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발언대 길수광

교수들이 먼저 생각 고쳐야...강사 처우개선의 문제

서울시내 사립대 두어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강사라고 해서 강사님이라고 부르고 이 사람은 전임교수니까 교수님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대학에서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금, 대부분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사람들을 학부생들은 다들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도 약간 뜨끔하긴 하지만 학생들이 교수라고 불러준다.

작년이었을까? 학과사무실에 용무를 보고 나오는데 몇몇 학생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교수님 안녕하세요? 하면서 반갑게 맞아줬는데, 뒤에 그 과 진짜 교수님이 있었다. 그 교수님도 나한테 어머, 교수님 안녕하세요? 라고 하는데 뉘앙스가 많이 달랐다. 아차 싶었다. 그때부터 그 교수님은 학생이 많던 적던 만나는 때가 언제든 나를 교수라고 불렀다. 특히나 다른 동료교수들이 있을 땐 더욱 더 그랬다. 정말 그랬을까? 별거 아닌 일에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시간강사들의 처지를 생각하니 내가 오바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본다.

학생수가 1만이 넘는 학교들은 대부분 1200~1300과목 정도가 한 학기에 개설된다. 이 중에서 절반정도는 시간강사들이 담당한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본다면 대학에서 결코 그 비중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강사들의 처우는 사실 많이 개선되지 않았다. 두해 전에 국가에서 시간강사의 강의료를 현실화해주겠다는 발표가 있긴 했다. 그러나 그걸 믿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국립대의 경우 과거보다 높아지긴 했다. 국립대는 시간당 강의료도 올랐고 KTX를 이용할 경우에는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런 국립대의 수는 얼마나 되나. 사립대학들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엔 왜 시간강사를 보따리장사라고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해보니까 이해가 간다. 대학에서 학생이 아닌 사람들 중에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시간강사인 경우가 많다. 짐을 잔뜩 들고 다녀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강사들이 수업자료를 복사하고 자료를 찾아보는데 불편함이 없는 이 땅의 대학은 얼마나 될까? 난 거의 없다고 본다. 약간의 커피, 분필과 보드마카, 그리고 컴퓨터 몇 대와 조교 한 명, 사실 이 정도만 되도 훌륭한 교강사실을 갖춘 학교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공간이 학교에 한 곳이라는 것이다. 수십 명의 시간강사들이 북적북적 거린다. 막 박사를 받은 것처럼 보이는 젊은 사람에서부터 어디 학과장이나 학장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머리 희끗하신 어른들도 보인다.

강사들이 강의준비를 하기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학교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도서관을 이용하려해도 절차가 복잡하다. 그나마 책 오래 빌려주는 것에 감사를 전해야할까 싶다. 단과대별로 일정부분 연구와 강의준비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대학이 있을까? 그건 사실 대규모 과제에서 인건비가 나오는 시간강사들보다는 조금 나은 연구교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이야기다. 시간강사가 뭐 그리도 요구하는 게 많냐고. 그냥 1학기 1과목 하고 그만할 사람들이 말들이 많으냐고 하는 교수들이 많을 거라고 본다. 딱 그만큼이 시간강사와 교육여건을 보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강의를 부탁한다고 말하는 교수는 많이 보지 못했다. 대부분 강의를 준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이다.

교수들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져야한다. 똑같은 답사나 견학을 가도 시간강사는 자기 돈을 내고 가지만 교수는 출장비가 나온다. 시험문제를 내고 채점하는 일은 여전히 그냥 수업에 딸린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대학 내에서의 행정적인 문제에서 교수위치를 모르는바 아니고 현실적으로 공간의 문제 또한 대단히 심각하다. 그러나 이건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치는 일을 준비하는 일과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또 어김없이 봄은 오고 개강이 돌아올 것이다. 강사들의 처우개선은 새로 들어오는 식구들에게 좋은 학교를 만드는 일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