적인 준설의 효과를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자연은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곳곳에 만들어진 16개의 거대한 댐(보) 또한 큰 문제이다. 강 한가운데의 댐(보)들은 강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바꾸면서, 보 주변에 큰 피해를 낳고 있다. 지난 5월, 남한강의 이포보와 낙동강의 상주보 주변 제방이 무너지고 시설물들이 유실되었다. 장마가 오고 큰 비가 내린다면, 보로 인한 수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가 호언장담하듯이 정말 올 가을 완공이 가능할까? 많은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의문을 던진다. 사업의 완성은 그 원래의 목적이 달성될 때 가능하다. 4대강사업은 그 주요한 목적으로 ‘홍수예방’을 내세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4대강 곳곳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실 수해방지라는 측면에서 4대강사업은 태생적 오류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홍수피해는 80%이상이 지류에서 발생하는데 4대강사업은 본류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애초부터 번지수가 잘못되었다. 4대강사업은 수해 피해의 위험성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 4대강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사업은 끝낼 수 없는 사업이다. 그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만 오면 지천은 무너지고, 바닥을 긁어낸 강에는 다시 모래가 쌓일 것이다. 거대한 댐에 가로막힌 강물의 힘은 배가되어 인근 주민들의 삶터를 위협할 것이다. 강물의 힘을 우습게 여긴 결과는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자연이 무너지는 곳에 사람이 서 있을 자리는 없다. 자연은 스스로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이제 인간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할 차례다. 누구보다 사업을 시작한 장본인이 어리석은 선택을 되돌릴 때이다. 이제 곧 장마다. 그 선택의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 팀장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17: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