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거스리, ‘This Land Is Your Land’ (1940)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 이 땅은 당신과 나를 위한 땅이라고”

이경준(대중음악평론가)

미국이라는 허상을 고발하다

우디 거스리는 피트 시거와 더불어 이른바 ‘모던 포크’의 양식을 규정하고 확립한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지만, 그의 노래는 밥 딜런 등 미국 내 포크 주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그 여파는 한국에까지 이어져 양병집이나 서유석 등에게도 전파되었다. 무엇보다 최고의 업적은 구전으로만 전달되던 포크 음악을 미국 전역을 돌며 채집하고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의 헌신 덕택에 미국은 열성적인 포크 고고학자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This Land Is Your Land’는 바로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우디 거스리가 현존하는 구전 노래에 가사를 붙여 다시 쓴 노래다. 도대체 이 노래는 도대체 왜 중요한 ‘저항의 노래’로 평가받는가.

1929년 미국 경제는 대공황이라는 폭격을 맞고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대량 실업과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으며, 은행의 파산은 예금자들의 미래를 잿빛으로 만들었다. 그 여파는 1930년대를 관통하는데(뉴딜 정책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거대한 모래바람이 1930년부터 1936년까지 미국 중부를 덮친다. 마치 괴물과도 같은 모래바람은 농민들의 모든 터전을 앗아가 버렸고, 농작물 수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 한반도 면적의 두 배 이상의 땅이 황무지화되었고 이어 긴 흉년이 닥쳤으며,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토지를 저당 잡히고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다. 존 스타인벡이 『분노의 포도』에서 잘 그려낸 것처럼 이 거대한 행렬의 운명은 ‘비참의 극한’에 가까웠다. 개인의 재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가 여실히 폭로된 셈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재산은 가진 자들에게만 집중되었고, 마르크스가 날카롭게 지적했던 것처럼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계층들의 상태는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전국을 떠돌던 우디 거스리가 만나본 미국의 실체였다. 그 자신 역시 거대 황사 폭풍에 생활의 터전을 상실하고 방랑을 강요당한 자로서, 그는 미국 사회가 가진 내부적 모순을 누구보다도 신랄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며 곡을 채록하고 쓰고, 노동자와 연대하고, 좌파적 성향의 글을 기고하는 등 그는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이 곡을 1940년 완성해 1944년 레코딩했다. 그동안 가사는 수차례 바뀌었는데, 원래 버전에는 “높은 벽이 날 가로막는다. 사유지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아무 것도 써 있지 않다”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존 레논의 ‘Imagine’보다 훨씬 먼저 우디 거스리는 사유재산과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표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조심스럽게 삭제되는데, 그가 미국 사회를 집어삼켰던 ‘공산주의에 대한 분노’, 즉,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포크를 저항의 송가로 만들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가 무엇일까? 결과는 조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상위권 주자들의 순위가 크게 변동할 일은 없다. 여하튼 이 곡은 항상 리스트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 곡은 기라성 같은 곡들을 제치고 2000년 열린 ‘미국인들이 뽑은 20세기의 명곡’에서 ‘Over the Rainbow’, ‘White Christmas’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떤 미국인들은 이 노래를 ‘The Star Spangled Banner’를 대신해 미국 국가로 삼자고 주장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노래의 위상에 대해서는 첨언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인이 이 곡을 음미하고 그 속에 숨은 메시지를 독해해 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텁텁하고 건조한 목소리에 무덤덤한 기타 톤까지 도대체 마음을 끌어당길 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가수들의 리메이크를 먼저 듣기를 권한다. 이 곡은 팝의 역사에서 숱하게 리메이크되었는데, 그 중 손꼽히는 것들도 여럿 존재한다. 특히 미국 음악의 상징,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불렀던 버전을 놓치지 말길. 우디 거스리의 노래보다 역동적인데다가 보컬에도 방점이 있어 한결 듣기 편할 것이다.

혹 우디 거스리의 개인사를 알게 된다면 원곡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길지도 모르니 몇 자 적어본다. 오클라호마의 작은 도시에서 출생한 우디 거스리는 어린 시절 누이와 사별하고, 어머니도 헌팅턴병(경련과 떨림이 사지 전체로 퍼져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비틀거리게 되고 나중에는 언어 장애 및 운동 장애까지 이어져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유전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는 등 어두운 과거를 보냈다. 이러한 가정환경 때문에 그는 학교를 일찍 그만두고 거리의 음유시인들로부터 음악을 공부했는데, 이때의 체험은 우디 거스리에게 자신의 앞길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방향타 역할을 했다. 또한 지금 그에게 닥친 고통이 비단 1인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웠고 ‘사랑’과 ‘연대’만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심어주게 되었다. 그 후 우디 거스리는 파시즘 반대 및 열성적인 사회운동을 이어가지만 1950년대 외가로부터 물려받은 헌팅턴병의 발병으로 활동을 접고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일련의 뮤지션들이 그를 문병했는데, 그 중에는 아직 만개하기 전이었던 밥 딜런도 포함되어 있었다.

위대한 프로테스트 송, ‘This Land Is Your Land’

비록 1967년 그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지만, 그의 유산은 ‘프로테스트 송’이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포크가 한때 ‘저항의 송가’처럼 인식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몽상가였고, 낭만을 잃지 않았던 보헤미안, 그리고 위대한 사회주의자였다. ‘This Land Is Your Land’가 입증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