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3시 20분 교양관 입구에서 학생 대여섯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 앞을 지나던 한 학생은 인상을 찌푸린다. 다른 한 명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다른 한 손을 젓는다.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는 학생 때문에 비흡연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건물 입구 흡연이 많은 것은 교내에 흡연구역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대학교는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구분해야 하는 공중 시설이다. 본교는 모든 건물 내부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물 입구와 캠퍼스 곳곳에 있는 벤치가 흡연구역 역할을 하고 있다. 백주년 기념관 앞에 있는 벤치는 휴식 공간이라기 보다 흡연 장소다. 송정화(문과대 독문05) 씨는 “예전에 벤치에 쉬려고 앉았다가 바람에 담배연기가 날아와 자리를 떴다”며 “길을 걷다가도 담배연기가 갑자기 오거나 담뱃재가 튀어 무척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엔 건물 안에 흡연실이 있다. 한국외대는 2008년 건물 제일 위층에 흡연실을 만들었다. 한국외대 시설관리팀 박정수 씨는 “비흡연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만들지 않으려 했으나 흡연자들의 꾸준한 요구로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흡연실엔 소파와 테이블, 환풍시설을 갖춰놓았다. 이근웅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흡연실과 가까울 경우 그곳에 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건물 입구나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다.

캠퍼스 실외지역 자체를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나눌 수도 있다. 시설팀 김흥덕 과장은 “외부에 흡연구역을 따로 지정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나서서 정하기는 어렵다”며 “총학생회 차원에서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금연구역과 흡연구역 분리를 요구하면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흡연자들은 흡연실 설치와 실외 흡연구역을 설정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우태구(경영대 경영06) 씨는 “외부에 흡연구역을 따로 정하는 건 좋지만 건물 내에 설치할 경우 공간이 좁고 환기가 잘 안되므로 이용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한편, 정승환(문과대 철학과03) 씨는 “외부에 금연지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하게 되면 우리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sooj@kuk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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