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학사에 사는 사생들이 세탁기와 건조기가 부족해 매 학기 불편을 털어놓고 있다. 택배보관소도 따로 없어 택배 파손이나 분실을 우려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불편 사항을 어디에 토로해야 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안암학사 사생회는 사생들의 불편사항을 듣기 위해 홈페이지를 마련했지만, 사생들의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안암학사는 예산 부족으로 시설 증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생회와 안암총학생회(회장=이승준)와의 연대가 미흡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 본부에 적극적으로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 “주말엔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요” 

  안암학사 사생들은 세탁기와 건조기의 부족을 체감하고 있다. 남학생동 구관의 경우 528명이나 거주하지만, 해당 건물에 있는 세탁기는 6대뿐이다. 약 88명의 사생이 세탁기 한 대를 나눠 쓰는 셈이다. 현재 251명이 거주하는 여학생동 구관엔 4대의 세탁기와 4대의 건조기가 배치돼 있고, 414명의 남학생과 529명이 거주하는 프런티어관 남학생동과 여학생동에는 각각 8개의 세탁기와 8대의 건조기가 배치돼 있다. 남학생동 구관에 거주하는 문민규(이과대 화학16) 씨는 “빨래를 하느라 50분을 기다리다 결국 못했다”며 “세탁기가 부족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탁기 이용이 잦은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더욱 사용하기 어렵다. 여자 프런티어관에 거주했던 김유진(문과대 사회16) 씨는 “학생들이 주말에 빨래하는 경우가 많아 세탁기가 더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족한 세탁기와 건조기마저 자주 고장 나고 있다. 작년 11월 안암학사 홈페이지에는 여자 프런티어관에서 건조기가 고장 난 채 한 달 동안 방치됐다는 불만 글이 올라왔다.

  안암학사의 세탁실은 외주업체인 ‘크린위드 고대학사점’에서 관리한다. 크린위드 고대학사점 측에선 “안암학사의 경우, 다른 기숙사에 비해 세탁기가 많은 편”이라며 세탁기를 늘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안암학사 사생회 회원 김현우(정경대 경제15) 씨는 “현재 사생들이 있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시간을 알려 줄 예정”이라며 “사생들에게 원활한 이용을 위한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 보관함 없어 분실 우려돼

  현재 안암학사에는 택배보관소나 택배보관함이 없어 건물 로비에 택배를 보관한다. 학생들은 택배가 분실되거나 파손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택배가 수령인이 살지 않는 다른 건물에 배송된 사례도 있었다. 이송연(문과대 사회16) 씨는 “기숙사를 오래 비울 때 분실이 염려되고 택배가 계속 사람들 발에 치여 파손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사생회 회원 고경렬(미디어15) 씨는 “로비에 감시카메라가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택배 보관함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조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기숙사 관악사에는 택배 보관소가 있다. 본인의 학번과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와 택배 수령 예정일을 기재해 택배 보관을 의뢰한다. 그 후 신분증을 제시해 택배를 찾는다. 서울대 관악사 택배 보관소 직원 이현실 씨는 “학생들의 건의로 택배 보관소가 만들어졌고, 경비가 아닌 택배 보관소 관리자를 따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암학사는 공간이 협소해 택배보관소를 따로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암학사 시설관리과 박준태 과장은 “과거에 사물함 형식으로 택배 보관 시설을 만들려고 했지만, 공간이 협소해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생회, “문제 인식해도 해결 어려워”  

  안암학사는 안암학사 홈페이지에 사생들의 불편을 듣는 창구인 ‘수리해주세요’와 ‘FAQ’를 마련했다. 사생회는 사생들의 불만을 접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사생들은 여전히 자신의 불만을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남학생동 구관과 프런티어관에 거주했던 남궁종욱(생명대 생명과학16) 씨는 “기계가 고장 나거나, 부족해도 정확히 어느 곳에 말해야 할지 몰라 불편하다”고 말했다. 박서희(자전 경영16) 씨는 “사생들의 불만을 듣는 행사가 있는지 몰랐다”며 “사생회가 소통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생회는 사생들의 요구를 접수해도 해결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안암학사 권기원 사생회장은 “문제가 접수된다 하더라도 안암학사의 예산에는 한계가 있어서 개선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총학생회와 연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번 총학생회 등록금주거국원 중에는 사생이 없어 사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설명하기가 어렵다“고도 말했다. 이에 안암총학 채호경 등록금주거국장은 “이번 안암총학 내부 부서 ‘등록금주거국’에는 안암학사에 거주하는 학생이 없어 학생들의 불편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내부 문제를 사생회가 찾아내면 총학생회에서 이를 돕는 형식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캠 호연학사 사생회는 외부 세탁업체에게 사생들을 대표해 불만사항을 적극적으로 전하고 있다. 호연학사 사생회는 매주 점호마다 학생들에게 직접 불편한 점을 묻고, 카카오톡 옐로우 아이디를 운영해 학생들의 불만을 조사하고 있다. 호연학사 최정혁 사생회장은 “매년 말 운영보고와 수요확인을 통해 부족하면 세탁기와 건조기의 추가 설치를 요구하며 종종 세탁 세탁실 사장님을 찾아간다”며 “세탁업체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노력을 하고 있고, 점호마다 학생들에게 편리한 이용방법을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글│공명규, 구보민 기자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