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언제까지 교육을 장삿속으로만 바라보려 하는가

등록금심의위원회가 6차례 열렸지만 결국 올해 일반대학원 등록금이 2% 인상됐다. 학부는 1% 인하, 특수전문대학원은 동결이다. 일반대학원만 올랐다. 학교측의 셈법과 논리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등록금 인하유도와 연결돼 있는 ‘국가장학금Ⅱ’의 혜택을 받기 위해 학부 등록금을 인하한 상태에서 ‘반값등록금’ 지원의 사각지대인 대학원에서 그 결손액을 보충하려 했다. 특수전문대학원은 지난해 인상했으니 이번에는 일반대학원 차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상의 변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함인데, 이것의 구체적 내용물은 시설투자와 교직원의 임금 인상이다. 그런 교육의 질이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등록금심의 과정에서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부담에 대한 고려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등심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학교 측은 대학원생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으며, 학교가 책정한 등록금 인상안을 관철하기 위한 태도만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본교의 일반대학원 학자금 대출률은 14%, 학부 학자금 대출률은 8% 정도이다. 대학원생의 등록금 부담이 학부생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학교 측은 장학금 수혜율이 높다, 14% 외의 나머지 학생들은 부담이 없는 것 아니냐는 등의 다소 몰지각한 태도로 나왔다. 과연 학교 측 등심위 위원들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등심위 위원 이전에 그들은 학생들과 대면하는 교수들 아닌가.

우리는 그 동안 여러 지면을 통해 등심위 기구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등심위는 심의기구일 뿐, 결정기구가 되지 못한다는 점, 등심위의 결과를 학교가 반영 하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 등심위 구성에서 학교 측이 실질적인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 여전히 예산 편성권은 총장이, 심의·의결권은 법인 이사회가 갖고 있다는 점 등과 관련해 제도적 개선의 시급성을 주문해왔다. 이런 제도 개선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학교가 교육의 공공성을 제일의 전제로 삼고 학생을 학교 구성원으로 정중하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현재 유일하게 등록금을 받는 두 개의 중 하나가 바이에른 주이다. 그런데 바이에른은 이것마저도 폐기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그 등록금 금액은 70만 원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주민의 72%가 폐지에 찬성했다. 독일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교육정책에서 ‘교육의 공공성’이 대다수의 구성원에게 제일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는 대학의 발전과 교육의 질 향상을 힘주어 말한다. 그런데 이 기치는 다분히 미래적이며, 그 미래에는 현재의 구성원들이 배제된다. 쌓여 있는 적립금과 예산운영이 우리들로 향하지 않는다. 상업적인 논리와 ‘미래’라는 허울이 언제부턴가 대학을 지배하고 있다. 대학이 장삿속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