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8시 23분 고요한 학술정보원 제 1열람실에 난데없이 경보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열람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은 경보음 소리에 잠시 동요하고 두리번거렸을 뿐, 누구 하나 대피하지 않았다. 경보음이 15분 동안이나 울리는 비상 상황인데도 건물 내 대피 안내방송도, 관리자의 상황 설명도 없었다. 차츰 학생들은 하나 둘 씩 여전히 요란스럽게 울리는 경보음을 무시한 채 다시 자신의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곧 경보음은 꺼졌다. 다행히도 경보음은 기계 고장으로 인한 오작동으로 밝혀졌다.

시설팀 관리자 이대호 씨는 “경보기가 울리면 바로 끄는 게 아닌 실제 화재가 났는지 확인 후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걸리게 된다”며 경보음을 즉시 끄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캠퍼스의 화재경보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오작동 이유를 함께 알아봤다.

교내 화재경보시스템은 통합시스템으로 이뤄져 모든 건물이 종합상황실과 연동이 돼있다. 건물의 수신기가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적으로 건물 내 안내실과 종합상황실에 구체적인 위치가 전송돼 빠른 확인이 가능하다. 안내실의 직원이 없을 경우 종합상황실에서 화재 발생을 확인하고 초기진압하거나 관할 소방서에 신고한다. 오보일 경우엔 안내실 또는 종합상황실에서 경보를 끈다.

▲ 중앙광장 벽면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와 소화전. 사진 | 장지혜 기자 bird@

3월 5일 국제관 1층 카페테리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제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시설부 직원과 캠퍼스 폴리스에서 화재 위치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화재가 난 곳은 카페테리아 내의 세탁실이었는데 연기가 배관을 타고 천장에서 흘러나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화재수신기가 화재를 감지해 작동하고 연기가 더 심해지자 소방서에 신고를 했고 화재진압에 성공했다. 

종합상황실과 연동이 돼있지 않는 곳에선 경보음 대처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암은 모든 건물이 종합상황실과 연결됐지만 세종캠퍼스의 학술정보원과 호연학사는 통합시스템이 연결돼 있지 않다. 학술정보원은 24시간 상주하는 직원이 있다는 이유로 화재 경보가 종합상황실에 자동으로 연동이 되지 않는다. 현재 학술정보원에는 안전 환경 관리자도 경비원 1명과 사설 경보업체 직원 2명이다. 하지만 사설 경비회사 직원의 경우 주로 외부에서 활동해 실질적으로 학술정보원 전체를 담당하는 안전 환경 담당 관리자는 경비원 1명뿐이다.

▲ 교내에 설치된 시각경보기, 화재감지기, 경보사이렌, 연동제어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편, 감지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기계적 오작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기의 배선이나 부품의 고장뿐만 아니라 감지기에 따라 화재수신기 센서의 노후도 원인이 된다. 이 밖에 비가 오는 날씨처럼 급격한 온도 변화와 주변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작용해 오작동이 쉽게 일어나기도 한다. 심지어 주변의 먼지에 의해서도 경보기가 울릴 수 있다. 

장선화, 장지혜 기자 news@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